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면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디자이너 이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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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면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디자이너 이대겸
"'까르네 듀 스틸'을 입는 사람들이 내적으로 당당해지길 바래요"
  • 김은경
  • 승인 2013.08.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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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해외 브랜드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발휘하며 소리없이 증가하고 있는 신진디자이너 브랜드. 국내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작은 쇼룸으로 전개하기 때문에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전에 비해 편집숍이 크게 늘면서 디자이너 브랜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빠르게 출시되는 해외 SPA 브랜드 틈에서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내에서 국내 디자이너를 인정해주는 인식이 생긴다면 한국패션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터.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신선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숨은 보석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이대겸 '까르네 듀 스틸(Carnet Du Style)' 디자이너

 

[이뉴스투데이 김은경 기자] 브랜드를 론칭한 지 5년 가까이 됐지만, 그 간 자신의 방향이 어중간했다고 말하는 이대겸 디자이너(33)는 그게 무엇이 됐든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작품)에 대해 '어중간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는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도 지키고 싶어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단점을 인정할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실한 사람이라 했던가. 이대겸 디자이너와의 진실한 인터뷰가 기다려졌다.
 
 
 
 

Q: 디자이너라는 꿈은 언제부터였는가?
 
중·고등학교 때 미술을 했다. 서양화나 실내건축에 관심이 많았지만, 무언가 하고 싶다고 정해놓은 것은 없었다. 그러다가 패션에 눈을 돌리게 됐다. 모델 여자친구의 영향도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꾸미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다.
 
 
Q: 브랜드명 '카르네 듀 스틸(Carnet Du Style)'이 담고 있는 의미는?
 
카르네 듀 스틸(Carnet Du Style)은 불어로 '스타일 다이어리'라는 뜻이다. 시대가 지난 후 다이어리를 보면서 옛 추억을 회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시간이 지나도 회고되며 간직될 디자인을 지향한다. 
 
 
Q: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입었을 때 불편함이 없는 것. 여기에 나만의 색깔과 디테일을 가미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우터를 잘 갖춰 입었을 때 자신감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까르네 듀 스틸'에는 아우터 제품이 많다. 내면이 약하거나 자신감 부족한 사람들이 내 옷을 입었을 때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자기 자신으로부터 당당해지길 바란다. 

 

▲ 신사동에 위치한 이대겸 디자이너 작업실
 

Q: 디자인 할 때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바로 스케치하지 않고, 나중에 몰아서 하는 편이라 시간적인 압박을 많이 받는다. 어떨 때는 강한 옷을 하고 싶은데 그것을 미니멀하게 표현하는 것이 힘들다. 무엇보다도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 자신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 의상을 볼 때 '어렵다'라고 얘기를 많이 한다. 당연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싶고,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싶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차이가 있어 그 사이에서 항상 갈등을 한다. 예술성과 상업성의 수위 조절이 여전히 가장 힘들다. 
 
 
Q: 결과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부담스럽지 않은가?
 
처음 시작할 때는 혼자였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식구들이 생기고, 유통업체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신경쓰게 됐다. 그러면서 저절로 대중성을 생각하게 됐고, 유통을 하고 판매를 하는 디자이너라면 포기해야할 부분은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Q: 영감을 얻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을 하는가?
 
특별한 노력은 없다. 이미지나 영화 등을 많이 보려고 한다. 여행을 갔을 때도 될 수 있으면 그 곳의 풍경과 문화 등을 담아두려고 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것들과 어떤 찰나의 순간들이 예상치 못하게 영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Q: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와 요지 야마모토(Yoji Yamamoto)를 꼽을 수 있다. 앤 드뮐미스터는 어렸을 때부터 열렬히 좋아했던 디자이너로 남성복, 여성복 둘 다 좋아한다. 원단의 사용과 컬러감, 그런지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이 좋다. 요지 야마모토는 옷에 철학이 느껴진다. 보여주는 룩 자체도 훌륭하지만 여성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디자인을 한다는 게 멋있고, 그 철학을 계속해서 이어왔다는 사실이 존경스럽다.

 

▲ 신사동에 위치한 이대겸 디자이너 작업실


Q: 패션 이 외에 관심 두는 게 있다면?
 
커피를 좋아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패션과 카페를 접목시킨 공간을 만들고 싶다.
아직은 경제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우선은 '카르네 듀 스틸'의 기반을 확실히 잡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Q: 패션 이 외의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가?
 
책을 많이 본다. 특히 소설책을 좋아하는데 요즘『왕좌의 게임』에 빠져 있다. 처음엔 미드를 통해서 접했는데 뭔가 아쉽다는 생각에 원작 소설까지 보게 됐다.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책을 꼽으라면 『단순하게 사는 법』이다. 어느 날 친구에게 속상한 마음을 풀고 있는데 그 친구가 내게 필요한 것 같다며 추천해준 책이다. 내 성격이 스스로 못 살게 하는 편이라 생각이 많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옭아매고 있던 것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편해진 것 같다.

 

Q: 사사다패션스쿨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교수로서의 생활도 궁금하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 나는 학창시절에 썩 훌륭한 학생이 아니었고, 내 스스로 자격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더 좋은 사람에게 배울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그 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부담도 느끼지만 또 현직 디자이너로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기도 하다.
 
 
Q: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패션학도들에게 한마디.
 
꿈은 많이 꾼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꿈이어야 한다. 중간고사 말미에 학생들에게 "옷을 사주는 사람이 없어도 디자인을 계속 할 것인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일부 학생들이 "그만두겠다"고 답했다. 그 친구들에게는 굳이 이 길을 가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 때 포기할 바에는 차라리 지금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더 현명하다. 디자인을 하다보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십번씩 드는데 그때마다 포기할 것인가. 한 번 쓰러졌다고 해서 포기할 게 아니라 도전하고, 또 도전하다보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스스로 그 실패를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이 쌓인다. 현재 수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진정 이 길을 가고 싶다면 의지와 인내심을 갖길 바란다.
 

▲ 프린트가 매력적인 '까르네 듀 스틸' 의상

 

Q: 올해 '홍콩 k패션 브랜드 프리뷰' 전시에 참여했다. 해외진출을 생각하고 있는가?
 
공격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앞으로 페어에 참가하는 빈도가 많아질 것 같다. 예전에는 '한 번 나가볼까'라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준비해서 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됐다. 결실이 좋지 않더라도 꾸준히 도전할 생각이다. 이번 홍콩 전시에서는 바이어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현재 홍콩백화점 두 군 데에 입점해 있는 상태다. 말레이시아 쪽은 이미 컨텍이 되서 거의 계약 직전이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북미 쪽 판로 개척도 계획하고 있다.
 
 
Q: 온스타일 <솔드아웃> 출연은 본인에게 어떤 시간이었는가?
 
작가로부터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솔직히 출연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내 브랜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솔드아웃>은 결과를 떠나 이 길을 함께 갈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을 알게 해줬고, 잃어버렸던 나의 방향성을 찾는 터닝 포인트가 돼 줬다. 많이 팔고 싶고, 디자이너로서의 아이덴티티도 갖추고 싶고, 늘 그 중간에서 흔들렸는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좀 더 확고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자켓이나 코트 같은 아우터에 애착이 간다. 그 중에서도 양가죽과 코튼을 사용한 라이더 자켓과 코트+베스트로 변형이 가능한 아이템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라이더 자켓은 오버사이즈 핏에 각각의 다른 소재를 이용해 좌우대칭으로 면분할된 아이템이다. 디자인이 복잡하지는 않지만 소재의 질감과 컬러의 대비가 주는 차이가 특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올과 양가죽을 사용한 카라없는 코트 위에 쇼트 베스트를 레이어드한 아이템은 각각의 아이템으로 착용이 가능해 실용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평범하지 않은 느낌의 옷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채워나갈 생각이다.
 

▲ 애착가는 아이템=라이더 자켓(코튼+양가죽)과 VEST +COAT 제품
 

Q: 패스트 패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동대문 두타 입점을 고민하고 있을 때 패스트 패션을 취급하다 보면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우려가 있었다. 물론, 패스트 패션으로 돈을 벌어 네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마음껏 하라는 충고도 있었다. 지금은 두타 매장에서 철수한 상태지만 패스트 패션은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고, 현재 내가 마음껏 디자인을 하고 개인 쇼룸을 마련할 수 있는 경제적 발판이 돼 줬다. 이러한 이유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지만, 디자이너로서 회의감이 들 때가 있었다. 동대문의 경쟁력은 빠른 속도와 트랜드를 반영한 제품생산이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데 있어서 제약이 생겼다. 디자인이 카피되는 것은 물론이고, 저가 경쟁으로 인해 디자인 가격을 못 받고 파는 느낌이 있어서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건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Q;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브랜드가 어떻게 평가되길 바라는가?
 
시대를 초월해 회고 될 수 있는 브랜드로 남고 싶고, 옷을 봤을 때 '까르네 듀 스틸'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색깔이 뚜렷한 브랜드라는 평을 받고 싶다.
 
 
Q: 디자이너로서, 인간 이대겸으로서 목표하는 바는?
 
디자이너로서 내 목표는 부끄럽지만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었을 때, 패션을 더 이상 하지 못할 정도로 노쇠해졌을 때, 이제 이 세계에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길 바란다. 세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책이 만들어진다면 2000년대를 대표하는 아시아 디자이너에 내 이름을 올리고 싶다. 인간 이대겸으로서는 좋은 아들이 되고 싶다. 무뚝뚝하고 표현 못 하는 아들이라서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어머니가 나를 홀로 키우셨는데 이렇게 나이를 먹은 지금도 어머니에게 나는 아픈 손가락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하셨지만 나는 이 직업을 선택했다.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비자들은 SPA 브랜드와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너그러운 반면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또 일반적으로 신진디자이너 옷은 '싸고 독특한 옷'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같은 생각이 '적당한 가격대에 살 수 있는 특별한 옷'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디자이너들의 작품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는지 그 점을 눈여겨봐주고 가치있게 생각해준다면 우리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다.

 

▲ 인터뷰 중인 이대겸 디자이너
 

■ 브랜드 특징

시대적인 트렌드 요소를 갖췄지만 시간이 흘러도 회고될 수 있는 옷을 지향한다. 대표 아이템은 자켓, 트렌치 코트, 라이더, 베스트 등으로 맨즈 테일러링을 우먼라인에 맞게 변형시킨 완벽한 패턴과 실루엣을 완성해 파리지엔 시크룩을 표현, 화려하지는 않지만 멋스러움이 묻어나는 옷을 만든다.

▲ 까르네 듀 스틸 2013 S/S 룩북

 

■ 이대겸 디자이너 올 여름 추천의상
 
박시한 실루엣에 시스루 소재를 믹스 매치해 통풍이 잘 되고 편하다. 다양한 스타일링이 용이하며, 하의를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경쾌한 캐주얼이나 여성스러운 페미닌 룩으로 연출이 가능하다.

▲ 제품 BLOCKING BLOUSE WH+BK
 

■ 이대겸 디자이너 프로필
 
파리의상조합 출신인 이대겸 디자이너는 지난 2009년 초 남성복 '1967' 론칭 작업에 합류, 그 해 10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카르네 듀 스틸(Carnet Du Style)'을 론칭했다. 미니멀+아방가르드를 모태로 조용히 실력을 발휘해 온 이대겸은 2012년 F/W, 2013 S/S 서울패션위크 기간 중 차세대 신진 디자이너를 선보이는 '제너레이션넥스트 컬렉션'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12명의 디자이너가 모여 경쟁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솔드아웃>에서 여심(女心)을 이해한 디자인으로, TOP3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현재 그는 청담동과 신사동에서 쇼룸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사사다 패션스쿨에서 후배 디자이너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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