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와 바둑에서 장고는 악수라는 말이 있다.

매사 처리할 때 심사숙고하면 그만큼 시행착오도 줄어들고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상식이다. 그러나 유독 골프만은 오래 생각하고 뜸을 많이 들이면 의외로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부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 매 샷 연습스윙(소위 가라스윙)을 열 번 이상 해야만 본샷에 들어가는 아주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는 동반자들을 지치게 하고 리듬을 끊어 놓으며 심지어 주변 분위기까지 단체로 '맨붕'에 이르게 한다.

또 어떤 골퍼는 샷하기 전 왜글 같은 도마질을 십여 차례나 한 후 샷을 한다. 그러면 정말 골프가 잘되는가?  그러나 이런 유형의 골퍼들은 대부분 보기플레이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연습스윙을 여러 번 하는 골퍼치고 제대로 스윙을 다하는 골퍼는 별로 보지 못했다. 어정쩡한 수준의 연습스윙을 여러 번 하느니 차라지 본 스윙과 똑같이 완성된 모습으로 딱 한번만 힘차게 스윙 해 봐라. 한번이면 충분하다. 더 해봐야 힘만 낭비하고 정작 본 샷에서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게 된다.

과연 연습장에서 연습을 할 때도 매번 샷을 그렇게 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이런 습관은 대부분 결과에 집착하면서 온갖 궁리와 스스로 의심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생긴 고질병이다.

차세대 타이거 우즈 탄생이라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스페인 세르지오 가르시아의 악명 높은 왜글과 긴 인터벌 스윙, 그리고 재미교포 캐빈 나(나상욱) 역시 고질적인 늑장 플레이의 주범으로 동반 선수들의 경기 리듬을 깬다는 지탄을 받고 있으며 당사자는 벌타와 벌금까지 냈다.

그러나 이들은 어느날 심각하게 깨우치기 시작했다. 본인 성적이 나빠지는 것은 본인의 자유지만 동료 선수들까지 피해가 돌아가는 일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마약 치료와 같은 강도 높은 치유와 인내심으로 극복을 하고 이제는 오히려 더 좋은 투어 성적을 거두고 있다.

국내 및 일본투어에서 활약을 하다 군에 입대한, 카레이싱 취미가 있는 일본투어 최장타자 허인회 프로는 올 시즌 JGTO 도신 골프 토너먼트에서 28언더파 260타로 역대 JGTO 최다 언더파 기록을 갈아치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플레이 모습은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이 거침없이 샷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일본 메이저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는 개막 전날 공식 연습라운드조차 빼먹었다. 연습라운드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그는 “잘 모르는 코스에 가면 좀 더 집중하게 돼 스코어가 더 잘 나오는 편”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경기가 있는 날에 야디지북도 가지고 나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플레이 한다고 좋은 스코어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매 샷, 단순 명쾌하게 플레이를 하는 것이 최상의 길임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역대 프로들 중 가장 빠른 플레이로 정평이 나있는 선수는 허석호 프로이다. 플레이와 진행이 매우 빠르다는 일본프로들 마저 허석호와 동반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너무 빠른 플레이에 같이 쫓기는 마음이 돼 성적까지 부진하게 된다고 털어 놓는다.

좀처럼 연습스윙 한번 없이 바로 티샷하고 빠른 걸음으로 세컨 샷 지점에 도착과 동시에 세컨 샷을 한다. 아마도 동반하는 투어 캐디는 죽을 맛일 것이다.
 
그래도 국내, 일본 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했으며 메이저 영국 브리티시 오픈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성적이 3위에 오를만큼 우수한 선수이다.

티샷이 조금만 벗어나도 악명 높은 깊은 러프와 항아리 벙커로 들어 갈 터인데, 18홀을 도는 동안 열네번의 티샷을 모두 똑바로 보내는 방향성의 귀재 같은 실력에 외국언론들도 극찬했다.

한국프로들이 세계 다른 국가 선수들보다 유독 드라이버 티샷이 정확한 이유는 아마도 한국의 수많은 산악코스에서 플레이하며 OB는 곧 죽음이다 라는 절체절명의 마음으로 티샷의 정확도를 높여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인터벌이 길고 뜸을 많이 들이며 플레이를 하는 골퍼들의 심리상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먼저 보는 데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즉, 그립은 잘 돼 있는지, 스탠스는 잘 잡았나.  백 스윙의 높이, 각도, 다운로드 타이밍, 손목의 릴리스 등 그 동안 익힌 다양한 레슨 포인트를 심지어 과거의 실패했던 부정적인 생각까지 총망라해가며 그 짧은 0.5초 순간에 다 기억해보려는 가상한 노력에 있다.

게다가 한참 동안 기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은 본인만 의식을 못할 뿐 동반자 눈에는 다시 어울리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비쳐 질 수 있다.

그린을 공략하려다가, 벙커나 해저드가 눈에 들어오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결국 걱정한대로 공은 가기 마련이다. 어떤 형태든 장고는 부정적인 생각을 키우는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된다.

필드에 나가서는 첫째로 부정적인 의구심부터 없애야 한다. 평소 자신이 해오던 스윙을 그대로만 하면 충분히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다만, 그날 중점적으로 중요하게 지켜야 할 키 포인트 딱 한가지만 잊지 말고 그것만 잘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연습장에서 새로 익혔던 원 포인트 또는 꼭 지키고 싶었던 습관, 자세 등)

단언컨대, 라운드를 마친 후 지켜낸 몇 번의 성공 사례는 커다란 자신감을 심어 준다.

그리고 끝까지 지켰던 그 한 포인트만큼은 자신도 모르게 업그레이드된 수준 높은 스윙의 자산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글= 최영수 야디지코리아 회장
    - KPGA 프로
    - KPGA 중앙경기위원 역임
    - 국내 200여개 골프장 야디지북 저자
    - 보이스야디지 앱 개발 출시
 

정리= 이뉴스투데이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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