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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이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은행 노조가 성과주의 도입에 대한 논의를 미루며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직원들에게 성과주의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위해 특별승진을 단행하고 있지만 은행이 객관적인 개인평가제도 조차 제대로 도출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노조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특별승진이라는 카드로 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다.KB국민은행은 지난달 8일 사무직원, 계장, 대리, 차장, 부지점장등 5개의 직군에 따라 임금을 2~3.2%까지 차등 인상하는 내용의 2015년 임단협을 체결한 바 있다.

이어 신한은행은 지난달 28일 정기인사를 통해 지점장 승진자 138명 중 90명 가량이 40대로 발탁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0% 미만을 밑돌던 40대 지점장 승진자의 비율을 70%가량 늘어났다.

아울러 차장→부지점장, 부지점장→지점장 승진 연한을 각각 6~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차장급이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기존 14년에서 10년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16일 성과가 우수한 행원급 직원 6명을 특별승진시켜 통상 4~5년 걸리는 승진 연한을 단축시킨 바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2016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성과가 좋은 직원을 인사에서 우대하는 인사 제도가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성과주의가 필요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은행들의 행보는 최근 정부·당국의 성과주의 도입 압박에 노조 합의 없이도 가능한 인사 조치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중은행들의 성과주의 도입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 노조들이 성과주의 도입 강력 저지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주의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기업은행도 노조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노조측의 성과주의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 노사 합의가 도출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을 체감하려면 금융권에 성과주의가 뿌리내려야 한다"며 "맡은 업무에 잘하는 직원일수록 더 좋은 대우를 받도록 차등화하겠다"며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승진을 통해 고성과자들을 승진시킨 것은 은행에 있어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이는 구조조정 규모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제대로 된 성과주의 도입을 위해서는 은행 노동조합와의 협의가 필수지만 노조의 반발이 가장 큰 문제다.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노조에 밀려 성과주의 도입이 무산된다면 특별승진을 단행한 은행들은 비용만 날리게 된다.

더욱이 성과주의 도입을 주장하는 은행 측에서조차 효과적인 개인별 성과평가제를 제안하지 못하고 있어, 노조 설득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노조 관계자는 "성과주의 제도 도입에 대해 다음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자고 결정했지만, 은행들의 움직임을 보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전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평가제도를 제안하지 않는 이상 타협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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