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갤러리 박의규 대표이사
페이스북, 스냅챗, 에어비앤비 등 성공을 거둔 회사들의 숨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옥을 수많은 그림들로 채워 미술관 못지않게 꾸몄다는 것이다. 2005년에 페이스북 CEO가 한국계 아티스트에게 페이스북 사옥 벽화를 부탁하고 그 대가로 7년 만에 50배로 상승한 페이스북 주식을 지불했다는 일화가 있다.

또한 심플함을 추구하는 故스티브 잡스도 “복잡한 사고의 단순한 표현”이라는 마크 로스코의 철학에 심취해 있었다는 일화를 봤을 때 미술에 대한 경영자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경영자들이 미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보여주면서 임직원들에게는 자유로운 사고와 예술성을 더해주는 미술의 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경제적・문화적 성장과 함께 미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대중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미술시장실태조사 보고서 (2013)에 따르면 2009년 이래 미술관 및 아트페어 방문객 수는 연간 1,6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실제 미술시장은 2007년 경제 호황 때 6천억 원대로 정점에 올랐다가 2013년 이후 연간 3천억 원 수준에서 정체 혹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얽혀 있겠지만 주요 원인은 대중을 위한 미술품 유통채널의 부재일 것이다. 기존 미술시장은 갤러리 의존적인 유통구조이다. 전시가 주목적인 미술관과 다르게 갤러리는 상업적 목적을 간과할 수 없다.

갤러리는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수의 작품만 취급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고가 미술품의 전시 및 유통을 우선시한다. 이로 인해 경제력이 있는 소수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유통할 수밖에 없고, 일반 대중은 미술을 소비할 수 있는 채널을 좀처럼 찾기 힘든 상황이다. 당장 신혼집에 걸 그림 한 점을 구매하려 해도 “어디서 사야할지”, “어떤 그림을 사야할지”, “얼마에 살 수 있을지” 등 미술소비에 대한 정보자체를 얻기 매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미술품은 비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1인당 GDP가 3만 불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1~3백만 원대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실 가격보다 더 큰 문제는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 선뜻 구매하기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을 어려워 한다는 것이다.

기능보다 정서적인 가치를 위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명품가방의 구매패턴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명품가방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좋은 재질과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가방을 경험하며 가치를 인정하게 되고 점차 높은 가격대의 가방으로 옮겨가는 경향을 보인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미술품을 구매하기까지 그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픈갤러리는 그림렌탈 서비스를 통해 ‘일상 속에서 미술을 즐기는 경험’을 제공해 대중도 미술을 쉽게 접하고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려 한다. 미술관과 갤러리에서만 보던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넘나드는 원화 작품을 합리적인 월 요금으로 내 집, 내 사무실에 빌려 걸 수 있다. 게다가 3개월마다 그림을 교체할 수 있어 계절과 상황에 어울리는 다양한 그림을 감상할 수도 있다.

미술에 대한 안목과 경험이 부족한 이들도 렌탈을 통해 미술품을 가까이서 즐기다 보면 자신의 공간과 취향에 잘 맞는 그림을 만나게 되고, 이는 구매까지도 이어진다. 그림렌탈 모델을 반기는 건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 전시기간 외에는 대중에 노출되지 못했던 좋은 작품들을 더 많은 이들이 즐기게 되고, 작가들에게는 작품 활동을 위한 경제적 기반이 되는 것이다.
 
한국보다 선진국 대열에 일찌감치 들어선 유럽의 경우, 가정마다 미술품이 걸려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는 사회 전반에 쌓인 예술을 접하는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예술가 윌리엄 모리스는 “나는 소수만을 위한 교육과 자유를 바라지 않는 만큼, 소수를 위한 예술 역시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물질적 풍요로움이 정신적 풍요로움으로 이어져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갖춘 ‘예술로써 영혼을 살찌우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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