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은행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국제금융협회(IIF)는 2015년 4분기 신흥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인 무수익여신(NPL)이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9년 4분기 이후 가장 많아졌다고 밝혔다.

국제금융협회는  4분기 신흥국 102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 작년 4분기 은행의 NPL지수는 42.2를 나타내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9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지수가 낮을수록 NPL은 늘어난다는 게 IIF의 설명이다.

작년 4분기 NPL이 늘었다고 응답한 은행은 전체의 35.5%로, 줄었다고 응답한 은행의 11.8%보다 많았다. 부실채권이 전과 같은 수준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1.0%에 달했다.

또 올해 1분기 NPL이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한 은행도 41.2%로, 낮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10.8%)보다 크게 높았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48.0%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12월 7일부터 올해 2월 1일까지 진행된 것으로 IIF는 매 분기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NPL은 일정기간 이상 연체된 대출로 대출자가 이를 갚을 수 없을 경우 고스란히 은행의 부담이 된다.

◇ 중국 부실채권, 10년래 최고…빠른 증가세가 위험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중국의 부실채권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2015년 말 기준 중국 상업은행들의 NPL 총액에 1조 2700억위안(약 239조 9792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51% 늘어난 것.

총 여신대비 NPL 비율은 1.67%를 기록해 1년 전의 1.25%에서 상승했다. NPL은 금액으로는 2006년 6월 이후 가장 많았으며, 비율로는 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중국 은감회가 2014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특별관리대출(아직 NPL은 아니지만, 향후 연체 가능성이 있는 대출)'까지 포함시 은행권의 부실 대출은 4조2000억위안(약 793조 6000억원)으로 총 대출의 5.46%에 달한다.

피치 그룹의 BMI리서치는 "중국 은행들이 기존 대출채권에 대해 부실 등급을 매기기 전에 만기를 연장해주는 식으로 부실 규모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며 "특별관리대출까지 NPL에 포함해야 한다며 공식 NPL은 과소평가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실제 부실채권이 공식 발표보다 많다고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은행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 은행권의 1월 신규 위안화 대출은 2조 5100억위안(약 474조 3000억원)을 기록해 2009년 3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1조8900억위안을 웃돌았다. 2009년은 중국 당국이 은행권을 통해 대규모 부양책을 시행하던 때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중국은성장 둔화가 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며 특히 "중국이 채권시장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기업들이 은행을 통해 차입에 나선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부실채권 가장 많아

유럽 은행권에 대한 우려는 도이체방크의 코코본드(우발 전환사채)에 대한 우려에서 촉발됐지만, 근본적으로는 유로존 취약국들의 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다. 

지난 11일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11년 11월 30일 이후 최고치인 272.17bp까지 올랐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했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 수치가 높아지면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는 의미다.

도이체방크의 CDS 프리미엄은 연초 이후 주요 은행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신용위험이 이 같이 높아진 것은 오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코코본드에 대한 쿠폰이자를 은행이 수익악화로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이달 초 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스위스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은행권의 실적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도이체방크 사태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즉시 유럽 부실은행에 대한 우려로 위기가 전이됐고,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은행들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S&P 캐피탈 IQ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전 세계 은행들의 NPL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유럽으로 평균 7.1%에 달했다.

미국은 1.3%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아시아·태평양과 남미는 각각 5.1%, 4.1%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유럽은행청(EBA)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의 NPL 비율은 2010년 3월 말 4.9%에서 작년 6월 말 기준 6.4%로 높아졌다.

◇ 일본 은행권, 마이너스 금리에 수익 악화 우려

최근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은행주는 유럽과 일본 은행주들이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1월 말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서 은행권의 수익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일본의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악화된 -1.4%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우려는 더욱 증폭됐다.

경기가 침체에 진입한 데다 마이너스 정책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되레 은행의 수익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 중 일부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받는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들에 수수료를 부과해 대출을 촉진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지만, 경기가 침체한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대출을 유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또 BOJ가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면서 10년물 국채금리도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졌으며, 은행간 콜금리도 제로 밑으로 떨어졌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일본 상업은행들의 신용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위험도가 더 큰 자산에 은행들이 초과 자금을 배정해야 한다며 3대 은행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 미즈호금융그룹,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 인도 은행권에 쏠리는 우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9일 인도 은행들이 추가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신용에 부정적인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주 인도 최대 은행인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가 작년 12월 말로 끝난 3분기에 순이익이 62% 급감한 111억5천만루피(약 2천5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이후 인도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인도마저 경기 둔화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치는 인도 은행권이 약 1천400억달러(약 172조 6천2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는 인도 은행들이 앞으로 1년간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 국영 은행들의 부실 자산 비중은 2011년 6%에서 2015년 9월 14%까지 높아졌다. 금액으로는 8조루피(약 143조 9천200억원)에 이른다.

크레디스위스에 따르면 인도 국영은행들의 NPL 비율은 4%를 웃돌아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다. 상업은행들의 NPL 비율도 2%에 육박해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인도 은행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대형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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