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요금 인하라는 강력한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정보통신부가 요금인하는 물론 소비자의 전반적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큰 틀을 바꾸기 시작했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23일 그동안 이동통신 등 새로운 통신사업의 육성 등을 위해 사업자들의 투자 의욕을 높여주기 위한 설비경쟁 기반의 정책을 펼쳐왔으나 이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서비스 경쟁 촉진을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이를 위해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을 마련,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소매규제서 도매규제로 전환..은행 등에도 통신 진출 허용 = 정통부의 통신 규제 정책이 노 장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통신사업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탈바꿈하게 된다. 노 장관의 이 같은 정책 행보는 그동안 정통부가 유효경쟁정책 등을 통해 선발사업자의 일방적 이익을 차단하면서 후발사업자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온 결과 이제 유ㆍ무선 모두 후발사업자들도 시장경쟁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했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즉 유선시장의 하나로텔레콤[033630], 데이콤은 물론 무선시장의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이 모두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 이익을 내고 있거나 내년 정도에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자생력을 갖춤에 따라 이제 그 이익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줄 수 있도록 시장 경쟁체제를 본격 도입하겠다는 것.
 
 정통부는 이를 위해 그동안 소비자 판매가격을 위주로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의 가격정책을 인가해주던 정책 대신 이들 사업자가 자사 서비스를 신규 사업자들도 판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도매규제에 주력, 시장경쟁을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실질적인 진입장벽이 존재해 시장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들 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재판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MVNO(가상 이동전화사업체)와 같은 형태로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의지이다.  따라서 현 시장상황을 볼 때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KT나 SK텔레콤은 자사의 유무선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새로운 사업자에게 재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고, 이를 활용해 정유사, 신용카드사, 은행 등 고객접점이 많은 기업들이 통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  또한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통신사들과 경쟁을 벌이게 된 케이블TV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도 이동통신 서비스를 MVNO 형태로 제공하면서 각종 결합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집에서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유선전화 등을 따로따로 신청하지 않고 아예 한꺼번에 신청하면서 많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정통부는 특히 재판매 의무부과에도 불구하고 지배적 사업자의 소극적 대응으로 재판매가 활성화되지 않거나 요금수준이나 인하 추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정부가 직접 재판매 대가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까지 마련, 적극적으로 경쟁 촉진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 대신 도매규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그동안 실시해오던 요금인가제는 단계적으로 운용범위를 축소해 시장경제에 맞는 규제의 틀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 이동통신의 새로운 이정표 USIM카드 록 해제 = 정통부는 이와는 별개로 소비자의 이용 편리성과 선택권 제고를 위해 3세대(G) 이동통신의 경우 내년 3월부터 USIM카드 록(Lock)을 전면 해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유럽 등 외국처럼 USIM카드만 사면 단말기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단말기로든 통화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 그동안 세계 최초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 국가라는 명목하에 사용자 인식을 위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별 휴대전화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내부에 이를 아예 내장해 번호이동이나 다른 휴대전화 단말기를 바꿀 경우 매번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조치를 받아야 했다.
 
 다기능 가입자 식별(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 카드란 단말기에 사용자의 서비스 사용 가능여부를 확인시켜주는 모듈로 GSM(유럽통신방식) 기반에서 발전한 것으로 3G폰에는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칩이다.  KTF, SK텔레콤 등 이통사들은 3세대(G) 핵심 서비스 중 하나로 교통 및 신용카드 등을 탑재 생활밀착형 상품을 출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여행을 할 때 단말기가 아니라 작은 카드 하나만 있으면 그 나라에서 전화기를 빌려 자기 것처럼 쓸 수 있고, 보안성도 CDMA보다 뛰어나 전자상거래 등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해왔다.  특히 유럽의 2G 이동통신 방식에서 사용되던 SIM카드에 비해 USIM카드는 단말기에 삽입한다는 기본은 같지만 사용자인증, 과금, 글로벌 로밍, 전자 상거래, 교통카드, 모바일 뱅킹, 증권거래, 멤버십, 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한장의 카드로 구현할 수 있다.
 
 이 같은 편의성때문에 중국은 차이나유니콤이 CDMA를 도입하기 앞서 차이나모바일이 GSM을 먼저 도입했고 CDMA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SIM카드와 같은 사용자 정보 모듈의 필요성을 제기, 미국 퀄컴은 UIM(User Information Module) 카드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USIM카드가 보편화되면 휴대전화 단말을 냉장고나 TV처럼 전자제품 대리점이나 할인점에서 구입하거나 심지어 자판기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값 싼 단말을 구입, USIM카드를 끼워 언제든 전화나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정통부는 다만 USIM 록을 해제할 경우 분실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문제점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통신사업자의 잠금은 금지하되 이용자가 자신의 선택으로 잠금을 설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창용 기자> creator20@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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