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뉴스투데이 논설위원 김승식

지난 14일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전후 70년 담화에서 '식민지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라는 네가지 핵심키워드가 모두 들어갔으나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사과를 과거 총리들이 언급한 사죄로 대신하며 "흔들림없이 역대내각 사죄를 이어가겠다"며 애매한 화법을 구사했다.

이는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 등 과거의 역사의 잘못에 대해서도 명확히 인정하지 않고 그럴듯한 수사를 사용해 형식은 갖췄으나 본질은 교묘히 빠져나가 진정성 있는 담화라 할 수 없다.

아베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를 마음으로 표해왔다"며 과거형으로 사죄하는데 그쳤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거론했지만 일본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극우진영의 역사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위안부 문제를 전쟁의 그늘에서 심각하게 명예와 존엄을 훼손당한 여성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이는 면피성 언급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 피해 당사국들은 일본이 진심어린 마음으로 과거의 잘못된 만행을 사과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가기를 원했지만 사과를 하는 척하고 흉내만 냈을 뿐, 진심어린 사과는 찾아 볼 수 없었고 과거에 총리들이 사과를 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사죄부분은 언급을 급구 피하려 애써온 아베총리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무라야마 도이치 前 일본총리는 아베의 담화에 대해 "미사여구를 늘어 놓으며 장황하게 말했지만 무엇을 사죄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한,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은 "새로운 사죄에 미치지 못했고 미래시대는 사죄하도록 운명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함으로써 이웃국들을 화나게 할 위험을 안았다"고 평했다.

이웃나라 중국의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아베총리가 사과, 반성, 식민지배, 침략 등을 찔끔 찔끔 언급함으로써 마지 못해 국제 사회의 최저 요구선을 지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마디로 "교활한 짓"이라고 평했다.

이어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 "의심할 여지도 없는 역사적 사실" 이라고 규정하며 "깊은 반성에 입각해 독선적인 국수주의를 배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 2대 강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이 진정한 강국이 돼기 위해서는 소인배처럼 꼼수를 부리지 말고 독일처럼 과거사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아픔과 피해를 준 주변국들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하고 과거사를 깨끗이 정리해 새로운 출발을 해야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계속 과거사를 부정하고 잔재주를 부린다면 일본인을 비하하는 "쪽발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베정권이 과거사 잘못을 시인하고 한일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온 국민이 갈망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은 경제력, 군사력에서 비교도 안될만큼 월등하기 때문일 수 도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대응하고 자신감있게 대등한 외교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다시는 100년전 한일합방의 수모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뉴스투데이 논설위원 김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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