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문신웅 기자] “안녕하세요” 이른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해산물과 식재료를 사온 조병욱 실장은 식당 건물 앞에서 단골손님을 만났다. 짧은 인사말을 건네고 일과를 시작하는데, 어느새 예약손님들이 가득 찬 저녁 시간이 되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참치회를 썰며, 손님을 맞이한 그의 인사말이 새벽 인사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산 재료로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손님에게 드린다는 약속. 오늘도 내일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병욱 실장이 생각하는 음식은 변함없는 맛과 변함없는 사람. 이 두 가지 의미에 얽힌 조 씨의 이야기를 지금 들어보려 한다.

요리하는 집안이 키운 요리사

조병욱 실장은 요리사 집안에서 자랐다. 조 실장을 성장시킨 것은 집 안팎에서 배운 다양한 요리다. 그의 아버지 주두식 씨는 국내 최초 일식집으로 알려진 ‘미주리’ 출신이다. 조 씨는 16세부터 미주리에 들어가 일식을 배웠다고 한다. 그들 가문에 요리의 맥이 뛰기 시작한 것이 바로 1965년경(미주리 개업연도 1959년). “큰 어머니도 궁중 요리 연구가다. 삼촌들도 호텔 주방에 계신데, 막내 외삼촌은 국내 스시 명장이다. 모모야마 정병호 조리장이다” 가족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는지, 그의 가족 자랑은 계속됐다.

온 가족이 요리하는 집안이라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 조 실장은 엄격한 부모님의 가르침 때문에 자수성가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식당에서 일하고, 역전에서 김밥도 팔아보고 어렸을 때,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께서 자식들이 앞길을 스스로 헤쳐나가길 바라셨던 거 같다” 이처럼 인생도 요리도 그에게는 혼자 일궈내야 할 일이었다는 것이다.

내 손으로 만들어야 진짜 음식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을 두루 배운 조 실장은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현장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아갔다. “요리하다 보니 무엇보다 재료의 중요성을 알게됐다” 신선한 재료에서 음식 맛이 결정된다고 믿는 조 실장은 음식 앞에서 말문이 막히면 안 된다고 말한다. 손님과 주방장 사이에 오가는 문답 풀이에 다양한 정보도 공유되지만, 그 사이 정까지 싹튼다고. 그렇게 싹튼 정이 더 좋은 재료를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유메야 조병욱 실장

“우리 집이 횟집이기 때문에 생 와사비맛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철원에서 최고급 재료를 받아 손님께 직접 갈아준다” 1kg에 18만 원 정도 하는 생 와사비는 그가 가장 아끼는 식재료 중 하나다. 장뇌삼부터 싱싱한 해물까지 참치회 주변을 가득 채우는 스끼다시는 조병욱 실장의 음식에 대한 고집과 손님에 대한 정직함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일식에 정 더하면 맛도 두 배, 양도 두 배

일식집은 양이 적다는 생각. 조 실장은 한국의 정을 무기로 그 선입견을 깨고 있다. “언젠가부터 참치회집이 리필집으로 변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그는 일식집을 찾는 손님들의 불만이 엉뚱한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음식은 맛있어야 하고, 손님이 음식을 드시고 행복하시면 그걸로 된 거라 생각한다” 손도 크고 마음도 넓은 조병욱 실장의 일식은 푸짐하고 신선한 상차림으로 널리 소문이 나고 있다.

음식 앞에서는 말릴 수 없는 사람, 조병욱. 그는 자기 손에 대한 믿음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 음식은 손님에게 각인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조 씨, 꿈이 머무는 곳(유메야)에서 오늘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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