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윤효규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해당 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 영국 본사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한다.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는 향균제 데톨, 세정제 이지오프뱅, 세탁표백제 옥시크린 등 세제, 방향제, 위생용품을 만드는 다국적 기업이자 영국 10대 기업으로 전세계 200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해오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일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조사들의 책임있는 사과와 대책이 사건 발생 4년이 지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가장 많은 피해를 발생시킨 제품을 제조·판매한 회사의 본사를 대상으로 국제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사망자 6명, 치료환자 5명 등 모두 11명이다. 이들은 모두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란 이름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들로 당시 옥시싹싹은 가습기살균제 시장의 약 80%를 점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 530명 중 76%인 403명과 사망자 142명 중 70%인 100명이 해당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역학조사와 동물실험 등을 통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질환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소송대리인을 맡은 영국 변호사 크리시넨두 무커지 변호사는 "피해 증거 사례를 제출할 때 정부 조사만큼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인체에 유해한 원료를 사용하면서 아무런 경고문 없이 시중에 제품을 판매하는데도 본사가 이를 관리·감독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에 대해 본사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레킷벤키저는 영국 본사와 한국 지사가 법적으로 별개며 독립적인 회사라는 입장을 고수, 자회사가 제조판매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는 2001년 옥시를 인수한 이후 한국 옥시레킷벤키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11년 동안 한국에서의 판매이익을 모두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무커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친숙한 생활용품이 100명이 넘는 어린이와 산모를 죽게 한 초유의 사건"이라며 "사건 초기에 정부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 형사사건으로 문제를 풀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형사고발은 지난 2012년 이루어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정부에서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를 조사하지 않아서 수사가 어렵다며 중지 결정을 내렸으나 얼마 전 정부 발표로 지금은 수사가 재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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