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인 굽네치킨이 8일 보도자료를 냈다. 치킨 브랜드 중 칼로리가 가장 낮은 브랜드라는 게 요지다. 오븐에 구워 기름에 튀긴 것보다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굽네치킨의 이러한 주장은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소비자원 자료는 2012년 9월 자료다. 3년 묵은 자료다. 왜 3년이나 묵은 자료를 새삼 공개하는 것일까. 모 치킨업체가 대형사고(?)를 친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에 더욱 의심을 살만하다. 저의가 불순하다는 말을 들을 법하다. 남이 곤경에 처했을 때 자신이 잘났다고 ‘자랑’한 셈 아닌가. ‘자랑질’이라는 혹평을 들을 수도 있다.

물론 최근 칼로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떤 식품이든 칼로리부터 계산하는 소비자들도 있는 터라 있는 사실 그대로 발표한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다만 타이밍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또 하나. 굽네치킨은 소비자원 자료를 아전인수식으로 인용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쏙 골라 썼다. 즉 칼로리 부문만 쓰면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온 나트륨 함량 부문은 감췄다.

▲ 굽네 핫 치킨.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다. <사진출처=굽네치킨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원자료에는 한 조각(100g) 기준 브랜드별 나트륨 함량도 조사돼 있다. 이에 따르면 굽네핫치킨이 557mg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치킨 한 조각만으로도 나트륨의 1일 영양소 섭취기준 (2000mg)의 28%를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치다.

더구나 굽네치킨은 보도자료를 통해 열량이 높은 음식을 과잉 섭취할 경우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성질환의 원인이 칼로리 뿐인가. 나트륨은 어떤가. 굽네치킨은 이같은 객관적 자료를 고의로 감추고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공개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소비자를 호도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나트륨함량이 가장 높게 나온 굽네핫치킨은 이 업체 홈페이지 메뉴안내 페이지에 잘 팔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베스트’라는 띠를 두르고 소개되고 있다. ‘매운 화끈함의 진수. 한번 맛보면 계속 당기는 맛깔나는 이 맛’이라는 문구와 함께. 혹시 ‘맛깔’은 나트륨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굽네치킨 발표와 관련 “객관적 사실을 공개하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제품을 홍보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오래된 자료를 쓴 게 너무 속 보인다”라며 “경쟁이 치열할수록 남도 생각하는 정도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굽네치킨 마케팅팀 이병진 팀장은 “치킨의 칼로리 비교는 후라이드 치킨이 중국음식보다 칼로리가 낮다는 기사가 이슈로 등장해 (보도자료를) 내게 됐다”며 “2012년 자료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이기에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마, 앞으로도 치킨 칼로리 얘기만 나오면 굽네치킨 보도자료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자랑하지 않을까. 오래된 자료이지만 공신력 있는 자료라는 이유로. 또 굽네치킨은 과연 치킨의 나트륨 함량이 이슈가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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