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Risk High Return’ 이 말은 많은 투자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연구의 한 단면을 의미하는 말이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정문구 소장

통상 1개의 신약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5천개에서 1만개의 후보물질 탐색으로부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연구비용이 증가하는 비임상 및 임상시험에서는 통상 5~10년가량이 소요되지만 성공률은 0.1%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99.9%의 실패이유는 대부분 독성, 부작용으로 인한 것이다.

결국 신약개발연구에 많은 기간과 높은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이유는 신약의 독성, 부작용에 대한 검증을 살아있는 동물이나 사람을 활용해서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험동물 및 인체를 활용한 독성시험은 수많은 도덕적․윤리적 문제를 야기했고, 이에 대응해 유럽연합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화장품 개발시 실험동물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동물실험 이외의 방법으로 대체하려고 하는 등의 시도가 최근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지난 2002년 국제적인 수준의 안전성평가시험을 산업계에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고 국내 신약개발을 위한 많은 안전성평가시험을 수행했다.

아울러 지난 2014년 이후 부터는 그간 축적된 기술과 경험에 IT, BT 분야의 다양한 첨단기술을 접목해 과거 동물실험 위주로 진행돼 오던 고전적인 안전성평가시험을 보다 신속하고 저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의 실험동물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줄기세포를 이용한 독성평가법의 경우, 독성유발 여부를 인간 유래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간, 심장, 신경세포를 이용해 정확하게 인체반응을 예상할 수 있기에 기초가 되는 인체 유래 일차배양세포와 가장 가까운 수준의 세포를 분화시키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인실리코 독성평가 기술은 독성과 관련된 주요 바이오마커, 독성 데이터(data)를 기반으로 독성예측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으로서, 실험실에서의 별도 실험 없이도 특정 화학물질의 독성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고자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와 동시에 신규물질 및 표적단백질을 탐색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며, 최근에는 OECD 주관으로 진행중인 AOP(Adverse Outcome Pathway, 독성발현경로) 프로젝트를 국내 최초로 제안해 개발 중에 있다.

또한 인간과 유전체구조가 유사한 제브라피쉬를 이용해 포유동물을 대체할 수 있는 시험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간독성, 신경독성, 심장독성, 발생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다양한 형질전환 모델을 제작해 독성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에 사람이든 동물이든 완전한 유기체를 대상으로 하던 독성평가시험을 세포, 인공조직 혹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가상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윤리적․도덕적 측면에서 자유로우며, 특히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많은 신약후보물질들에 대한 신뢰성있는 검증이 가능하게끔 한다.

위와 같은 대체독성시험기술의 개발은 많은 후보물질들의 독성, 부작용을 신약개발 조기단계에서 예측함으로 인해 신약개발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신약개발 투자비용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나아가 본 기술의 신뢰성이 어느정도 확인되는 경우에는 기존 실험동물 혹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의 일부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OECD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경쟁과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이 시도되고 있으며, 일부 대체시험법의 경우 OECD의 표준시험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안전성평가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의약품은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중 가장 독성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이를 대중에게 시판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심사와 규제를 통과해야 하고 이러한 심사와 규제의 수준은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점점 증가할 것이며, 심사와 규제의 증가는 결국 연구비용과 기간의 증가로 연결되고 이는 결국 약가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와 같이 새로운 안전성평가기술의 개발을 통한 연구비용과 기간을 감소시키는 것은 과학기술의 커다란 과제이자, 필자와 같은 독성연구자들에게는 중요한 목표라 할 것이다.

신약에 대한 독성과 부작용을 예측하는 차세대 기술개발을 통해 누구라도 아프고 병든 사람이 경제적 장벽없이 신속하게 첨단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독성연구자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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