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병모 기자]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해 4.29 재보선 때 자신에게 쏟아졌던 호남민심이 멀어져 가면서 이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 됐다. 그렇게 토라진 민심은 더민주를 탈당해 안철수 의원에게로 불랙홀 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천 의원 자신이 그렇게 정치적 행보를 했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겠다. 호남민심을 제대로 붙잡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내다 순식간에 빼앗겼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외로움에 떨고 있을 게다.
그렇다고 안철수와 손잡고 함께 나아가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미 국민의당은 안철수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섰던 2012년에 함께했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천 의원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마저 없다. 가봤자 천 의원으로서는 역할도 없고 자신의 정치를 실현시키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조직마저 촘촘히 짜여가고 있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신을 떠나고 있는 호남민심 속에서 천정배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없단 말인가.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궁하면 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많다.
천 의원은 히든카드로 자신의 색깔인 진보좌파의 이념과 맞고 색깔도, 성향도 딱 맞아떨어지는 문재인과 손을 잡는 것만이 해답이다. 좀 더 얘기하면 호남비주류 의원들의 탈당정국 속에서 옴싹 달싹도 못하는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러브콜을 받아들이면 된다는 뜻이다.
이런 와중에 문 대표는 14일 하염없이 추락하는 당을 살릴 회심의 카드를 꺼내 보였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한 ‘경제민주화의 아이콘’ 김종인 박사를 영입했다. 여기에 천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와 야권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백약이 무효이고 자신의 정치적 진로마저 위태로운 문재인 대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오는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할 공동선대위원장에 천 의원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야권대통합을 시도하고 호남민심을 회복한다는 전략 차원에서 그렇게도 물러나라고 해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던 문 대표로서는 절묘한 대안이었다.
고집불통의 문 대표가 더구나 자신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2선 후퇴를 한다. 그것도 모자라 총선을 도맡아 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천 의원을 택했다는 것은 전향적인 자세가 아닐 수 없다. 호남민심을 거슬려서는 야당의 존재이유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성 싶다.
문 대표의 이런 회심의 카드는 안 의원에게 자리를 내 주고 입지가 좁아진 천 의원으로서는 이념 스팩트럼이 서로 맞는 문 대표의 제안을 마냥 거부할 수 없는 형국이다. 그동안 천 의원은 “너나 잘해라”하며 문 대표에게 응대한 순간부터 ‘자신은 잘하고 있느니 언젠가 때가 되면 서로 합칠수 있으리라’는 메시지를 준 게 아닌가 싶다.
이후 안철수 의원이 더민주를 탈당한 후 연대는 없다고 했을 때 “그럴 필요가 없는데” 라고 되받아 친다. 그리고는 광주 출신의원으로 첫 탈당한 3선의 김동철 의원을 향해 "새로운 인물을 모아 경쟁구도를 만들자는 것이 자신의 의도였는데 곤혹스럽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지사 등이 신당 창당을 주도해나가면서 천 의원에게 ‘통합해야 호남정치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제안했을 때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천 의원의 태도가 문재인의 러브콜과 오버랩 되고 있다.
천 의원으로서는 자신이 과거 민주당을 깨면서 반 부패정당, 반 개혁정당으로 몰아세웠는데 이제 와서 그들과 또 다시 결합한다는 그 자체가 용납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비록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분당을 했던 상황이 잘못됐음을 진정성 없이 사과했지만 호남중심의 신당과의 통합을 이런 저런 핑계를 대가며 선긋기를 해왔다. 자신이 부패집단으로 내몬 구 민주계 사람들과 합친다는 것은 이념상 서로 맞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천 의원의 통합신당과의 거리두기는 말로는 “뉴DJ를 모아 새정치연합 후보와 경쟁을 시키겠다는 게 저의 공약”이라고 떠들어 대고는, 실제로는 친노 비주류에서 주류로 진입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었다는 예측이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렇다면 천 의원은 이제부터라도 그간의 이중적인 행보를 벗어 던진 후 차라리 ‘나, 천정배는 이런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문대표의 러브콜을 받을 수 밖에 없다“솔직하게 고백하는 게 나을 성 싶다.
그리고 그간 문재인과 물밑으로 교감을 가져왔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위해 타이밍을 재는 것보다 ‘광주에서 호남정치를 복원한다고 속 좁게 남아있을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친노의 호랑이굴인 더민주당으로 가겠노라’고 선언하면 된다.
그리고는 합당을 위한 굵직한 전제조건 하에서 협상에 나서면 된다. 우선 천 의원은 현재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문 대표가 공동선대본부장을 조건으로 내건 만큼 일단 더민주당으로 들어가되 정치개혁 조건으로 3가지를 내걸면 된다.
첫째 호남정치를 이토록 피폐하게 만든 친노와 486운동권 세력을 척결한다는 의지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호남정치 복원을 광주에서 할 게 아니라 친노 본거지인 더민주에서 정통성도 가지면서 치열하게 개혁을 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이사람 저사람이 몰려들면서 누더기당으로 전락한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진검승부를 하는 것이다. 안 의원이 비록 호남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제대로 착근하지 못하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안철수가 제2의 친노 패권주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커져가면서 미덥지 못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윤 장현 시장을 전략공천토록 담합을 하고 광주시민들의 공천권을 빼앗아간 이른바 ‘신오적’들이 안 의원의 우산 속으로 숨어들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셋째는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을 공천해서 호남정치가 이토록 쪼그라들게 한 친노 세력과 신오적 등을 겨냥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총선에서 교체된다면 광주에서 자연스레 60%이상의 물갈이가 이뤄지게 될 경우 역설적으로 천정배는 호남정치 복원을 이루게 된 셈이다.
특히 이리갈까 저리갈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용섭 전 의원을 동반자로 끌어들이게 된다면 광주에서 그만한 인물이 없기에 총선구도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겠다.
따라서 ‘더 민주와 안 신당’의 대결구도로 총선을 치룬다면 과거 민주당 일당 독재 하에서 ‘기호 2번’에 몰표를 던졌던 호남지역 유권자의 선택 폭도 그만큼 넓어질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천 의원의 뜻대로 더민주당 안에서 친노 개혁이 이뤄지고,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선선한 인물을 타깃 영입한 뒤 기존의 정치인과 1대1로 맞붙게 한다면 총선에서의 승리도 낙관할 수 있을 게다. 그리되면 현재 호남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반노 바람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은 총선 프레임을 현재의 ‘친노 대 반노의 대결구도’에서 ‘구태인물과 참신한 인물’ 구도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광주시민들이 그렇게도 바라는 호남정치복원을 위해 친노 척결 등 개혁차원에서의 드라이브를 걸 수가 있고, 그렇게 된다면 이제껏 자신으로부터 멀어진 호남민심을 달랠 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의 우산 속으로 몸을 숨긴 기존 정치인들을 총선경쟁을 통해 물갈이 시키는 것도 큰 줄기의 호남정치 복원이 될 수 있다.
이제 천 의원의 결단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 합당 여파는 호남에서 ‘제2의 친안’의 길을 걷고 있는 국민의 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건강하고 바람직한 정치세력으로 다시 한번 급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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