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윤중현 기자] 폴 바셋(Paul Bassett) 커피숍. 유제품 제조판매 업체인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다. 기자가 살고 있는 강남구에만 현재(2016. 4. 6 기준) 14개 점이 있다.

이 커피숍은 20~30대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 매장의 세련된 인테리어도 발길을 끄는 이유다. 실제 최근 강남지역 매장에 아무 때나 가 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지난 2009년 공식 론칭 이후 총 68개 매장을 보유중이고, 지난해 매출은 약 510억원이다. 매일유업의 새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인간 ‘폴 바셋’에 대해 고객들이 어느 정도 아는지 물어봤다. 매장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폴 바셋이 누군지 아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10명중 8명이 단순히 “바리스타“라는 식의 답변을 했다. 그에 대해 잘 아는 이는 별로 없었다.

직장인 박모씨(26·여)는 “폴 바셋이 비싸도 고급스럽고 뭔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모씨(27·여)도 “맛이 깊어서 역시 유명한 바리스타의 커피숍 이라고 느껴진다”고 밝혔다.

여기서 ‘폴 바셋‘이라는 인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폴 바셋. 그는 호주 출신의 2003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WBC)의 우승자라고 알려져 있다.

WBC(World Barista champion)는 노르웨이에서 만든 대회 형식에 모나코에서 첫 대회를 시작했고 유럽인이 주로 우승했다. 폴 바셋이 참가한 2003년엔 총 24명이 참가했는데, 첫번째 라운드에서 그는 6등을 했고, 파이널에서 1등을 해서 우승했다.

하지만 그는 대회 초창기인 2003년에 우승했고, 당시의 WBC는 세계 최고라는 공신력을 갖추지 못한 대회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업계 관계자들도 잘 모르는 대회였다”며 “그 때는 관심이 크지 않았고 후에 미주나 유럽에서도 많은 실력자들이 나왔는데 솔직히 (그 대회는)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후 대회에서는 상금이 걸리는 등 규모가 커졌다.

폴 바셋은 2003년 대회 우승 뒤 2006년 일본 도쿄에 카페를 열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의 사업은 매일유업이 손을 내밀어서 2009년 시작하게 됐다.

그렇다면 폴 바셋에서 그는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리스타 폴 바셋은 대한민국 ’폴 바셋‘의 운영에 직접적으로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 매장에서 그의 행적(?)은 원두에서만 느낄 수 있다. 폴 바셋 측은 “모든 원두를 직접 공급하고 추출법은 그의 방식을 따르는 전문 교육과정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질적인 매장 운영은 매일유업의 방침에 따른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폴 바셋은 2009년 매일유업 운영의 커피전문점을 론칭하고 공식적으로 2014년까지 다섯 번 한국에 왔었고, 이후에는 한국 방문 횟수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월 30일 내한해 행사를 가진적은 있다. 그는 폴 바셋 관련으로 한국에 분기 1번 혹은 반기 1번 오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홍보팀 관계자는 “그는 한국에 통상적으로 (‘폴 바셋‘ 관련) 분기 1번 혹은 반기 1번 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해진 일정은 아니다”며 “확인해 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폴 바셋의 운영사인 매일유업 직원 조차도 석연치 않은 답변을 들려줬다.

1년에 1~2번 한국에 올까 말까한 외국인 바리스타의 이름을 간판에 단 카페, 폴 바셋. 이런 상황에서 '전문 교육과정'은 누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커피숍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파란 눈의 바리스타가 만들어줄 것만 같은 커피”, “폴 바셋만의 왠지 모를(?) 교육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되는 바리스타가 만들어준 커피” 등 이라고 생각하고 다소 비싼 가격에도 발길을 끄는 것이 놀랍다.

여기에는 “외국 유명 바리스타의 커피”라는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듯 하다.

마치 유명 해외명품을 대할 때 일부 한국인 특유의 태도와 비슷하다. 명품과 달리 이것은 명확한 실체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는 일종의 문화 사대주의나 다름이 없지 않을까.

물론 “폴 바셋이 누군지 몰라도 내가 좋아 오는데 뭐 어때?", ”싫으면 안가면 된다”라는 등의 사고에는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이 커피숍이 잘 되는 현실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이 커피숍에 폴 바셋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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