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성식 기자] 시국 사건이 한창인 80년대 모 신학대 내에서 작은 움직임이 일었다. 장애인을 위한 선교 동아리를 만들어보자! 주위의 만류가 거셌다. 세상은 병들어 있고,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 무슨 소리냐! 희망선교회라는 동아리는 주위의 우려 속에 그렇게 시작됐다. 그때와 지금, 세상은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한 건 "변하고 있다"는 것. 윤형영 원장은 33년 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멀었다"

▲ 윤형영 시설장

새로운 생각이 비젼하우스를 바꾸다

윤형영 원장은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비젼하우스에서 중증장애인 39명과 함께 있다. 그는 서울농학교에 교육 봉사를 간 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한다.

지난해 영유아 보육에 헌신한 공로로 경기도지사로부터 ‘보육발전 유공 표창’을 받기까지 한 윤 원장은 안양 보육교사 교육원 교사로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이 되려고 한다. “신앙도 중심을 지키는 힘이 되지만 제 앞에서 저를 보고 배우는 학생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방심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2011년 이곳에 부임한 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폐쇄 직전에 있던 시설을 시흥시에서도 인정하는 우수 시설로 탈바꿈시켰다. 신앙리 주민들도 비젼하우스 장애인들이 도로입양으로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장애인을 움직이게 한 윤 원장의 리더십에 있었다.

장애인 전문가, 장애인의 리더

윤형영 원장은 장애인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리더십은 장애인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장애의 특징, 원인, 그 과정 및 결과 등에 해박해야만 장애인에 대해 정확한 치료교육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문성은 장애인의 문제를 예방하고 예측한다. 그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장애인 문제 알면 아무것도 아니다. 몰라서 문제가 생긴다”

그는 편견을 버리고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공감대도 중요하지만, 관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비 장애인이라는 용어도 있다” 윤 원장은 몸이 아픈 것도 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장애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공감대는 비젼하우스에 다양한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곳에는 지적·지체·뇌병변·중복 장애를 지닌 이들이 생활한다. “노력을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사회화 과정을 훈련하고, 자제력을 높인다” 윤 원장은 돈을 사용하는 방법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다양한 놀이로 가르친다.

이러한 치료 교육의 효과는 장애인의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인다. 또, 장애인도 베풀 수 있다는 생각을 사회에 심어줄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왕역 주변 환경미화 봉사를 하는 비젼하우스의 장애인들은 ‘우리도 베풀 수 있다’는 또 다른 상식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다.

▲ 도로입양에 참여하는 비젼하우스 장애인들이 깨끗한 길을 만든다

아직 멀었지만 할 수 있다

윤 원장의 말대로 세상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 하지만 변하는 모습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모습이어야 한다. “누구나 늙기 때문에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과 똑같다. 하지만 장애인 문제는 숨기려고 한다. 장애인을 낳은 것이 죄가 된다는 부모의 생각, 외모지상주의, 인종차별 같은 복합적인 문화 요인이 장애인에게 작용한다. 이러한 인식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문화의 변화가 근본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그는 과학기술의 발달도 장애인에 대한 기준을 바꿀 것이라며, 변화하는 세상에 관심을 갖고,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달리하자고 주장한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그의 말은 장애인 때문에 비장애인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우리는 서로 관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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