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이뉴스투데이] 정부가 담배값을 올린다는 뉴스가 최대 화제다. 삼삼오오 모이면 담배값 얘기다. 특히 SNS상에서는 벌집을 건드린 형국이다. “최저임금 몇십원 올리기는 그토록 힘들면서 담뱃값 몇천원 인상은 그리도 쉽냐” “걸핏하면 OECD 국가 평균을 내세우는데 그렇다면 최저임금, 휘발유값, 근로시간 등 모든 것을 OECD 국가 평균에 맞춰라” 등등 정부 방침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이에 편의점 등에서는 담배 사재기가 벌어지고 급기야는 사재기에 벌금형을 내린다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12일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국민 소득은 줄어드는데 서민 세금만 늘리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없다"며 "서민 주머니에서 세금을 빼는 게 아니라 부자감세를 철회해 곳간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도 "어제 담뱃세 인상안은 금연 종합대책 일환으로 발표했지만 본질은 세수 부족 메우기 증세와 서민 증세임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10년 만에 담배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주된 명분은 국민 건강이다. 현재 한국의 15세 이상 남성흡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37.6%으로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담배가격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적어도 담배세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명분엔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 방법에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담배는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더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다. 이는 담배세 인상부담의 대부분을 서민층이 부담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조세저항이 극심한 직접세보다는 비교적 조세저항은 적으면서 안정적인 세수확보가 가능한 간접세 인상을 통해 세수를 확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이는 국가가 세금을 걷을 때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평과세의 원칙에도 명백히 어긋나는 처사다.

복지재원 확충을 위한 증세가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지만 이런 식의 증세는 결코 반갑지 않다. 오히려 조세 부담 여력이 되는 계층과 영역에 대한 수직적·수평적 조세정의 실현과 조세 확충의 결단은 왜 못 내리는가? 또 현실적으로 서민들의 부담 증가에 대해서도 보다 세심한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그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검토와 합의를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명분이 좋은 정책이라도 과정과 내용에 있어서 충분한 사회적 타당성을 확보해야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담뱃세 인상에 대해 정부가 겉으로는 국민건강 증진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명백한 증세다. 그것도 간접세 증세 방식이다. 재정 확충을 위해 증세를 하겠다면 과세 공평성 확보와 함께 상대적으로 담세력이 있는 고소득자, 재벌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누진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 또는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어디까지나 조세는 공정하면서도 공평해야 한다. 이를 간과한 조세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정부는 이번에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면서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신설해 514원을 걷기로 했다. 이는 보석이나 유흥주점, 카지노 등 사치품에 부과하는 세율이다. 서민 기호품인 담배를 사치품으로 한 것에 다름아니라는 비판도 높다.

결국 곳간이 비자 정부가 손쉬운 세목 신설을 하겠다는 것. 이번 인상은 박근혜정부가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까운 시일 내에 선거가 없음을 이용해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격이다.

서민증세라는 본질을 국민건강증진이라고 교묘하게 포장하는 정부의 잔꾀를 국민들은 알고 있다. 솔직히 증세의 필요성을 국민들과 논의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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