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양인선 기자]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조금 불편하겠지만, 천상병 시인의 이야기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세상에 잠시 마실 나온 기분으로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작은 동네 ‘함께 걷는 소풍길 흰마실’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인 흰마실은 지난 2012년 8월,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흰마실의 ‘흰’은 지명인 백운(白雲)에서 따왔는데,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뜻하고,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마실’은 이웃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지낸다는 뜻이 담겨있다.

흰마실 박주종 원장을 만나봤다.

▲ 흰마실의 ‘흰’은 지명인 백운(白雲)에서 따왔는데,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뜻하고,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마실’은 이웃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지낸다는 뜻이 담겨있다.

장애인이 사는 동네는 별세계가 아니다.

장애인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왜곡해서 다가가서도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시설에 입소해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공동주택에 입주해 들어 살고 있는 입주자만 있을 뿐이다. 현재 30명의 입주자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흰마실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 내 삶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누군가가 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자. 그것도 매일,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본대로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공포스러운 일이겠는가.

‘자연스러움’이 흰마실의 바탕이다.

학교 갈 나이의 입주자는 등교하고, 직업훈련이 필요한 입주자는 배우러 나가고,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원하는 입주자는 강사가 있는 곳으로 가고, 텃밭을 소일삼기 원하는 입주자는 호미를 들고 나가고, 실개천 물고기잡이 좋아하는 입주자는 족대를 들고 나가고, 가족이 그리울 때는 언제든 만나러 나간다. 입주자가 외모를 단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옷이나 화장품은 입주자가 직접 매장에 가서 구입하고, 머리나 목욕도 시설을 방문하는 자원봉사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미용실이나 목욕탕을 이용하는 등 입주자들의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추구한다.

▲ 흰마실 박주종 원장

장애인은 사람이다.

입주자는 사람이다. 또한, 개인이고 사회인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특별하게 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흰마실 16명의 직원이 이 일에 함께한다. 입주자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가족으로서 지역사회 주민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가도록 주선하고 거들며 돕는다. 입주자보다 절대 앞서지 않는다.

장애인이 당사자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 세계에서 때로는 녹록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살아야 사람이고 이런 사람들이 함께 숨 쉬는 곳이라야 사회이지 않겠는가?

인생주기(Life-Cycle)에 맞는 사람살이

장애인 정책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책임의 미흡에 있다. 그나마 학령기 아동들의 교육은 특수학급, 통합교육, 특수학교 등을 통하여 이루어지지만, 고교 졸업 후에는 대다수의 장애인들이 사회로 진출하지 못하고 가족 책임으로 떠넘겨져 버린다. 사회는 장애 특성에 맞는 직군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제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서로 도우며 기다려줘야 한다.

박주종 원장은 “장애인의 90%가 후천성 장애인이다. 우리는 누구나 예비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비록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약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초월적 존재임을 인식한다면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며 서로 어울려 사는 함께 걷는 소풍길은 어렵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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