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올 한해 IT업계는 기존 스마트폰 중심 체제에서 사업 다변화를 통한 신사업 선점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기존 시장 경계의 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둔화기에 접어들면서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 외에 중저가 제품의 수요가 늘고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사업자들은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에 여념이 없으며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과 LG전자는 경영체제를 전환하고 재도약의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모바일 결제와 같은 ‘핀테크(Fintech)’ 경쟁이 격화되고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이 떠오르면서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을 탄 카카오가 전방위적인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한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도 생존을 위한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케이블TV 1위 업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해 유료방송 시장까지 무차별적인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中國의 역습

올해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이끈 것은 단연 중국 기업들이었다. 지난해 ‘대륙의 실수’로 불리며 급성장한 샤오미와 그 뒤를 이어 스마트폰 강자로 떠오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성장한 샤오미는 보조배터리부터,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 가습기 등 수많은 제품군에서 가격 파괴를 이어가면서 기존 제조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를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 1위에 오른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까지 차지하며 애플, 삼성 등 선두주자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24.6%, 13.7%의 점유율을 차지한 데 이어 화웨이가 8.4%로 3위에 올랐다. 특히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이 각각 2.1%포인트와 1.7%포인트씩 하락한 데 비해 화웨이는 0.9%포인트 상승세를 보였다.

이 밖에도 스타트업정보업체 CB인사이츠가 공개한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리스트 20위 내에 샤오미(460억달러·2위)를 비롯해 핀테크업체 루팍스, 드론 제조사 DJI, 택시앱업체 디디콰이디, 전자상거래업체 메이퇀 등 15개 중국 스타트업이 이름을 올리며 IT업계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술’로 도약 꾀하는 삼성 vs ‘전략’으로 승부 거는 LG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조준호 LG전자 사장(오른쪽)

중국 후발주자들의 무서운 추격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더 이상 ‘아이폰’, ‘갤럭시’와 같은 프리미엄 모델만을 고집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의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리는 시장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제조사들은 여러 계층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중저가 모델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야 하는 동시에 개발비용 증가와 수익성 하락 등에 대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웨어러블 기기와 소프트웨어, 차량용 전장부품, 에너지에 이르는 신사업 영역까지 사업 모델을 확대하면서 모바일 사업 지휘체계 변화를 통해 당장의 돌파구 마련과 새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먼저 LG전자가 지난달 26일 2016년 임원인사를 통해 ‘G4’, ‘V10’ 등의 개발을 주도해온 MC사업본부장 조준호 사장을 3인의 대표이사 중 한명으로 임명하고 책임경영을 내세웠다.

이어 삼성은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에서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주도했던 고동진 사장을 승진시키고 신종균 사장이 겸해온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맡겼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산업공학과 기술정책을 전공하고 기술부문에서만 종사해 온 ‘기술통’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사업 전략을 주로 주도해온 전문 경영인이다.

이 같은 양사의 이번 인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한 것으로, 기술적 혁신을 통해 선두주자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삼성과 획기적인 전략으로 선두를 따라잡고 차별화를 노려야 하는 LG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 ‘모바일 페이’로 옮긴 전쟁터

'삼성페이' 사용 모습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 경쟁이 한계점을 보이기 시작하는 반면, IT는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나와 소비자들의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나 앱을 통해 결제 수단을 간편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다.

‘금융(Financie·)’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인 ‘핀테크(Fintech)’라는 화두 아래 통신,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각자 다른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현재 가장 결정적인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통한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다.

이 분야에서 지난해 애플이 ‘애플페이’를 미국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올해 삼성전자의 ‘삼성페이’가 이에 대적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에 출시됐다. 구글도 ‘구글월렛’의 업그레이드 형태로 ‘안드로이드페이’를 선보였으며 LG전자도 현재 ‘LG페이’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가 NFC(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비해 삼성페이는 MST(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을 더해 기존의 마그네틱 카드리더기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범용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아이폰에 대한 높은 소비자 충성도를 바탕으로 시장을 확보해가고 있는 애플페이와 사실상 안드로이드폰 전체에 제공되는 안드로이드페이에 비해 삼성전자 단말기 일부에만 지원된다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페이의 지원 단말을 중저가 모델과 타 제조사 스마트폰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는 내년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예정이며 비슷한 시기에 LG페이가 새로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 카카오의 모바일 정벌

임지훈 카카오 대표

국내에서는 지난해 합병을 통해 태어난 다음카카오가 지난 9월 ‘다음’을 뗀 ‘카카오’로 사명을 바꾸고 모바일 중심 사업 확대 방침을 표명했다. 당시 임지훈 신임 카카오 대표는 “모바일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속도를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카카오는 이미 지난 3월 ‘카카오택시’ 출시를 통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카카오택시에 이어 10월에는 ‘카카오택시블랙’이라는 고급 택시 서비스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KB국민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인가를 받아 금융 분야까지 진출하게 됐다.

이 외에도 지난 10월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이 뷰티샵 솔루션 업체 하시스의 지분 51%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뷰티 관련 O2O 시장 진출도 선언했으며 모바일 주문 결제 서비스 ‘카카오오더’, 모바일 쿠폰 발급 서비스 ‘카카오톡 타임쿠폰’ 등의 서비스 확대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는 기존 대리운전 업계의 강한 반발 속에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며, 지난 8일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인수해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와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전략도 밝혔다.

이처럼 기존 모바일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O2O 사업 영역에 파죽지세로 진출하고 있는 카카오가 향후 각 영역의 기존 사업자들과 시너지를 창출하게 될지,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가진 플랫폼으로 영세 사업 모델들을 획일화 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논란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설명하는 이형희 SK텔레콤 MNO총괄

방송·통신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지난달 2일 SK텔레콤이 케이블TV사업자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결의한 것이다. SK텔레콤은 1조원에 CJ헬로비전 주식 53.9%를 매입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한다는 계획이며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케이블TV 1위 사업자를 인수한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 등에서 격한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현재 유료방송 1위 자리에 있는 KT와 이동통신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고 SK텔레콤이 케이블TV 가입자를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결합상품을 통한 방송 콘텐츠 ‘끼워팔기’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SK텔레콤은 지난 2일 설명회를 열어 합병법인 설립 후 콘텐츠 산업에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자와 케이블 산업 고도화 등의 계획을 밝혔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다시 “기존 투자액을 단순 합산한 것”, “기존 케이블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눈속임” 등으로 비판했다.

SK텔레콤은 이번 CJ헬로비전 인수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며, 지난 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CJ헬로비전 인수와 합병에 관련한 인가 신청서를 모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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