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림 위원장
현대기아차그룹이 얼마전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10조 5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입찰가를 써내며 확보했다. 일부에서는 R&D기회비용 상실, 해외공장운영 애로, 펀더멘털 훼손 등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이라도 하듯 현대차주가가 최근 21만8000원에서 16만원으로 떨어졌고, 계열3사 시가총액 약17조원이 증발했다고 한다.

감정가의 3배가 넘는 엄청난 입찰가에 대해 정몽구 헌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불될 자금이 개인 기업이나 해외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국가로 가기 때문에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특히 회사 내 입찰 관계자들에게  “100년을 바라보고 계획한 것이다. 상대를 의식치 말고, 오직 사업의 미래가치만 보고 결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정 회장의 깊은 뜻을 헤아리게 한다. 

현대차로서는 한전부지 인수가 단순 비즈니스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가격보다 가치측면에서 접근한 것 같다. 가치는 사용자의 용도와 목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엄청나게 높은 가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사자인 정몽구 회장이 남긴 “조금도 아깝지 않다”, “백년을 바라보고 결정한 것이다” 등의 말을 새겨볼 때 이번 결정은 현대, 한전, 국가 모두의 승리라고 본다.

혜안을 가진 어부가 진주를 캐서 망태에 담은 것 같다. 비싸다는 한전부지 응찰가격에 대한 느낌이 한순간 사라진다. 38년 전 고 정주영 회장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공사 수주과정이 생각난다.

당시 이 공사는 20세기 세계최대 대역사로 불렀던 일감이었다. 입찰 참여자는 세계10대 토건회사 중심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초라했던 현대가 참여해 수주에 성공했다.

이에 입찰 참여자들은 “현대는 기술도 자금도 없는 데다 경험도 없어 이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 고 주장하면서 "만약 현대가 수주한다면 이 사업으로 현대는 망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현대건설 내부에서도 참여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특히 일부 임원 등은 싼 가격으로 참여하게 되면 회사경영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고 정 회장을 말렸으나, 정 회장은 "입찰에 참여해 반드시 이 공사를 해내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와 집념으로 기어이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30%이상 낮은 입찰가격과 무경험의 현대가 과연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하고 모두가 의아해 했다. 결과는 기일까지 단축하며 성공리에 완공함으로써 세계 토목·건설업계는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놀랐으며, 이후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토목건설회사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 사업은 공사비 9억3000만 달러(1976년 정부예산의 2분의1)였다. 육상과 해상 토목부분의 모든 공정과 건축, 전기, 설비 등 종합건설공사였다. 바다에 50만t급 유조선 4척을 동시정박시킬 수 있는 세기적인 해양 터미널공사였다.

고 정주영 회장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단호한 결단을 내린다. 우선 해양심해구조물설치 기초공사 전문가를 영입하고, 모든 기자재를 울산 현대조선소에서 제작 공급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자재를 태평양과 인도양을 거쳐 걸프만까지 대형 바지선으로 운반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역발상의 지혜를 통해 현대조선소 직원들에게 일감을 찾아주고, 싼 응찰가격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과 현대조선소가 상부상조 협업을 통해 더 싸게 제작, 큰 이익을 창출했을 뿐 아니라 달러를 벌어들여 국가 위상까지 높여준 ‘정주영식 셈법’이 통했다.

고 정주영 회장의 주요한 판단은 감각적이지만 오차가 없었다. 그의 통찰력과 뛰어난 판단력 뒤에는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열심히 궁리하고, 실전에서 몸소 부딪친 피땀어린 노력이 숨어 있다.

이 공사의 시작과 끝을 보며 고 정주영 회장에게는 자신 있는 도전, 불굴의 투지. 애국, 미래를 보는 혜안과 자신만의 셈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한전부지확보 과정을 볼 때 정몽구 회장의 판단과 결정이 아버지인 고 정주영 회장과 매우 흡사한 점이 있음을 보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롤 모델은 독일 북부 인구12만명의 소도시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VW)의 아우토슈타트이다. 이곳은 본사, 공장, 체험장, 자동차변천사, 자동차관련 테마파크에 콘서트홀, 레스토랑, 공원 등이 있으며 면적 8만4800평에 연간 250만명이 방문한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GBC는 글로벌 통합사옥, 호텔, 컨벤션센타, 전시장, 자동차테마파크, 한류체험 공간 등을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GBC는 아우토슈타트 면적의 3분의1에 불과하지만 주변 환경이나 1000만 이상 살고 있는 서울의 심장부임을 감안할 때 효율성 측면에서 아우토슈타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외에서 760만대 이상 생산, 세계시장 9%를 점하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선도대열에 진입했다. 현대GBC는 이에 걸맞게 연간 500만명 이상 방문할 수 있는 그런 틀에서 계획돼야 할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보다는 다국적기업으로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고객을 위해 서비스한다는 측면에서 운영됐으면 한다.

자동차산업 역사의 장, 어린아이들이나 호기심이 많은 관람객을 위한 체험의 장, 전기차와 같은 미래자동차와 꿈의 자동차를 생각하고 그려보는 창의의 장, 그리고 미래 자동차산업의 주인공을 양성하는 교육의 장이 포함됐으면 한다.

세계인이 아침 저녁 이용하는 현대차는 이미 글로벌 브랜드이고 그룹은 글로벌 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내국인은 물론 급증하는 해외관광객도 쉽게 접근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또한 모두가 다시 찾는 현대GBC 탄생을 위해 백년대계 차원에서 차질 없이  추진되길 바란다.

<한국자동차협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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