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봉연 산업1부장] 지난주까지 유통업계 주총시즌이 일단락된 가운데 관료와 변호사 출신 사외이사 문제가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계가 신규 사외이사 중 상당수를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고위 관료 출신을 영입하면서 각종 정부 규제의 방패막이나 로비스트로 이들을 사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해당 업체들은 고위 공무원이 가진 능력과 경험을 활용하고 각 분야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각종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포석과 정부 규제를 강하게 받고 있는 업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지난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재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와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 최석영 UN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박재완 대학원장은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고용노동부 장관, 기재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이 변호사는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법제처 처장을 지냈다. 최 자문위원은 제네바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 출신이다. 지난해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그룹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해 정무 감각을 익히고, 정책적 조언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도 안승호 공정거래위원회 경영평가위원과 이장영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방원팔 전 육국본부 인사참모부 부장 등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는데, 이는 새롭게 추진하는 통신판매나 보험대리점업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세계그룹은 국세청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세계는 지난 11일 주총에서 박윤준 김&장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 고문은 국세청 국제협력담당관 및 조세원관리관, 국세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계열사인 광주신세계와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도 관료출신들을 대거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광주신세계는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형균 청솔회계사무소 대표를, 신세계건설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광주지방국세청장 등을 역임한 임창규 김&장 고문을 각각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신세계푸드는 공정거래위원회 본부국장 등을 지낸 김치걸 전 본부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적으나마 관료출신들을 영입했다. 현대그린푸드는 감사원 재정경제감사국 출신의 박승준 김&장 고문을 사외이사로 세웠고, 현대홈쇼핑도 국세청 조사국 국장을 지낸 김영기 세무법인 티엔피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선임했다. 이외에도 AK홀딩스(006840)는 정중택 전 부장검사를, GS홈쇼핑(028150)은 구희권 전 국회사무장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특히 이들 중 몇몇은 고위 검사 출신으로 변호사법을 무시한 채 겸직허가 없이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인 경우도 있다. 변호사법 제38조 제2항은 변호사가 영리법인의 이사가 될 때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겸직신청 등 신고 없이 대기업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변회는 전관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이달 중 이들을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맥과 권력을 가진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관료 출신 사외이사 뒤에 숨어 정부나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은 유혹도 있겠지만, 구설수에 오를 일을 삼가하고 정부와 국민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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