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이뉴스투데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핵심인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살리기 정책이 ‘빚내어 집사라’는 것이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내수경기를 살리겠다”고 선언한 최 장관은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를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지역에 관계없이 70%로 높이겠단다. 지금 시행 중인 LTV도 최소한의 금융기능안전성을 고려해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수도권 등 지역별, 금융업권별, 주택유형별, 대출만기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LTV를 지역에 관계없이 70%로 높이겠다는 발상은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에 금융안정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금융부실을 현실화시킬 것이 틀림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외환 등 7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295조 1595억원이며 지난해 말보다 8조 8547억원(3.1%) 늘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증가액(4조 8957억원)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하나은행(1조 6000억원, 4.7%), 우리은행(2조 4000억원, 4.5%), NH농협은행(1조 7000억원, 4.1%) 은행의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상황에서 LTV, DTI 완화까지 가세되면 주택담보대출액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될 것이다. 

여기에 현행 LTV나 DTI규제가 업권별로 차등을 두다 보니 주택담보대출을 은행권보다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전사 등 비은행권에서 15%p 더 대출받을 수 있어 만약 은행권의 LTV규제를 70%까지 완화할 경우 비은행권의 대출비율은 더욱 늘어서 금융부실을 가중시킬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2014년 4월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도 0.57%로 2009년말 0.33%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LTV 완화는 금융기관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는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최근 한국 정부가 LTV·DTI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이미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 비율을 더 높이고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우선 중단기적으로는 규제 완화가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정부는 이러한 국제 전문기관의 경고를 다각도적이고 면밀히 검토함은 물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85%에 달하면 위험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지난해 현재 우리나라의 GDP(신기준)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85.6%이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시 2008년 149.7%, 2010년 155.8%, 2012년 163.8%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또한 올해 1∼5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은행이 4조 9000억원 증가에 그친 데 비해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권은 7조 2000억원 늘었는데 비은행권 가계대출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채무자의 경제적 불안정성 등으로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 이처럼 LTV완화는 가계부채의 증가에 따른 가계 파산,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인 LTV·DTI를 부동산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계부채 문제 악화는 물론 우리경제를 왜곡시킬 것이다. DTI·LTV를 도입한 이후 10여 년간 미세 조정만이 있었을 뿐 큰 틀은 유지되어 왔다. 이는 부동산 금융규제를 경기활성화 방안이 아닌 금융안정책으로 인식하여 가계 및 금융부실을 막는 최소한의 규제장치로서의 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부터 부동산 관련 규제의 ‘완화’를 거듭하면서 경기부양책으로 사용해 오히려 경제 구조를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인위적인 부동산 가격 유지 정책을 위한 LTV, DTI 완화 등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켜 또 다른 부작용과 더 큰 금융위기를 낳을 수 있다. ‘깡통주택’ 급증과 ‘미친전세값’을 다시 부르고 이어 국가경제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가계부채 시한폭탄을 더 이상 안고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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