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세아 기자]  지난해 '철도 비리'에 연루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던 국회가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전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에게는 다른 선택을 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분양대행업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총 투표 수 236명 중 찬성 137명, 반대 89명, 기권 5명, 무효 5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는 정치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방탄국회'가 될 경우 여론의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의 지뢰도발 사태 과정에서 빚어진 정부의 대응 미숙 등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득권의 대표집단인 정치권이 또다시 '제식구 감싸기'를 할 경우 여론의 강력한 반발 등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됐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이 수천만원대의 시계 등을 수뢰한 사실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감정이 매우 나빴던 것이다.

그동안 19대 국회에서 9번의 체포동의안이 올라왔지만 표결에 부쳐진 것은 5번, 이중 가결된 건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새누리당 현영희 전 의원,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 등 3명뿐이었다.

지난해 철도 비리에 연루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경우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23명 중 찬성표 73명에 그쳐 여야를 막론하고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쉽게' 나온 것은 아니다. 박 의원은 새정치연합 탈당 선언 후 의원회관에서 숙식을 하며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선처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선 의원으로 국회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데다 여야를 넘나들며 여러 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마당발'인 박 의원에 대해 '체포동의안 통과'를 점치는 의원들은 많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 대표들은 직간접적으로 '박기춘 체포동의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우리는 법대로 처리한다"며 강력한 처리 의지를 내비쳤으며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국회가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야당은 조속히 본회의 일정 합의에 나서고 당당히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정치연합은 같은 당 소속 의원의 '비극'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원칙'과 '국민의 뜻'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표는 "여러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느끼는 안타까운 심정은 저도 공감하지만 국민들이 갖는 도덕적인 잣대가 분명히 있다"며 "우리는 그런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아프고 안타깝지만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새누리당에 비해 우리 당이 도덕적 우위를 지키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여야 지도부가 심상치 않은 여론의 흐름을 감안, 이처럼 원칙처리를 강조하면서 의원들도 섣불리 과거처럼 '무책임'한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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