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이뉴스투데이
최근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Second Life Innovation」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펴냈다. 지금과 같은 인생이모작 시대에 어떻게 발상을 전환하여 보람 있는 후반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조사, 분석한 자료이다. 이 자료 중에 정년 후의 후반인생이 얼마나 긴가를 계산한 내용이 있다.

즉, 60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80세 까지만 산다고 가정을 해도, 후반인생은 20년이 된다. 하루에 10시간만 자유시간(남는 14시간을 수면, 식사 등에 쓰는 시간으로 가정)으로 계산해도, 20년 이면, 7만 시간이 넘는다. 이 7만 시간의 길이는 어느 정도 인가?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의 학창시절에 일요일, 방학 등을 빼고 순수하게 수업을 받는 시간의 3배가 넘고, 20대 중반에서 60대 가까이 까지의 현역시절에 직장에 나와 있는 시간과 비슷한 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보다 고령사회를 일찍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이 긴 후반인생을, 좀 더 돈을 벌기 위한 인생을 살 것인가, 자기실현을 위한 인생을 살 것인가, 사회환원적인 인생을 살 것인가, 아니면 이 세가지를 병행해가며 살 것인가, 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현역시절부터 준비를 한다. 모든 직장인이 획일적인 노후를 보내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생각으로 후반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후반인생을 설계할 경우 우리나라 직장인의 대부분은 할 수만 있다면 정년 후에도 일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어쩌면 일을 하고 싶지 않더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형편에 처해있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과도한 교육비, 내 집 마련자금 지출 등으로 충분한 노후자금을 마련한 직장인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형편은 선진국 직장인들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앞에 소개한 노무라종합연구소가 일본에서 앞으로 1~2년 내에 60세 정년을 맞게 될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60세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 80%에 이르고 있다. 일을 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이유, 노후생활자금마련」(61%), 「생활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용돈 정도라도 벌기 위해」(20%) 등으로 대답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60세 정년까지 일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년 후에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 최저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 이상이 일을 하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에 비해 노후대비가 훨씬 덜 되어있는 한국의 직장인들이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무리 일을 하고 싶다 해도 일자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의 경우에는 고령자들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일자리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을 한다. 물론 그런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고령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 가장 시급하다 할 것이다.

고령자들이 일을 계속 하려 할 경우 일자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또 한가지 있다. 일자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과거에 자신이 어떤 높은 지위에 있었다 하더라도, 화려하고 권한 있는 일자리는 젊은 세대에게 양보하고, 어찌보면 허드렛일에 가까운 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눈에 장애물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게 하는 기술, 경쟁자가 아니라 조언자라고 생각하게 하는 기술을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이다.

일에 대한 대가로 받는 희망소득을 낮추어 잡는 마음가짐 또한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앞에 예를 든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월 희망소득을 10만엔~30만엔(80만원~240만원)으로 대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준으로 보아도 희망소득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년 후의 후반인생을 자기실현 또는 사회환원적인 일을 하면서 보내는 방법도 있다. 샐러리맨 시대에 찾지 못했던 인생의 의미를 후반인생에서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현역시절에 못했던 공부를 하기 위해 해외유학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다른 나라의 생활을 체험도 할 겸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해외에 장기 체류를 하는 사람도 있다. 향토문화를 연구하거나, 예술, 종교활동 또는 각종 저술활동을 하기도 한다.
 
NPO(Non Profit Organization: 민간비영리조직) 를 만들거나 그런 조직에 참여하여 의료, 복지, 교육 등과 관련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원봉사활동이라고 해서 100%무료봉사는 아니다. 약간의 수당을 받기도 한다. 기본생활비 걱정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용돈 정도를 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에는 NPO에서 일하는 사람을 취업인구에 포함시킨다. 2003년 말 현재 NPO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체 취업인구의 9.8%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실현 이나 사회환원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언론 등에 소개된 사례는 대부분 성공사례이고, 겉모양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막상 시작을 하고 보면 좌절감을 갖게 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수혜자들로부터 약간의 돈을 받았다가 모함을 받을 수도 있다. 말로는 자원봉사활동이라고 하면서 속셈은 돈을 벌려는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은 거의 기대를 하지 않고, 일에서 오는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 남들이 고마워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서 한다는 각오가 없이는 이런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후반인생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소신 또는 긍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학생시절에는 교과서나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옳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좋은 학생이 될 수가 없었다. 회사에 근무할 때는 회사가 옳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우수한 회사원이 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정년 후의 후반인생을 설계할 때는 주위의 시선이나 평판보다는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후반인생은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후반인생설계를 할 때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의 일을 할 것인가를 확실히 정하는 것이다. 수입을 얻기 위한 일을 할 것인가, 주위로부터 인정 받는 사회환원적인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할 것인가를 확실히 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취미로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수입이 따라 오거나, 수입을 바라고 일을 시작했는데 그 일이 자신의 취미와 일치하게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수입도 얻고, 남보기에도 그럴 듯 하고, 자신의 취미에도 맞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강  창  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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