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병모 기자]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해 4.29 재보선 때 자신에게 쏟아졌던 호남민심이 멀어져 가면서 이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 됐다. 그렇게 토라진 민심은 더민주를 탈당해 안철수 의원에게로 불랙홀 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지난해 12월 29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우리당 창당 주도’에 대한 사과로 다소곳이 인사를 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천 의원 자신이 그렇게 정치적 행보를 했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겠다. 호남민심을 제대로 붙잡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내다 순식간에 빼앗겼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외로움에 떨고 있을 게다.

그렇다고 안철수와 손잡고 함께 나아가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미 국민의당은 안철수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섰던 2012년에 함께했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천 의원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마저 없다. 가봤자 천 의원으로서는 역할도 없고 자신의 정치를 실현시키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조직마저 촘촘히 짜여가고 있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신을 떠나고 있는 호남민심 속에서 천정배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없단 말인가.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궁하면 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많다.

천 의원은 히든카드로 자신의 색깔인 진보좌파의 이념과 맞고 색깔도, 성향도 딱 맞아떨어지는 문재인과 손을 잡는 것만이 해답이다. 좀 더 얘기하면 호남비주류 의원들의 탈당정국 속에서 옴싹 달싹도 못하는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러브콜을 받아들이면 된다는 뜻이다.

이런 와중에 문 대표는 14일 하염없이 추락하는 당을 살릴 회심의 카드를 꺼내 보였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한 ‘경제민주화의 아이콘’ 김종인 박사를 영입했다. 여기에 천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와 야권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백약이 무효이고 자신의 정치적 진로마저 위태로운 문재인 대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오는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할 공동선대위원장에 천 의원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야권대통합을 시도하고 호남민심을 회복한다는 전략 차원에서 그렇게도 물러나라고 해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던 문 대표로서는 절묘한 대안이었다.

고집불통의 문 대표가 더구나 자신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2선 후퇴를 한다. 그것도 모자라 총선을 도맡아 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천 의원을 택했다는 것은 전향적인 자세가 아닐 수 없다. 호남민심을 거슬려서는 야당의 존재이유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성 싶다.

문 대표의 이런 회심의 카드는 안 의원에게 자리를 내 주고 입지가 좁아진 천 의원으로서는 이념 스팩트럼이 서로 맞는 문 대표의 제안을 마냥 거부할 수 없는 형국이다. 그동안 천 의원은 “너나 잘해라”하며 문 대표에게 응대한 순간부터 ‘자신은 잘하고 있느니 언젠가 때가 되면 서로 합칠수 있으리라’는 메시지를 준 게 아닌가 싶다.

이후 안철수 의원이 더민주를 탈당한 후 연대는 없다고 했을 때 “그럴 필요가 없는데” 라고 되받아 친다. 그리고는 광주 출신의원으로 첫 탈당한 3선의 김동철 의원을 향해 "새로운 인물을 모아 경쟁구도를 만들자는 것이 자신의 의도였는데 곤혹스럽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지사 등이 신당 창당을 주도해나가면서 천 의원에게 ‘통합해야 호남정치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제안했을 때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천 의원의 태도가 문재인의 러브콜과 오버랩 되고 있다.

천 의원으로서는 자신이 과거 민주당을 깨면서 반 부패정당, 반 개혁정당으로 몰아세웠는데 이제 와서 그들과 또 다시 결합한다는 그 자체가 용납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비록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분당을 했던 상황이 잘못됐음을 진정성 없이 사과했지만 호남중심의 신당과의 통합을 이런 저런 핑계를 대가며 선긋기를 해왔다. 자신이 부패집단으로 내몬 구 민주계 사람들과 합친다는 것은 이념상 서로 맞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천 의원의 통합신당과의 거리두기는 말로는 “뉴DJ를 모아 새정치연합 후보와 경쟁을 시키겠다는 게 저의 공약”이라고 떠들어 대고는, 실제로는 친노 비주류에서 주류로 진입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었다는 예측이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렇다면 천 의원은 이제부터라도 그간의 이중적인 행보를 벗어 던진 후 차라리 ‘나, 천정배는 이런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문대표의 러브콜을 받을 수 밖에 없다“솔직하게 고백하는 게 나을 성 싶다.

그리고 그간 문재인과 물밑으로 교감을 가져왔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위해 타이밍을 재는 것보다 ‘광주에서 호남정치를 복원한다고 속 좁게 남아있을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친노의 호랑이굴인 더민주당으로 가겠노라’고 선언하면 된다.

그리고는 합당을 위한 굵직한 전제조건 하에서 협상에 나서면 된다. 우선 천 의원은 현재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문 대표가 공동선대본부장을 조건으로 내건 만큼 일단 더민주당으로 들어가되 정치개혁 조건으로 3가지를 내걸면 된다.

첫째 호남정치를 이토록 피폐하게 만든 친노와 486운동권 세력을 척결한다는 의지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호남정치 복원을 광주에서 할 게 아니라 친노 본거지인 더민주에서 정통성도 가지면서 치열하게 개혁을 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이사람 저사람이 몰려들면서 누더기당으로 전락한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진검승부를 하는 것이다. 안 의원이 비록 호남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제대로 착근하지 못하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안철수가 제2의 친노 패권주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커져가면서 미덥지 못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윤 장현 시장을 전략공천토록 담합을 하고 광주시민들의 공천권을 빼앗아간 이른바 ‘신오적’들이 안 의원의 우산 속으로 숨어들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셋째는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을 공천해서 호남정치가 이토록 쪼그라들게 한 친노 세력과 신오적 등을 겨냥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총선에서 교체된다면 광주에서 자연스레 60%이상의 물갈이가 이뤄지게 될 경우 역설적으로 천정배는 호남정치 복원을 이루게 된 셈이다.

특히 이리갈까 저리갈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용섭 전 의원을 동반자로 끌어들이게 된다면 광주에서 그만한 인물이 없기에 총선구도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겠다.

따라서 ‘더 민주와 안 신당’의 대결구도로 총선을 치룬다면 과거 민주당 일당 독재 하에서 ‘기호 2번’에 몰표를 던졌던 호남지역 유권자의 선택 폭도 그만큼 넓어질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천 의원의 뜻대로 더민주당 안에서 친노 개혁이 이뤄지고,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선선한 인물을 타깃 영입한 뒤 기존의 정치인과 1대1로 맞붙게 한다면 총선에서의 승리도 낙관할 수 있을 게다. 그리되면 현재 호남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반노 바람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은 총선 프레임을 현재의 ‘친노 대 반노의 대결구도’에서 ‘구태인물과 참신한 인물’ 구도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광주시민들이 그렇게도 바라는 호남정치복원을 위해 친노 척결 등 개혁차원에서의 드라이브를 걸 수가 있고, 그렇게 된다면 이제껏 자신으로부터 멀어진 호남민심을 달랠 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의 우산 속으로 몸을 숨긴 기존 정치인들을 총선경쟁을 통해 물갈이 시키는 것도 큰 줄기의 호남정치 복원이 될 수 있다.

이제 천 의원의 결단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 합당 여파는 호남에서 ‘제2의 친안’의 길을 걷고 있는 국민의 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건강하고 바람직한 정치세력으로 다시 한번 급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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