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사가 김태희 교수

[이뉴스투데이 양미영 기자] 축하하는 자리에서도, 슬픔을 위로하는 자리에서도, 자기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노래이다. 다양한 노래들이 그 많은 곳에 함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각 노래마다 다양한 의미의 가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사는 사라지지 않을 장르이며 예술이다.

기자가 만난 김태희 교수는 수많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무색할만큼 강인한 개척자의 이미지보다는 영락없는 여린 감성의 인상 좋은 아티스트였다. 우리에겐 김종국의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 포지션의 ‘Blue Day’, 주영훈의 ‘노을의 연가’ 등의 가요나 <역전의 여왕>, <올인>, <히어로>, <장희빈> 등의 드라마 OST 음악 등 300여곡의 가사로 늘 함께해온 친근한 작사가다.

현재 국민대 종합예술 콘서바토리와 국민대 대학원 실용음악과 작사전공 교수인 김태희씨는 2012년에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보컬과 주임교수를 역임하며 국내 최초로 작사학과를 신설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경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오직 작사학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대중과의 보다 적극적인 교감과 이해를 위해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방송을 전공했다는 말에서도 작사에 대한 남다른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작사가 생산자연구에 관한 논문도 국내 최초로 김태희씨의 손에 의해 발표됐고, 실전 작사를 가능하게 하는 입문서 겸 이론서 역시도 최근 『김태희의 전략적 가사쓰기』(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제목으로 최초로 출판됐다.

이번 작사법 책은 기존의 책들과 달리 본인의 가사가 아닌 노래들도 많이 인용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도 어떤 상황, 어떤 노래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작사법을 연구하고 소개해 작사가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김태희 교수의 열망과 열정을 읽을 수 있다.

- 대학교재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물론 저의 강의를 함께 들으시면 더욱 좋겠지만 대학입학의 시기를 이미 지난 분들이나 직장에서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미련이라는 이름에 담아두고 계신 분들의 실현가능한 탈출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제가 강의를 하듯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사를 배워두면 어떤 사물이든 나의 이야기로 느껴지고 감정을 실을 수 있으며 이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재밌게 읽으실 수 있으실테고요. 주변에서도 자꾸 얘기하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통하게 되실 겁니다.”

-‘작사의 정석’을 만들고 싶어 쓰신 책이라고 하셨는데 더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모호한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점들을 공식으로 최대한 간단하고 확실하게 정리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억지스러워 보이거나 모순이 나타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일반 독자들 혹은 음악인들이 일반적인 언어로 상상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스토리텔링이라는 특징에 맞춰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요리 레시피처럼 멜로디가 지나치게 짧은 데모음원을 만났다면 그 해당하는 편을 펼쳐 도움을 직접적으로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아마 이 책을 구입하시면 책상 앞에 늘 꽂아두고 보는 책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 왜 이렇게 작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건가요.
“사실 처음부터 작사가로 출발한 것은 아니예요. 1992년 ‘자유시간’이란 그룹으로 가요계에 입문해 KBS드라마 <폴리스>의 OST를 부르기도 했고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젝트그룹 ‘페이지’ 1집의 객원싱어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안, 나오미 등 노래 잘하는 애제자들을 배출하기도 했으며 배우 이소연, 방송인 장연란을 비롯해 많은 가수와 방송인들의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제 인생을 즐겁게 하는 일들은 이렇게 많습니다. 하지만 1993년부터 지금까지 20여년을 작사가로 살아온 것이 가장 큰 기쁨으로 여겨집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많습니다. 아름다운 음악도 그 중 하나죠. 하지만 내 것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요? 그것도 서민들의 삶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 음악에 개인적인 가사가 붙어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나와 상관없던 아름다움이 오직 날 위해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을 사람들은 각자 애창곡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가사의 힘입니다. 그래서 전 가사를 사랑하고 가사를 쓰는 제 작사가라는 직업을 사랑합니다.”

▲ 작사가 김태희 교수


- 작사가로서의 보람은.

“제가 작사가인 것이 가장 자랑스러울 때가 대중의 대변인 역할을 할 때입니다. 변죽 없는 이의 마음을 대변해줘 프로포즈를 돕고, 사랑하는 사람도 해줄 수 없는 위로를 365일 24시간 옆에 붙어 앉아 지치지 않고 해줄 수 있으며, 단번에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평생 애호가라는 이름으로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적어도 저를 포함한 제 주변엔 없는 것 같은데요. 음악은 다 찌그러진 CD플레이어만 있어도 우리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즐기게 해주고 마음의 감동을 선물해줍니다. 제가 음악을 만들고 많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친구가 돼준다고 생각할 때 그 음악으로 누군가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전 참 행복합니다.”

- 이렇게 중요한 가사를 사회적으로 소홀히 하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입니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음악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많이 달라지면서 몇몇 프로듀서들에 의해 곡을 만드는 순간 그 곡을 위한 가사 정도로 작사가 이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생명이 짧은, 듣고 나도 기억나지 않는 가사와 음악들이 태어나고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디지털시대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감성의 수혈을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일회성의 음악이 아닌 가슴에 남을 가사와 멜로디를 찾아 듣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 시대를 대표할 우리들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는 히트곡을 찾기 힘든 것이 요즘 가요계입니다. 왜일까요? 세계로 진출할만큼 멋진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내는 우리 음악인들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요? 그건 대중의 이야기를 세계인들과 함께 들을만한 이야기로 녹여내고 담아낼 전문작사가의 부재에 있습니다. 전문작사가의 필요성은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14학년도 새 학기엔 더 확실히 준비를 했습니다. 슈퍼창따이씨와 같은 최고의 프로듀서들과 김이나씨 같은 최고의 작사가들의 강의뿐만 아니라 몇 해의 시행착오로 더욱 확실히 준비한 커리큘럼과 더 많아진 작사 데뷔의 기회와 다양해진 진로를 준비했습니다. 국민대 종합예술 콘서바토리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작사가 제자들도 많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예전 <미남이시네요>라는 드라마의 삽입곡으로 데뷔한 친구도 있고요. 한그루 앨범을 통해서 또 코요태 앨범을 통해서 데뷔를 시켜왔죠.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슈가페이퍼’라는 전문 작사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합니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김태희의 전략적 가사쓰기』에 수록된 데모음원에 작사해 보내주시면 매력적인 감성과 아이디어가 돋보이시는 분들을 심사해 전문작사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 음악에 힘이 되는 길은 좋은 작사가들을 많이 길러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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