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호영 기자] 경기 불황과 업황부진 속 쌓이는 재고로 인해 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서울우유·매일유업 등 유업계는 고비용 설비가 필요한 고급 자연치즈 제조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국산 원유 수요와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황 부진 지속... 수요 감소에도 '요지부동' 국산 원유 가격이 문제

한국유가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 10개 업체들의 흰 원유 영업손실은 총 352억원 가량에 이른다. 하반기 영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지난 연간 손실은 약 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업황 부진에는 수요 변동은 무시한 채 원유 생산비 증감과 물가상승을 반영한 가격 결정 시스템인 '원유가격연동제' 등이 이유로 꼽힌다. 수요 감소로 우유가 남아돌더라도 생산비나 물가가 내려가지 않는 한 우유 가격은 동결되기 때문이다.

원유 보관 목적으로 말린 분유 재고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25만2762톤에 달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모유수유 증가와 함께 국내 조제분유시장 물량 감소로 유업계는 한국산을 선호하며 성장세인 중국 분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시장은 해마다 2조~4조원씩 성장해 2014년 19조원 규모가 됐다. 지난해엔 2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유업계는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수출액 약 461억원(3800만 달러)다. 롯데푸드 파스퇴르도 지난해 약 400억원 수출했다. 올해 목표는 500억원 가량이다. 
  
남양유업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14년 243억원(2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약 425억원(3500만 달러) 등 해마다 수출액은 늘고 있다. 남양유업은 향후 중국시장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1·2위 서울우유·매일유업, 고급 자연치즈 생산으로 신수요 창출 나서

유업계는 유가공제품 중 성장세를 보이는 치즈 시장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은 2.1kg 가량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이같은 소비량은 10년 전에 비해 2배 가량이다. 그리고 성장세는 다른 유가공산업 대비 높다.

국내 치즈 시장은 9000억원대로 이 가운데 일반 소비자 대상 시장은 3300억원 가량이다. 와인문화 등으로 이같은 소비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3% 이상 성장했다.

성장세 속 관심은 지속되고 있지만 비싼 국산 원유 가격 때문에 업계는 가공치즈 등 유제품 생산에 수입산을 사용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가공치즈 원료로 값비싼 국산 치즈는 수입산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유업계 1·2위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에서는 국산 원유를 사용한 고급 자연치즈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치즈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면서 동시에 자연치즈 시장과 수요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유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원유 재고를 줄인다는 사명감과 자존심도 이유로 꼽고 있다.

서울우유는 국산원유 100% 자연치즈로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모짜렐라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우유는 향후 국산유로 구워먹는 치즈와 스트링 치즈도 생산할 계획이다.

매일유업은 국내산 원유만을 사용해 자연 치즈를 만들어온 지 10년이 넘고 있다. 매일유업 상하치즈는 까망베르와 브리, 후레쉬 모짜렐라, 링스 자연치즈 4종을 생산해오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국내 전체 치즈 시장에서 슬라이스 치즈 시장은 정체된 데 비해 자연치즈 시장은 성장 추세"라며 "이 시장은 설비나 기술 모든 측면에서 비용이 더 들어간다. 매일유업은 사명감과 함께 국산치즈 자존심을 걸고 생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치즈는 원유에서부터 응유, 숙성 등 제조공정과 관리에서 상당 수준 기술력과 관리능력이 필요한 사업으로 신규 진출이 어려운 산업 중 하나다.

남양유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수입산을 사용해 어린이용 슬라이스 치즈를 생산하고 있을 뿐 국산 원유를 활용한 치즈는 없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치즈는 성장세이긴 하지만 국산원유를 사용한 자연치즈는 생산설비부터 고비용"이라며 "포장설비밖에 없는 저희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수년간 적자로 흑자전환이 지상과제였던 저희로서는 여력이 없다"며 "향후 자연치즈 생산 계획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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