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세아 기자] 새누리당은 30일 3시간여 동안의 의원총회를 통해 결국 '오픈프라이머리'를 포기하기로 공식 선언했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 해 7월, 당 대표 취임 일성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약속한 후 14개월만의 회군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된 '안심번호'에 대해서는 일단 도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냈다. 따라서 김 대표측과 청와대 친박계간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당초 이날 의총은 선거구 통폐합 기로에 놓인 농어촌 의원들의 요구로 소집된 것으로, 선거구획정이 주요 안건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지난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심번호' 합의를 이루고, 친박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이날 의총의 성격이 급변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의총 전, 홍문종 김태환 서상기 조원진 노철래 의원 등 친박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김 대표의 안심번호 밀어부치기 총력 저지에 나섰고, 김 대표측도 "안심번호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당원들을 상대로 사용됐던 제도"라며 의원들에 대한 설득에 나서면서 양측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연출했다.

특히 의총 3시간전에 날아든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안심번호 도입 불가론' 방침은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까지 자극했다.

친박 핵심 의원은 "김 대표가 이제껏 말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고 해놓고 실제로 보니, 당내 의원들과의 협의 절차도 없는 '월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오늘 의총에서는 이 월권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막상 의총이 열리자, 양측은 비교적 차분한 입장으로 '충돌'을 피했다. 의총 전, 최고중진연석회의를 통해 오픈프라이머리 대안 '플랜B'를 논의할 별도대책기구를 설치한다는 데 양측이 잠정 합의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의총은 일종의 양측의 '기' 싸움을 확인하는 자리에 그쳤다.

총 118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이날 의총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 합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의원들에 구했고, 뒤이어 16명의 의원들의 발언이 뒤따랐다.

김재원 대통령 정무특보와 김태흠 의원은 친박계를 대표한 발언에 나섰고, 김무성 대표측에서는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석호 김성태 의원이 반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3시간여 동안 진행된 의총 마무리 발언을 통해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따라서 방법을 변화시켜야 할 상황"이라고 '오픈프라이머리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어 "국민공천제 취지 하에 새로운 공천제도를 만들기 위한 특별기구를 만들기로 했다"며 "거기에서 안심번호를 포함해 (공천 룰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취지는 절대 변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마무리 발언 직후, 오픈프라이머리를 대체할 이른바 '플랜B' 논의를 위한 당내 특별기구 설치안은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만장일치로 추인됐다.

'플랜B논의 특별기구'는 최고위원회에서 구성안을 논의한 뒤 활동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기구는 사실상 공천 룰을 결정하는 기구로 앞으로 비박계와 친박계의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비박계에서는 안심전화 번호를 통한 여론조사도 특별기구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으나, 친박계 핵심관계자는 "이번 사단을 겪고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김 대표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성태 의원이 의총 끝무렵, 돌발 발언으로 분위기를 긴장모드로 몰고갔다는 후문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의원은 단상에 올라,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를 향해 "'유승민 사태'라는 아픔을 겪고 당신들을 합의 추대해 줬는데, 지금 당신들이 누구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그러는 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 분란을 조장하면 어떡하느냐"고 원색 비판했다.

김 의원은 여기서그치지 않고 "김 대표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원 원내대표와 조 원내수석이 친박계에 서서 '김무성 흔들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주장이었던 셈.

그러자 조 원내수석은 "지금 한판 붙자는 거냐"며 맞받았고, 친박계 핵심 김태흠 의원이 "내려와. 그만하라"고 고성을 지르면서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의총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결국 김무성 대표가 "이쪽(친박계)은 나를 들이받으려고 짜고 나오고, 이쪽(비박계)은 내가 들이받혀 무너질까봐 보호해주려고 짜고 나온 것을 다 안다"며 "이제 됐으니 그만하자"며 진화에 나서면서 양측간 충돌은 마무리됐다.

이날 의총 결과만 놓고보면 친박계의 사실상 승리라는 평가다. 김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지난 28일 합의한 안심번호 도입 논란에 대해 계속 추진 의지를 밝히긴 했지만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물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밝힌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도 포기 선언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 역시 청와대에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결기'를 분명히 나타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우선 자신이 합의한 안심번호에 대한 청와대의 공개적인 비판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나"라며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아주 노력하고 있다"며 자신이 인내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친박계를 겨냥해서도 "인신공격 하지말자.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며 뼈 있는 농을 건네기도 했다.

김 대표는 더 나아가 자신이 '안심번호 합의'를 한 것에 대해 당내 의원들에게 사과했다는 친박 일부의 전언에 대해 "내가 왜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냐"며 "어떤 X가 그런 소릴 하냐"고 발끈하는 등 격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한 친박계 핵심 인사는 이날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서는 대부분이 안심번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분위기"라며 "김 대표도 (이에대한) 사과를 한거나 마찬가지 발언을 했다"고 김 대표가 안심번호 합의에 사과했다는 식의 주장을 전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이날 의총장을 떠나면서 "전략공천은 내가 (대표로) 있는 한 없다"고 못박았다. 앞으로 '플랜B' 논의 특별기구가 활동에 들어가더라도 친박계가 요구하는 전략공천에는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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