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2000년대초반 깔끔한 정장에 검은 가방을 든 남성들이 서울 시내 거리 곳곳을 활보 하던 시대가 있었다.

이들은 남성 고객들을 찾아가 고객의 ‘건강과 자산’을 관리한다며 고객 앞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해당 고객에게 필요한 자금을 설명하며, 가장으로써 그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부재시 남게될 가족의 미래에 대한 준비를 호소했다. 그들의 노력의 결과, 어느덧 국내시장에 ‘종신보험’ 열풍이 불었다.

이같은 종신보험은 물론, 이어진 변액보험, 연금자산 등 연거푸 전개되는 고객들의 보험에 대한 뜨거운 바람의 중심엔 단연,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그 주역이었다.

이들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은 남성 설계사들을 보험시장에 투입 시키며 국내 보험사들의 기존 영업방식에 충격을 안겼다. 나아가 보험산업 전반적인 영업방식의 업그레이드가 일어나는 발판도 마련했다.

이전까지의 국내 보험사들은 대체로 아줌마들을 중심으로 빌딩타기, 사탕나눠주기 등 개척영업과 지인위주의 영업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프로젝트100작성, 전화약속과 소개마케팅, 고객의 자산관리, MDRT제도 도입 등 선진적 보험 영업 방식을 소개하면서 보험영업방식 면에서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그결과, 국민들의 보험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게 됐다. 과거의 보험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바뀌어 고객의 필요에 의한 자발적인 가입도 늘었다.  어느덧, 국내 보험시장은 가구당 보험가입률 99.7%에 달하는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 것.

정작, 국내 보험시장에서 변화의 주역을 담당한 이들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은 이제 매각을 통해서 국내시장에서의 철수를 고려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초부터 ING생명을 비롯해 알리안츠생명, PCA생명 등 외국계생명보험사들의 매각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계 보험사의 국내 추가 진출 가능성도 점쳐 지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온라인 전용 손해보험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가 BNP파리바그룹에 인수된 후 한 동안 잠잠했던 보험업계 인수합병(M&A)시장이 2016년 새해 벽두부터 이들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먼저, 보험업계에선 ING생명보험을 주목하고 있다. ING생명의 경우,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의 매각제한 시점을 이미 넘겼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시장에 나와 매각 수순이 전개될 전망이다.

ING생명을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2월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400억원에 인수하면서 금융위원회와 매각 제한 시점을 2년으로 약속했었다.

ING생명 역시 지난 2년 동안 재매각을 고려해 기업가치 관리에 주력했었다. ING생명의 영업이익은 2013년 2537억원에서 2014년 3003억원으로 18% 늘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출시한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인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무배당)'의 경우 국내 보험시장에서 히트 치면서 2015년 영업이익을 더욱 높였다.

이런 까닭에 2년동안 영업실적과 기업가치가 오른 ING생명에 대한 적절한 자금회수(엑시트) 시점이 올해 상반기로 점쳐진다.

MBK파트너스 역시 자금회수 초기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MBK는 총1조2000억원의 ING생명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을 마무리했다. 매각 당시 1조8400억원이었던 몸값은 현재 2조5000억원 안팎까지 뛴 것으로 추정된다.

알리안츠생명과 PCA생명 역시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위한 매각 절차 진행에 나서고 있다는 전망이다.

이들 보험사들은 국내시장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포화된 국내 보험시장에서 뚜렷한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2020년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요구되자 계속 유지하는 것이 '짐'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지난 1999년 독일계 알리안츠 그룹이 제일생명보험을 인수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국내 생보시장에 진출한 지 어연 17년이 됐지만 여전히 제일생명 당시의 기업 문화가 계속 존속해 보험업계에선 고령화된 조직이란 평가를 받았다. 2014년 기준 회사의 순자산가치는 1조원 내외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알리안츠생명은 매각절차와 더불어 설계사 영업 폐지(런 오프) 및 별도의 독립법인대리점(GA) 설립 등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다. 이와중에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매각과 대규모 구조조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도 열어, 회사가 대체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PCA생명의 경우, 2001년 영국 프루덴셜그룹이 영풍생명을 인수하면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PCA생명이 지난 2015년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인수 후보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한국진출 16년만에 철수를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주관사를 통해 사전 시장조사를 진행중인 PCA생명은 그동안 변액보험 등을 주력 상품으로 마케팅을 펼쳐온 보험사다.

PCA생명의 매각절차 돌입은 아시아시장의 보험사업 재편작업 일환으로 보인다. PCA생명의 몸값은 현재, 2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프루덴셜그룹은 지난해 5월 PCA생명 일본 법인을 일본 SBI홀딩스에 매각한 바 있다.

외국계는 아니지만 KDB생명도 매각절차에 돌입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 펀드 만기가 2017년 2월4일로 다가오면서 재매각 작업에 착수한 것.

애초, KDB생명은 KDB대우증권과 패키지 매각을 시도했으나 산은이 아닌 계열 사모펀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해관계자들 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었다.

이같은 외국계를 중심으로 한 생명보험사들의 매각과 철수 움직임에 반해 중국계 보험사들의 역방향 행보에 보험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들어 중국계 보험사들이 풍부한 현금자산을 앞세워 한국 금융시장의 문을 적극 노크하고 있다.

이미 중국 안방보험이 국내 보험시장을 적극 문 두드린 결과, 동양생명을 인수에 성공하면서 여타 한국시장 진출을 꿈꾸는 중국내 보험사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보험권에선 벌써부터 알리안츠생명 인수에 중국 핑안보험그룹 등 중국계 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중국계 보험사들이 한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중국금융권에선 한국의 금융시장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저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도 낮다고 보는 탓이다.

이런 탓에 중국계 보험사들은 한국 시장에선 저축성 보험 판매 실적을 크게 올려 자산운용에 이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실제,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한 동양생명의 경우, 지난 1월부터 단기간에 자산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대대적으로 판매해 일시납 수입보험료 목표치인 30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뿐만아니다. 중국계 보험사들 입장에선 한국 시장이 중국과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것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해들어서 보험시장 M&A의 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줄지어 인수·합병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엔 국내 보험사가 주로 매물로 나와 외국계 자본에 M&A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올해는 국내시장에 진출했던 외국계 보험사들이 철수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다”며 “이같은 외국계 보험사를 인수할 보험사가 국내에 있을지 의문인 가운데,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계 금융사들이 이들을 인수해 국내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도 큰 만큼, 보험권M&A에 전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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