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호영 기자] 면세사업의 현행 몇몇 제도들이 시장을 망가뜨리는 졸속정책이라는 지적과 비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면세업계가 들끓고 있다.

업계내 시각차가 크고 의견도 엇갈리지만 문제는 업계의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의 목소리다.

이번 면세점 대란을 일으킨 원인도 알고 보면 외부의 잣대에 따른 간섭 때문이었다.

지금 면세업계 내부에서는 대기업도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간,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간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행 관세법 개정 이후 시장에 뛰어든 중소면세업체들도 "힘들다.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지금은 공멸이 방향인 것 같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업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사안들이 있다. 특허 대신 신고·등록제에 대한 내용이다.

현재 업계는 시장이 특허제를 없애고 신고제로 풀려버리면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할 것 없이 '면세 물품 관리'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국내 면세시장 자체가 망가질 것이라고 입을 모아 반대하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업계 외부에서 신고제 찬성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홍종학 의원은 신고제로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현대백화점도 신고제로 시장 빗장을 풀어야 한다면서 신규 특허를 반대하는 신규 면세점들을 자사 이기주의로 몰아가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기존 면세업체들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나 규모에 상관없이 "처음부터 물건을 직매입해 재고를 떠안고 시작하는 면세업 생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백화점들이 면세사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어 "신규면세점들도 이제 막 면세점 생리를 몸소 체험하면서 특허수 제한을 피력했지만 그들이 직면한 사태는 생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했다.

면세업계에선 시장진입 장벽이 낮았던 때가 있다. 1980~1990년대엔 특허제는 유지됐지만 적정 요건만 되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당시 30개 가량 난립하다 시장이 자연 정리됐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신고제 후 정리되는 업체들은 80년대 후반~90년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시내면세점이 특허수 몇 개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특허제 대신 신고제가 되면 인천공항까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정부도 신고·등록제는 시장 업체 난립으로 대고객 서비스 등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며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업계는 5년 시한부 특허기간에 대해서도 면세사업 안정을 위한 '연장'으로 의견을 모으는 분위기다. 중견·중소면세점들도 10년은 너무 길다거나 현행 관세법 규정상 1번 갱신에 상응하는 추가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갈릴 뿐 특허기간 연장을 대세라고 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외부 입법과정이 한 업계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입법임에도 불구하고 업계에 의견 한번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니 업계를 넘어 공론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홍종학 의원이 지난 2012년 특허기간 5년의 '관세법 개정안'은 이처럼 이렇다 할 공론화나 견제 기제가 작동하지 않은 채 입법화됐다.

당시 홍 의원이 대기업 독점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여러 다른 내용들과 함께 5년 제한 내용을 발의했다. 특허기간을 제한하면서 6년도 아니고 7년도 아닌, 5년이라는 기간은 어떻게 도출했는지 그 과정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면세업은 초기 투자비가 막대한 데다 수익 창출은 3~4년 가량 지나야 기대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특혜척결'이나 '경제민주화'라는 명분아래 정치 포퓰리즘에 의해 입법했다는 지적도 면세업에 대한 처절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 대해서 문외한이 시장을 난도질할 전권을 내준 이같은 상황을 번복하지 않으려면 입법화 전에 적어도 한번쯤 공청회나 업계, 전문가 의견을 묻는 과정을 의무화한다든지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당초 잘 알지 못한다면 업계에 대한 비판이나 간섭 등은 자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간섭이 아니라 지켜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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