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끝난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션 KLPGA투어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동갑내기 전인지보다 첫날 2타나 앞선 7언더파 1위에 올랐던 권지람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친구의 늦둥이 딸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며 슬럼프를 겪을 때마다 조언과 지도를 해오던 선수다.

그러나 둘째 날과 마지막 날 연달아 부진하며 공동 51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1부 투어 생활 중 처음으로 첫 라운드를 1위로 달리던 압박감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7언더를 쳤던 실력이 하루 밤새 몽땅 달아날리 만무인데 아마도 변명 아닌 이유라면, 처음으로 찾아온 우승 찬스와 기대심, 그리고 동시에 첫날처럼 계속 잘 쳐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자신감을 잃어버렸으리라. 이번 대회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욱 성숙해지는 선수가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스포츠 중에서 가장 핑계가 많은 운동이라면 단연 골프다. 수만 가지 이유와 변명을 둘러대지만 이 모두 다 핑계일 뿐이다.

로우 핸디캡으로 갈수록 핑계거리가 점점 줄어들며 프로 수준에 이르면 부진한 성적에 대하여 거의 자신의 탓과 잘못으로 안고 간다.

그러나 하이핸디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핑계거리가 난무한다. 

그 중 가장 많이 써먹는 1순위는 '연습을 한지 오래돼서' 또는 '필드 라운드 나가 본지 수개월이 넘었다' 등이고 그 다음은 '어제 저녁 과음해서'  '잠을 제대로 못자고 나왔다'  '새로 클럽을 교체하고 처음 가지고 나왔다' 등등 이유가 365가지쯤 되며 마지막 핑계는 '왜 안 맞는지 모르겠다'이다.

공이 잘 맞느냐고 인사차 물어보면 겸양과 겸손 정도로 '별로입니다' 라고 하면 이해가 가는데 도대체 골프를 하러 나와서 시작하기도 전부터 오만가지 이유와 핑계부터 대는 심리를 도통 모르겠다.

괜히 동정심 유발을 노리는지 아니면 공이 잘 안 맞는 이유를 대고는 나중에 잘 쳐서 동반자들을 놀라게 하려는 의도인지, 그것도 아니면 평소에는 잘 치는데 오늘따라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공이 잘 안 맞아도 실력을 저평가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인지 분간 할 수 없다.

그러한 사전 핑계성 발언을 하는 골퍼들의 얼굴에는 공통적으로 부정적인 모습만 보일뿐 오늘은 모처럼 정말 잘 쳐보려는 결연한 의지와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골프는 계수로 측정 평가되는 운동으로 본인의 어떠한 핑계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스코어가 결과를 적나라하게 평가되기 때문에 아무리 연막탄을 날려도 소용이 없다.

가끔 필자도 골프가 잘 안될 때가 있다. 그러면 주변에서 요즘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다. 필자의 대답은  오직 단 한가지이다. '실력이 없어서 그렇다, 이제는 한물 갔나보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또한 그리 잘 안 되는 날은 적당히 즐기며 하지 왜 그리 열심히 하는가 묻기도 한다. 항상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어서 그런가봅니다 라고 대답하곤 했다.

핑계를 대는 골퍼를 보면 핑계를 댄 것에 비하여 잘 맞는 경우보다 실제로 부정적인 자기 최면에 걸려 실제로 안 맞는 경우가 훨씬 믾다.

또한  잘 안될 때는 남들이 자신이 내뱉은 핑계를 이해 해주리라고 믿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잘되든 안 되든  오늘은 본때를 한번 보여주자고 결연한 모습이 오히려 긍정의 힘을 발휘한다.

이유와 핑계 그리고 변명 한번 입에 담지 않으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골퍼는 비록 그날의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도 골프를 잘하는 골퍼보다 18홀에서 장갑을 벗을 때까지 '포기를 모르는 골퍼'로서 동반자에게 더욱 두려움과 경외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글= 최영수 ㈜야디지코리아 회장 / 정리= 이뉴스투데이 엄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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