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 분야에 걸쳐 트랜드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광의적으로 트랜드가 곧 '생활' 자체로 변화하고 있다. 트랜드를 통해 오늘날의 삶의 모습을 정의하고 내일의 삶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된 것. 이에 이뉴스투데이는 트랜드 전문가 인터패션플래닝의 박상진대표를 통해 트랜드 변화를 진단하는 장을 마련했다. 

박상진대표
(주) 인터패션플래닝 대표이사
(주) 트렌드포스트 대표이사
에이다임 인터패션플래닝사업부 前 본부장
매일경제리서치 / 트렌드모니터 前 경영이사

 ‘희소성의 법칙’은 ‘최소비용 최대효과’란 경제원칙의 핵심이다.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재화와 용역은 유한한데 반해 그것으로 욕구를 충족하려는 사람은 무한에 가깝기 때문에 성립되는 명제다. 특히 사람이 가진 ‘배타적 소유욕’에 의해 희소성은 생산과 소비에 있어 최우선적 고려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트랜드의 핵심 또한 희소성과 일맥상통한다. 즉, 어떤 희소성에 대한 수요가 특정된 시대적 표현방식을 타고 대중화되는 게 트랜드라는 얘기다. 트랜드가 궁금하다면 과거에 나타났던 트랜드 속에 담겨있던 희소성이 무엇이었는지 살피고, 현재에 요구되고 있는 희소성은 어떤 것인지 찾고, 미래에 꽃이 필 희소성의 씨앗을 예측하면 된다.

2010년까지 브랜드 전성시대였다. 어떤 사업이든 브랜드가 돼야 돈을 벌었다. 사업주는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브랜드 만들기에 혈안이 됐다. 자연히 홍보와 마케팅이 사업전략의 핵심이었고, 소비자와의 소통이 주요한 업무였다. 당연히 ‘브랜드=기업 상품’이란 등식이 깨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이런 흐름이 눈에 띠게 나타난 산업이 패션을 비롯한 디자인 상품 및 서비스 분야였다. 브랜드를 소유하고 싶었던 소비자가 사라지고 브랜드 무용론에 동의하는 소비자가 급증했다. 어지간하면 한 두 개씩 소유해 사용하는 소위 ‘명품 가방’이 대표적 사례다. 너무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구매 욕구를 잃었다. 

시장은 브랜드를 상품의 표면에서 감추는 디자인과 마케팅을 펼쳤지만 시들해진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결국 ‘노 브랜드’ ‘브랜드리스’와 같은 패드(Fad)적 트랜드와 함께 브랜드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 시대에 존재했던 희소성은 무엇일까. 시대와 소비자 원했던 희소성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체제의 확장과 함께 개별적 존재의 의미가 급속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드와 소비자 자신을 동일화시키려는 욕구가 팽창됐다. 

같은 맥락에서 ‘노 브랜드’ ‘브랜드리스’의 흐름으로 브랜드시대가 끝났다는 건 소비자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얻었다는 증거다. 누구와도 같지 않은 고유한 존재라는 걸, 그 당연한 사실을 오랜 소비 끝에 알아낸 셈이다. 소비자의 생각 속에 ‘나는 누구인가’가에 대한 답이 풍성해졌고 희소성은 사라졌다.

바야흐로 식(食)의 시대다. 모든 유통점은 새로운 먹거리 매장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TV를 틀면 다양한 형태의 요리 관련 방송이 나온다. 서점에는 조리법부터 재료 찾기까지 온갖 종류의 요리책이 가득하다. 

소비층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 불문이다. 이런 흐름은 2016년도 고입전형에 그대로 반영됐다. 요리 관련 특성화 학교의 인기가 특목고를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90년대의 시작과 함께 시들해졌던 요리학원 역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소비자는 외식 활동을 중심으로 소비했던 식문화를 집안으로 들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부엌과 주방 살림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PA패션처럼 가격이 저렴하고 종류가 다양한 제품에 주목했다. 이젠 높은 가격을 주고 제품을 구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생활가전과 주방용품의 판도가 바뀌었다. 소비자의 욕구는 또 다시 진화 중이다. 

새로운 음식, 더 맛있게 조리된 음식이 아닌 식의 출발점인 재료의 가치에 대한 욕구, 그 재료의 가치를 유지시키는 유통에 대한 욕구, 앞선 두 가지의 욕구를 마지막까지 이어주는 조리법에 대한 소비를 원하고 있다.
 
소비자는 어떤 희소성 때문에 식문화에 심취할까. 그 답은 두말 할 것 없이 ‘나는 누구인가’의 희소성이 사라진 것에서 찾아야 한다. 내가 고유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젠 그 존재를 유지시키는 것에 대한 희소성을 찾는다. 

소비자가 자신에서 자양분을 주려는 것이다. 그 자양분 중 타인과 차별화시키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행위는 먹거리다. 이를 위해서는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식문화로부터의 탈피가 최우선이다. 기꺼이 줄을 서고, 비싼 값을 지불하고,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 시간과 비용을 쓰기 마련이다.

트랜드에서 희소성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재화나 용역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가진 기본적 욕구에 대한 희소성이다. 희로애락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근원적 감성이나 욕구 중에서 시대에 따라 소멸됐거나 훼손됐던 ‘어떤 것’이 트랜드를 형성하는 핵심가치 즉, 희소성이 된다. 
흔히 미디어에서 얘기하는 트랜드는 오늘날 인간이 갈구하는 희소성이 자본주의적 체제 안에서 재화와 용역을 통해 드러나는 구체적 현상 또는 형태다. 이렇게 본다면 모든 트랜드는 인간의 내적 희소성이 발현된 시대적 표현에 불과하다.
 
이제 미래에 다가 올 트랜드를 예측하는 것 어렵지 않다. 앞서 봤던 현재의 트랜드가 가진 희소성이 사라진다는 걸 가정하고, 그 뒤에 요구될 희소성을 찾으면 된다. 그 희소성의 특성에 따라 트랜드가 어느 분야(일단 의식주 중 하나가 중심일 될 것이다.)에서 주도적으로 나타날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를 조사하고 분석하면 될 일이다.
 
트랜드가 궁금하다면 인류 사회에서 불멸의 가치인 희소성에 주목하자. 재화와 용역의 희소성이 아닌 사람에 내재된 근원적 희소성을 생각해 본적 있는가. 대략 2013년을 기준으로 보면 과거에는 근원적 희소성을 살필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아니다. 앞으로는 더욱 더 아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가 잃어버려 희소해진 ‘그것’을 찾는 게 먼저다. 모든 소비는 소비자가 가진 근원적 희소성에 대한 보충을 위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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