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이형희 SK텔레콤 MNO총괄이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에 따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텔레콤>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가 반박 자료를 내고 맹비난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안좋은 일 없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해명했다.

◆ SKT “국내 미디어 시장 위기 극복 소임 맡았다”… 실행계획 발표

2일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설명회를 열고 CJ헬로비전 인수와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한 기대 효과와 계획을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 ‘융합’, ‘혁신’, ‘공생’을 내세운 합병법인 설립과 미디어 생태계에 향후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날 설명회에서 이형희 SK텔레콤 MNO총괄은 “우리나라 유료방송 산업 글로벌 미디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고민의 출발”이라며 “침체된 사업의 위기국면 탈피, 성장 동력 찾기라는 SK텔레콤 내부 목적 외에도 국내 미디어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선순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하는 소임을 SK텔레콤이 맡게 된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입자 유치 목적의 가격 경쟁에서 질적 서비스 경쟁 중심으로의 질서 확립 ▲방송통신 융합 기술과 관련 인프라의 발전 계기 마련 ▲콘텐츠 산업 지원과 재교육 확대의 전기 제공 등을 달성 목표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는 우선 미디어 플랫폼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 UHD 확대 등 케이블망 고도화와 쌍방향 지능형 네트워크 구현, 콘텐츠 산업과 스타트업 지원, 미디어 생태계 육성 등에 합병법인이 5년간 5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이를 통해 약 7조5000억원의 생산유발과 4만8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미디어 측면에서 스마트홈·IoT(사물인터넷)가 연계된 통합 홈서비스를 구축할 것과, 문화콘텐츠산업 진흥 측면에서 MCN(Multi Channel Network), VOD 등의 다양한 콘텐츠 확보, SK브로드밴드의 ‘뽀로로’와 같은 유망 콘텐츠 발굴·육성,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의 계획을 내놨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진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방송 본연의 기능 중 ‘지역성’ 확보에 대한 문제를 의식하고 지역민 참여 방송을 비롯한 지역채널 특화 콘텐츠 확대 등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KT·LGU+ “모호한 표현으로 포장… 실소 금할 수 없어

같은날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5조원 투자 계획에 대해 “기존 투자액을 향후 계획으로 둔갑시켰다”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존 투자액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해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며 SK텔레콤이 주장하는 생산 및 고용 유발 효과 역시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디지털 전환, UHD확대, MCN 등도 방송통신 시장의 최근 흐름 이번 인수합병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하고 SK텔레콤이 유망 콘텐츠 육성 사례로 꼽은 ‘뽀로로’에 대해서도 “SK브로드밴드가 프로그램 제작단계부터 투자해 콘텐츠를 타 플랫폼에 제공하지 않고 독점한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KT도 “(SK텔레콤의 발표에) 새로운 내용이 없으며, 지금까지 묵혀온 숙제를 하려는 것으로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미 2013년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2017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의 100%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는 점을 들어 “SK텔레콤의 케이블망 고도화 주장은 눈속임”이라며 “구체적인 고도화 및 투자 계획 없이 모호한 표현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의 여파에 대해 ‘케이블 공짜 번들 정책’으로 방송시장 수익성 악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며 SK텔레콤이 목적으로 제시한 미디어 시장 위기 극복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방송통신 업계 전체가 SK텔레콤의 시장독점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1일 제출한 7만여장의 인가 신청서 내용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KT는 “과거 SK텔레콤이 유·무선 융합을 이유로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를 인수했으나 이후 SK브로드밴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고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만 활용한 것과 같이 CJ헬로비전도 동일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케이블TV와 이동통신이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인수합병이 SK텔레콤이 주장하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무관하며 가입자 추가 확보를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가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이 제시한 생산유발과 고용유발 효과에 대해서도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사업 영역이 동일한 두 회사가 인수합병 시 효율성 보다 분할손이 크다”고 꼬집었다.

◆ SKT “안좋은 일 없을 것”… 고용보장 약속, 결합상품 강화 시사

이날 설명회에서 SK텔레콤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빌어 관련 업계에서 우려하는 일련의 사항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형희 SK텔레콤 MNO총괄은 “갑자기 안좋은 일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소비자 중심의 방향 설명을 약속했다.

특히 방송 본연의 가치 훼손 우려에 대해 “IPTV를 운영하면서 다양성과 공익성에 대해서는 인지해 왔으나 지역성에 대한 이해가 솔직히 부족했다”며 “케이블 사업자들과의 논의 등을 통해 지역민의 니즈에 부합하고 CJ헬로비전의 책임과 역할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이후 고용 변화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구조조정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SK가 그동안 많은 인수활동을 해왔는데 그 과정에 기존 구성원들을 잘 보호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기존 구성원과 새로운 구성원 모두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시장의 취지 훼손에 대한 지적에는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이 답했다. 그는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의 대부분이 KT망을 쓰고 있어 시장 점유율에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SK텔레콤 망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고객 동의가 있어야하고 단말기·서비스 등에 차이가 있어 고객을 인위적으로 전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배력 전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차원의 안전장치가 많다. KT와 맺고 있는 협정을 성실히 이행할 예정이고 큰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며 “합병 과정에서 이용자 권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이고 결과적으로 알뜰폰의 정책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추후 결합상품 출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CJ헬로비전의 케이블망에 주파수를 확장하거나 SK브로드밴드의 기술 등을 적용해 초고속인터넷 품질을 높이고 자체 결합상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며 이동전화 결합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합상품 확대가 이용자 편익 증대로 이어진다는 SK텔레콤의 논리는 KT, LG유플러스 등 반대 진영에서 우려하는 결합상품을 이용한 ‘방송 끼워팔기’나 시장 지배력 확대 견해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반대 입장의 논리에 대해 이형희 SK텔레콤 MNO총괄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좀 다른 생각이 든다. 인수합병 이후에도 유선시장 점유율은 유료방송 여전히 큰 차이가 있는데 경쟁의 폭이 좁혀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일 수 있다”며 “현재 ‘1강 2약’ 구조에서 ‘2강 1약’으로 바뀌는 데 대해 ‘1약’으로 남는 느낌 때문에 나쁘게 말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전날인 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CJ헬로비전 인수와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의 합병 관련 인가 신청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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