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툰 김성인 대표

'내부자들', '검사외전', '베테랑' 등 최근 흥행한 한국 영화들은 잘생긴 남자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모두 복수극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복수극은 흥행 불패라는 독특한 공식이 생겨나게 됐다.

복수극에는 정화의 원리가 숨어있다. 권선징악이라는 결말은 극을 보는 내내 꼬여버린 감정의 매듭을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시원하게 풀어버린다. 더럽고 불편한 감정이 깨끗이 씻어지는 정화 의식인 셈이다. 한 편의 복수극을 보고 나면 마치 샤워를 한 것처럼 개운한 기분이 든다. 그 정화를 일컬어 '카타르시스'라고 한다.

카타르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詩學)' 제6장 비극의 정의 가운데에 처음 등장한 용어다. '정화(淨化)', '배설(排泄)'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종교적인 의미와 더불어 몸 안의 불순물을 배설한다는 의학적 술어로도 쓰인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무의식 속에 잠겨 있는 콤플렉스를 밖으로 발산시켜 치료하는 정신요법의 일종이기도 하다. 비극이 그리는 주인공의 비참한 운명이 보는 이들에게 하여금 두려움과 연민, 분노 등의 감정을 유발하고 복수가 완성되는 과정을 통해 다시 그 감정이 순화되는 일종의 정신적 승화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웹툰계에서도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 웰메이드 복수극 바람이 불고 있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불러일으키는 장르 특성상 다음화를 유료로 결제하고 봐야 하는 유료 웹툰 플랫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소년이여

 

레진코믹스의 '소년이여'는 기존의 복수극이 그리는 '용서'의 가치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작품이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코마 상태에 빠진 동생을 위해 그의 형인 이용진이 복수에 나선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그러나 복수의 대상이 미성년자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칼날에는 망설임이 전혀 없다. 대개 비행 청소년이 가진 불우한 환경을 들먹여 미성년자라면 가해자라고 해도 사랑으로 감싸고 교화시켜야 한다는 답을 내놓는데 비해, '소년이여'의 작가는 그 누가 됐다고 하더라도 폭력에는 폭력으로 갚아줘야 한다는 게 정답이라고 말한다. 극 중간중간 용서라는 가치가 주변 인물을 통해 주인공에게 던져지지만 그럴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용서의 부질없음을 역설한다.

 

독고

 

짬툰에서 연재한 '독고'는 스타 작가 백승훈, 민 콤비의 대표작이다. 학원물 장르에 복수극을 완벽하게 녹여내면서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학원 폭력에 의해 죽은 쌍둥이 형의 복수를 위해 형으로 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간 강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강후는 모범생이었던 형과 달리 유년 시절부터 싸움에 능해 중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타고난 싸움꾼이다. 그러나 단지 주먹 하나만으로 켜켜이 쌓아진 일진들의 성을 무너뜨릴 수는 없는 법. 그는 분노를 감추고 철저한 전략을 세워 하나씩 자신의 목표를 제거해 나간다. 형을 죽게 만든 일진들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고 그가 준비한 전략이 맞아떨어지는 과정 속에서 통쾌함이 배가된다.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

 

다음 웹툰의 '부암동 복수자 소셜 클럽'은 정말로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부암동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마주친 세 여성이 각자 자신들의 목표에게 복수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는 이야기이다. 구성원은 3명, 재벌 사모님과 동네 시장 생선가게 아줌마, 평범한 주부가 전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 각자의 원한을 풀기 위해 뭉친 것만으로도 강렬한 드라마가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의 몸으로 복수의 계획을 세우는 과정 속에서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던 이들 구성원들은 우정을 쌓아나간다. 인생에 있어 소중한 사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한을 풀기 위해 복수라는 운명 속으로 기꺼이 뛰어든다.

 

더 파이브

 

정연식 작가의 '더 파이브'는 작가가 직접 연출해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이다. 연쇄살인범에 의해 가정이 산산조각 난 여자가 복수를 위해 자신의 장기가 필요한 4명을 찾아 복수를 도와달라는 조건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다. 제안을 받은 이들은 꺼림칙함 속에서도 소중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그녀의 장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잔혹한 복수에 기꺼이 공모자가 된다.

다음 웹툰에서 연재됐던 '아귀'는 복수의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측불허의 전개가 펼쳐진다. 아내를 잡아간 정체 불명의 괴물에게 복수하기 위해 주인공은 스스로 괴물들이 가득한 하수구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괴물의 정체와 마주치면서 기상천외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왈퐈

 

이 밖에도 아들이자 남편을 죽게 만든 해변가 건달들에게 복수하려는 시아버지와 며느리 콤비라는 독특한 조합을 내세운 '왈퐈', 유년시절 당한 따돌림을 복수하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복수를 그리는 '향연상자' 등의 작품도 있다. 

우리는 왜 복수극에 열광할까? 단순히 통쾌하기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복수극은 일종의 '성장 드라마'이다. 복수를 이뤄나가는 과정 속에 인물들이 우정을 쌓고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큼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그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복수극에 주목했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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