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김용오 편집국장]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 2년이면 200억원을 번다’는 말로 상징되는 법조계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도 지나친 변호사 수임료 때문이었다.

대한변협이 차한성 전직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청 철회를 권고했다는 뉴스가 세간의 화제다. 또 최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게 '대법관이 되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을 요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반발한다.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변협은 왜 그럴까? 그 까닭은 서약서 초안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내용은 이렇다. '대법관이 된다면 최고 법관으로서 명예롭게 봉직하고 퇴임한 후에도 도덕성과 청렴성을 계속 지키고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어떠한 명분으로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을 것을 국민 앞에 서약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말 그대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함이다. 국민적 요구라고 볼 수 있다.

차 대법관은 ‘전관예우 금지법’을 피한 전형적인 꼼수를 부렸다. 2011년에 시행된 '전관예우 금지법'은 대법관 출신이 1년 간 상고심 사건을 수임 할 수 없도록 했다. 2014년 퇴임한 차 대법관은 지난 1년 동안 영남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있었다. 전관예우 금지법의 적용기간이 끝나자마자 대형로펌으로 가는 차 대법관의 행보는 저의를 의심할만하다. 또한 차 전 대법관은 공익활동을 위하여 대형로펌의 공익재단 활동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일반사건 수임의 뜻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대법관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법관으로 사법부의 권위와 상징성을 대표한다. 우리나라의 대법관의 수는 극히 소수이며, 대법원의 위상은 막강하다. 퇴직 대법관이 대형로펌 등에 취업해 활동하면서 수임한 사건에 대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작년,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는 5개월 동안 16억 원의 고액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국무총리 직에 낙마했다. 고현철 전 대법관은 자신이 판결한 사건을 다시 수임하여 변협에서 징계를 받았다. 이런 사건들을 접하며 국민들은 퇴직 대법관들에 대한 실망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대법관의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은 대법관의 퇴임 후에도 지켜져야 한다. 대법관의 지위는 개인적 영달의 수단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회복이 이루어져야한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차 전 대법관이 시대적 요구에 맞춰 대한변협의 권고에 따라 사익이 아닌 진정한 공익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 전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재판을 잘하려면 국민의 거울에 비친 법관의 모습이 어떤지, 진정 국민이 바라는 법관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늘 고민하고 몸가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전 대법관은 언행일치가 무엇인지 모를리 없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근본적으로는 대법관의 전관예우를 실질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 현행 변호사법은 판사와 검사직에서 물러난 뒤 1년 간 퇴직한 기관의 사건 수임을 금지하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관료는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관련 있는 민간기업 취업을 금지한다. 또한 대법관이 전관예우 금지 규제를 어겼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한할 처벌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대법관은 사법부의 최고 자리다. 모든 법관의 존경을 받는 선망의 대상이며 국민들로부터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자리다. 그 자리가 마지막이어야 맞다. 그래야 사법부가 산다. 대한민국의 사법부 원로로서 국민에 대한 염치, 책임도 없는가?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