[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금융권 수장들과의 미팅 행보로 분주하다. 지난 1월, 이광구 우리은행장을 만나더니 2월 말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잇달아 회동을 가졌다. 최근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김정태하나금융지주회장과의 회동에도 나선다.

이같은 이재용부회장의 금융권 리더들과의 잦은 만남에 대해 갖가지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권 리더와의 연쇄 만남 배경엔 이 부회장이 이들 금융지주사 수장들에게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관련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체적으로 우세하다.

15일 금융권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금융사 수장들과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만남을 갖고 있다.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이란 비공식적 공개 회의로, 관련부서 직원들이 초대돼 중요한 정책 또는 이슈가 되는 사안 관련 설명을 듣고, 자신들의 견해를 자유롭게 밝히는 것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이슈가 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인터넷전문은행 등 다양한 현안이 이 타운홀 미팅 방식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본다.

이 부회장은 이광구 우리은행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이어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KB국민은행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도 곧 회동을 갖는다.

정작, 금융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그동안 행보에 비춰볼 때 이같은 타운홀 미팅 방식의 행보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금융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이같은 금융권 인사들과의 연쇄적 만남은 현재, 삼성그룹이 추진하는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중간금융지주회사’ 만들기 행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이들 행장들과의 만남을 갖기 시작한 시점도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담은 지배 구조 개선안을 발표한다는 설들이 나오는 시점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생명은 보유중인 5% 이상의 비금융계열사 지분(주식)을 처분(매각)해 중간금융지주회사 단계를 밟을 수 있다는 분석도 따랐다.

실제, 지난 1월 28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보유하던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주)에 대한 모든 인수를 마쳤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보유지분율을 71.86%까지 끌어올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뿐만 아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복잡하게 얽힌 삼성내 계열사간 순환 지배구조 고리를 변환하는 작업을 통해서 ‘포스트 이건희’시대를 준비했다. 자연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지배력을 높이고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이라는 3대 핵심 사업’ 구조도 다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해 그룹 금융계열사의 ‘중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관점이었다. 삼성생명이 그룹의 지배구조 변환 작업에서 삼성전자 지분 7.2%와 삼성화재 지분 15.0%를 보유하는 등 사실상 ‘금융지주사’ 역할을 담당했었다는 점에서도 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 움직임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2020년 도입을 추진하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과 재무 건전성감독기준(솔벤시Ⅱ)때문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일반 지주회사의 자회사로써 금융자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를 말한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는 상장된 금융회사의 주식을 30%, 비상장된 금융자회사의 주식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엄연히 존재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1대 주주로서 각각 15%, 11.17%씩의 주식을 보유중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지분 7.2% 등 계열사 주식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회계기준 도입 시점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것.

향후, 삼성생명의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보유지분은 19.85%, 30.91%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삼성화재가 가진 지분 8.02%를 더하면 30%선을 채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 총수일가의 지배구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에 힘이 실린다.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으로 20.76%를 보유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0.06%를 쥐고 있지만,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19.34%를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는 탄탄하다.

이런 점에 비춰, 일부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에 금융권 수장으로부터 조언을 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삼성그룹의 주거래은행이 우리은행이고 현재 삼성전자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과 삼성페이 제휴를 맺거나 추진하는 만큼 핀테크 사업 등에서 금융사와 다양한 사업 접점 모색을 위한 금융권과의 스킨십 확대로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근 금융권과의 접촉 확대에 나선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삼성이 금융업을 하고 있고, 최근엔 전자와 금융 등의 경계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번 회동은 지극히 자연스런 비지니스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 수장 간 만남인데 구체적인 사업 논의를 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며 "단순한 상견례적 성격이 강하다"고 의미부여를 축소하기도 한다.

한편, 이같은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와 관련, 삼성그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금융권 인사들과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도 모른다며 금융권에서 나도는 각종 확대해석에 대해 애써 경계하고 있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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