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문신웅 기자]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에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있다. 노인성 질환 환자와 중증지적장애인들이 어울려 사는 이곳은 높은 언덕 위에 그들만의 터전을 꾸리고 있다. 이곳은 '더불어 사는 교회'를 사이에 두고 노인 장기요양시설과 장애인거주시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의 보금자리에서 시작하여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노인과 장애인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찾아가 봤다.

▲ 공동체 카페 모습과 정원의 소원나무

더불어 사는 집 소식

더불어 사는 집은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양로시설이 재정비된 시설이다. 2000년도 이전부터 여수시 대형 병원에 원목실 봉사를 했던 문영희 대표는 보호자로부터 외면받는 노인 환자가 급증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봉사의 길을 선택했다. 문 대표는 당시 노인복지의 명암이 지금과는 달랐다고 말한다.

“어르신 다섯 분에서 시작한 시설은 편견을 받으며, 어렵게 운영됐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아는 분들도 있었기에 후원이 끊이지 않았다. 봉사와 후원으로 어르신을 더 모시면서 우리 집은 더 커질 수 있었다”

하지만 복지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요양시설에 대한 시선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노인 장기요양시설이 비영리시설로 운영되는 것도 모른 채 부모를 내맡겨야 한다는 인식과 경제적 부담이 뒤엉켜 지속되던 후원은 끊어지고 말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된 2008년을 기점으로 문제는 서서히 드러났다. 이 문제는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시설에 있는 노인들이 가족에게 소외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문 대표는 관공서의 직간접적인 관리가 운영에 불편을 주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나아진 체계가 노인을 보호하는 일에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는 요양 시설인 '더불어 사는 집'과 중증지적장애인거주시설인 '더불어 사는 마을'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

“처음부터 소외된 분들과 함께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았다. 현재는 법적·제도적인 면과 운영의 전문성 때문에 분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문영희 대표의 뜻대로 언덕 위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 문영희 대표가 공동체 안에 있는 카페에 앉아있다

더불어 사는 마을 사람들이 꿈꾸는 기적

지난해 겨울부터 공동체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있다. 카페를 만들어 지역주민과 호흡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만든 커피, 감잎차, 뽕잎 차, 솔 효소, 매실 효소 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힘을 합해 만든 답례품. 문 대표는 “받기만 해서는 안 되고 베풀어야 한다. 장애인분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자기를 도와준 사람에게 보답하라고”

마실 거리는 장애인들이 체험과 교육을 병행해서 얻은 잎과 열매들을 문 대표와 공동체 선생들이 다듬고 덖어서 재료로 만든다. “자기 이름 쓰는 데 2년이나 걸리는 분이지만 산과 들에서 딴 찻잎을 몸으로 익히고 맛보면서 품질 좋은 재료를 만들게 됐다”

공동체에서는 텃밭도 가꾸어 상추나 고추 같은 농산물을 자급자족한다. 일명 '그들의 밭'이라 할 수 있는 이 밭은 천연비료와 사람의 손으로 일구어내는 젖줄이나 다름없다. 문 대표의 바람은 소라면 덕양리에 있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그곳에 가서 살고 싶은', 누구에게나 내 집 같이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아무리 선진화 된 요양시설이 생겨나도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따뜻한 감성은 채울 수 없다고 말하는 문 대표는 요양시설과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편견이 사랑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곳이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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