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이른바 ‘성완종리스트’ 수사가 시간만 끌다가 희생양 몇 명의 개인적 비리로 끝나는가? 작금 돌아가는 폼새가 그렇다. 이완구 전 총리가 옷을 벗을 때 까지만 하더라도 메모에 적혀있던 ‘8명의 부패혐의’ 의혹 당사자들은 곧 검찰청 포토라인에 설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해외자원개발 비리의혹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와 육성 증언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지 벌써 5주째.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는 등 요란을 떨었지만 홍준표 경남지사의 2억원 수수 의혹 한가지도 아직까지 속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메모 8인 중 현재 검찰 수사에 거론되고 뉴스라인에 나오는 인물은 홍준표. 이완구 둘 뿐이다, 나머지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 전 사무총장, 유정복 현 인천시장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감감무소식이다.

국민 대다수가 성완종 리스트의 내용을 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이는 검찰이 공소시효 등에 묶여 수사를 제한하면 안 되며 제기된 의혹의 사실 관계를 명쾌하게 확인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하지만 8인의 부패혐의자들은 거짓해명을 반복하거나, 핵심 증언자에 대한 회유시도, 잠적 등의 방법으로 진실을 감추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그럼으로써 ‘성완종리스트’ 정치인 몇 명의 개인적 비리 차원으로 마무리될 조짐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와 전·현직 비서실장 등 정권 실세들이 부패비리 의혹이다. 더 나아가 대선자금 비리 의혹까지 불거져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홍보수석을 통한 유감 표현만 했을 뿐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완종 특별사면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등 사건의 본질을 호도했고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국민들이 측근 부패비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당연한 요구다.

사실 이번 사건의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리스트 관련자들에 대해 즉각 인사조치했어야 마땅하다. 이번 사건이 정권 핵심인사들이 뇌물,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정관계 최대의 비리사건임에도 지지부진한 수사 행태에 의해 의혹이 터져 나온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지사는 핵심 증인을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박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수사의 가닥은 보이지 않는다. 죽은 성완종이 아닌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세간의 냉소가 현실이 됐다.

사건 초기, 박 대통령은 성완종 사면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 동안 정권의 눈치보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의 행태를 볼 때, 이번 사건 역시 정치적 중립을 통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언론의 진단이었고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볼 때 그같은 관측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외압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독립된 특검 형태로 가야했어야 맞다. 현행 상설특검법처럼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를 대통령이 임명한 검사가 지휘하는 것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성완종리스트’ 수사가 예상한 것처럼 용두사미로 끝날 때 ‘특검’ 도입이라는 국민 여론에 직면할 것이다. 시간을 끌고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것임을 정부여당은 알아야 한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