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저금리기조가 장기화 되고 금융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고객들의 은행 예금 가입기간이 ‘1년미만 짜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탓에 단기 부동 자금만 사상최대인 930조원에 달하면서 주식은 물론 정기예금도 ‘단기성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영업지점에서 고객들이 선호하는 예금이 6개월에서 1년 미만짜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반면 1년 이상 장기적 예금은 홀대를 받고 있는 것.

예치기간에 따른 단기나 장기의 예금금리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게 그 원인이다.

고객들도 금리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향후 금리 인상도 가능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있는만큼 요즘같은 변화무쌍한 금융시장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다리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 일단 단타부터 치고 보자는 심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금융투자자들 역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글로벌주가의 폭락 등 격변하는 세계금융시장 속에서 증권사보다 안정적인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금융자산 유지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188조 20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그 전해인 2014년 말(154조 4017억원) 대비 22%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정기예금이 81조 39억원에서 117조 7153억원으로 45% 급증하면서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면, 1년 이상 중장기 예금은 2014년 말 423조 6213억원에서 2015년말 381조 3516억원으로 10% (42조 2697억원)정도 줄었다.

1년 이상 2년 미만 예금의 경우 386조 1959억원에서 346조 2483억원으로 줄어들었으며 2년 이상 3년 미만 정기예금도 18조 9792억원에서 17조 9110억원으로 감소했다. 3년 이상 정기예금의 경우 같은 기간 7%(12조 539억원)가 줄어 17조 1923억원에 머물렀다.

이처럼 중장기 예금에 대한 수요가 줄고 단기예금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의 지속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준금리가 1.5%까지 떨어진 저금리상황이 지속되면서 기간별로 금리차이가 없다보니 고객들입장에선 예금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한눈에’ 사이트에서도 시중은행의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상품 46개의 평균금리(세전)는 1.35%였으며,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55%였다.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과 3년 이상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도 각각 1.55%를 나타내며 큰 차이가 없었다.

연초부터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주가폭락 등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진 것도 투자자들이 단기예금을 선호하게 된 요인이 됐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적으로 예금에 돈을 묻어두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실세요구불, 1월 18일 기준) 잔액은 143조 4342억원으로 작년 말(142조 3574억원)대비 1조원 넘게 늘었다.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성 수신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 잔액이 작년 11월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불안과 이로 인한 주식형펀드의 수익감소, 규제로 인한 부동산 시장 불안 확대 등의 원인으로 고객들은 ‘잠시 자금을 맡기는 선에서의 안정적 예금’을 선호하게 됐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고객의 눈을 ‘단기예금’으로 돌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들어 미국 기준금리가 최소 2차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상반기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한국은행도 결국 장기적으론 기준금리를 미국금리와 동조해 운용할 수 밖에 없다는게 금융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수부진, 수출감소 등 국내경기가 안 좋다 보니 금리인하 압박이 크지만 궁극적으로 한국도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방향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1년이 아닌 6개월짜리 예금이 늘어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까닭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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