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카드업계가 새해를 맞아 ‘매각설’에 휩싸인 카드사들 문제로 다시 어수선하다. 이번 매각설의 주인공은 국내 8곳 카드사 중 삼성·현대·롯데 등 대기업 카드사들이다.

이들 카드사들은 그룹사가 칼자루를 쥐고 있어 그룹의 전략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그 어느때 보다 긴장도가 높다. 더구나 정부가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펼치고 은행권 위주로 체크카드를 장려하면서 이들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연초에 걸쳐 제기되는 '매각설'에 이들 카드사들은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카드업으로 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키 어려운 만큼, 이들의 주름살만 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드사 매각설의 첫 단추는 먼저 삼성 카드가 풀었다. 지난해 11월 그융권에선 삼성카드 매각설이 꾸준히 돌았다. 급기야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71.86% 매각을 농협에 제안했고, 농협이 이를 인수코자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삼성카드 매각설은 이후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삼성카드 측은 매각설에 불이 붙자 이의 진화에 분주했다. 부랴부랴 “계획에 없다", "사실이 아니다" 며 전면 부인하고 나섰으며 급기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까지 직접 나서서 ‘매각설’을 잠재우는 데 급급했다.

정작, 삼성그룹 입장에서 바라보면 삼성카드는 여타 계열 금융사들과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경우 최대주주가 같은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다.

하지만, 삼성카드의 경우는 최대주주가 금융사가 아니다. 자연히, 금산분리 등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개편문제가 거론시 삼성카드 매각문제는 피해 나갈 수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 삼성카드의 지분 37.5%를 보유한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이런탓에 삼성그룹의 금융 부문 정리가 시작된다면 단연 정리 1순위는 삼성카드가 될 수밖에 없는 것.

뿐만아니다. 최근,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개편하고 있다. 이재용부회장은 핵심사업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조직을 슬림화해 실속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단연, 삼성그룹은 잘하는 사업부문에 집중하고 실적부진이 지속되거나 불필요한 사업부문은 과감한 정리할 방침이다. 사업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는 것.

이같은 삼성그룹의 선택과 집중 대상에 큰수익을 내기 어려운 삼성카드가 제대로 위치 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문제가 따른다.

삼성카드 매각설은 2010년이래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0년 당시 삼성카드가 신세계그룹에 매각된다 했을때도 삼성카드측은 ‘전면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제기되는 ‘매각설’이 카드업계 대외적인 상황과 맞물려 단순히 ‘설’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관련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현대카드 역시 금융권에서 매각설로 화자되고 있다. 현대차와 GE캐피탈의 합작이 지난 2015년 말로 끝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탓이다.

지난 2005년 GE캐피탈은 현대차그룹과 합작하면서 6783억원을 투자해 현대캐피탈 지분 43.3%, 현대카드 지분 43%를 매입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 이후 GE캐피탈은 금융사업을 축소키로 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과 지분 매입 당시 설정한 ‘계열 기간 10년’이 지난 2015년 말로 만료되면서 전 지분을 정리키로 결정한 것.

금융권에선 처음엔 현대차그룹이 GE캐피탈이 처분에 나서는 현대카드 지분을 100% 인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작, 현대차그룹은 지분 인수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지분 매각이 현재까지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

실제, 현대차그룹은 GE캐피탈이 내놓은 매물의 지분중 현대캐피탈 지분만 매입키로 결정했다. 현대카드 지분은 제3자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현대카드 지분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미 현대차그룹이 현대카드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고 지분도 36.95%나 보유한 판에 굳이 전 지분을 매입할 필요가 있냐는 관점 때문이다.

물론, 현대차그룹이 이를 인수키위해선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는 고민도 깔려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지분을 모두 매입하기 위해선 약 1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GE캐피탈입장에선 현대카드의 지분 매각을 위해선 제3의 대상을 물색해야한다. 하지만 국내 경영 여건상 사실상의 현대차그룹 말고선 현대카드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나설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이 사실상의 경영권을 쥐고있는 마당에 어떤 투자자들이건 GE캐피탈 지분 인수에 나설 까닭이 없다.

더구나 캐피탈은 자동차가 주력사업인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중요한 사업영역이다. 하지만, 최근 성장성 둔화를 겪는 카드사의 경우, 수천억원을 쏟아 부을 만큼 가치가 있지않다. 이래저래 현대카드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다.

롯데그룹내 호텔롯데가 지주사로의 전환을 앞두면서 롯데카드 역시 ‘매각설’이 나돌아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롯데카드 매각설은 ‘형제의 난’을 겪으면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해지고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지난 8월11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본격 흘러나왔다. 신 회장은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며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회장이 직접 ‘지주사 전환’을 대국민 앞에 천명하면서 관련법상 롯데카드 매각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온 것.

공정거래법상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지주사가 될 경우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 사업은 2년 이내에 접어야 한다. 실제, 지난 2003년 LG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LG증권, LG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한바 있다.

물론, 대안이 있다. 해외 계열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면 된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그동안 ‘일본 기업’이라는 국적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결국 공정거래법에 따라 롯데카드는 매각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게 된 것.

하지만, 롯데카드측은 언론을 통해 “유통 및 호텔사업 지원 차원서 카드사업은 필수다”며 “매각을 검토한 적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이같은 그룹사 중심의 카드사 매각설에 대해 카드업계에선 “삼성, 현대차, 롯데 등 그룹사들을 중심으로 한 자사 카드사에 대한 매각설이 진위여부를 떠나 전체적으로 카드업계의 어두운 업황 전망탓에 카드업계 모두가 공멸의 위기에 처해있는 현실을 대변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당장, 정부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해 올해부터 최대 0.7% 수수료 인하에 나서야 한다. 카드사들은 연간 6700억원의 수입을 잃게 된 것.

뿐만아니다. 대형가맹점들도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대형가맹점은 전체 고객의 0.5%에 불과하다지만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매출액 비중 49%나 차지하는 카드사들의 주요 고객이다. 때문에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하 요구도 카드사들 입장에선 골칫덩이가 아닐수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매각설로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수수료율 인하등으로 카드사의 경영환경 마저도 갈수록 더욱 악화된다”며 “더구나 인터넷은행이 등장해 기존 카드사 고객들마저도 흡수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결제시장에서의 주도권마저 뺏길 우려마저 커졌다”고 한숨만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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