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해외 브랜드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발휘하며 소리없이 증가하고 있는 신진디자이너 브랜드. 국내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작은 쇼룸으로 전개하기 때문에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전에 비해 편집숍이 크게 늘면서 디자이너 브랜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빠르게 출시되는 해외 SPA 브랜드 틈에서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내에서 국내 디자이너를 인정해주는 인식이 생긴다면 한국패션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터.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신선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숨은 보석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오유경 '모스카' 디자이너

 

[이뉴스투데이 김은경 기자] 오유경(28)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를 위해 종로구에 위치한 그녀의 작업실을 찾았다. 인터뷰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를 맞이한 것은 그녀와 그녀의 애완견 주딩. 낯선 사람의 등장에 쉴새없이 짖어대며 인터뷰 내내 방해공작을 일삼은 주딩의 행동에 오유경은 연신 '미안하다'며 안절부절못했다. '아픈 주딩을 혼자 둘 수 없었노라' 말하는 그녀, 직원들의 카드값을 걱정하는 그녀는 말 그대로 인정 많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좀 더 과감하길 바라지만 그로인해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하는 오유경은 내 식구들을 지키고 싶다고 말한다. CEO로서 그녀가 짊어지고 있는 무게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작은체구를 갖고 있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포부를 품고 있는 인정 많은 리더 오유경을 만나고 왔다.

 
 

Q: 디자이너라는 꿈은 언제부터였나?

다섯 살 때 패션잡지를 본 순간 꿈이 정해진 것 같다. 화보가 멋있어서 그림으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마치 디자이너가 된 것 마냥 연습장에 의상의 제목과 소재, 콘셉트를 적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IMF 경제위기로 인해 예쁜 옷을 사 입을 수 없어서 옷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이후로 동네 커텐집에 찾아가 봉재 기술을 배웠고, 패턴은 국제복장학원에서 발행한 교재로 독학을 했다. 그렇게 하나둘 만들다보니 고등학교 때는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 수준이 됐다.
 
 
Q: 브랜드명 '모스카(MOSCA)'가 담고 있는 의미는?
 
모스카는 내가 좋아하는 이태리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의 모티브다. 이태리어로 곤충과에 속하는 '파리'를 뜻한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지만, 나중에 브랜드 콘셉트를 정하면서 일상적이고, 남루하고, 소외된 대상도 쓸모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가게 됐다.
 

Q: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디자인이란, 그 시대의 상황과 흐름에 맞게 혹은 누군가가 원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소스가 필요한데 바로 나만의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게 뭘까 고민한다. 내가 많은 디자이너들이 활동하고 있는 신사동, 한남동이 아닌 종로를 선택한 것도 스스로 집중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종로에 위치한 오유경 디자이너 작업실
 
 
Q: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부담스럽지 않은가?

부담감은 항상 따라다닌다. 물론 스트레스도 받는다. 하지만 결과물이 나만의 것이 아닌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나의 이런 배려들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시즌엔 이런 룩이 예쁠거야', '이런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거야'라고 생각하고 만들면, 생각만큼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한다. 비록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장식을 달고, 소재를 쓰고, 불필요한 것을 만들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좋아해주고 인정해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처럼 상업을 지향하는 디자이너라면,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릭적인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작업을 하는 순간에는 내 만족이 우선시 되는 것 같다.
 
 
Q: 창작물을 얻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을 하는가?

아이디어를 많이 비축해 두는 편이다. 순간순간 생각나는 게 있으면 메모해 놓고, 저장해 두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이미지나 글을 보면 스크랩해서 모아두고, 시간 날 때마다 돌려 본다.
 
 
Q: 패션 이 외에 관심 두는 게 있다면?

나중에 영화를 찍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예전에 모스카에서 조그맣게 인트로 영상을 만들었는데 하면서 너무 재미있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디밴드 뮤직비디오 제작을 기획 중이다. 섣불리 말 할 단계는 아니고,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생각이다.

Q: 좋아하는 브랜드는?

'코스믹 원더(COSMIC WONDER)'와 '아크네(ACNE)'를 꼽을 수 있다. 대중들과 쉽게 공감하면서도 브랜드 색을 잔잔하게 내는 것 같아서 좋아한다. 결코 나와 색깔이 같지는 않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이나 프로젝트, 방식들이 나에게 영향과 자극을 동시에 준다. 패션은 트렌드에 민감한데 이 두 브랜드는 유행에 치우치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다. 항상 꾸준함을 갖는건 어려운 일이다.

 

▲ 2013 모스카 F/W 의상
 
 
Q: <프로젝트런웨이 코리아 시즌 4>(이하 '프런코')에서 TOP3까지 진출했다.
 
브랜드 활동을 하는 도중에 스스로를 자극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또 모스카를 좀 더 업그레이드하고,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프런코>에 출연하게 됐다. TOP3에 올라가긴 했지만, 으시대거나 자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프런코>는 무조건 실력으로 결정되는 곳은 아니다. 참가한 모든 디자이너들이 실력파다. 단지 그날 컨디션과 주제에 따라 우승이 결정되는 것 같다.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리고 <프런코>를 통해 나와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디자이너들의 작업 방식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 <프런코> 출연 후 간혹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생겨서 행동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워졌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Q: <프런코>에서 남들이 기피하는 '니트' 소재를 사용한 이유는?
 
니트는 도전해보고 싶었던 분야였다. 이 곳 '모스카'에서는 내가 책임져야 할 식구들이 많기 때문에 함부로 시도할 수 없었지만 <프런코>에서는 오로지 나 혼자였기 때문에 편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판매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 재미있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니트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앞으로는 실험을 자주 할 생각이고, 컬렉션에서도 니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Q: 시즌마다 '모스카'가 보여주는 느낌이 다르다.

F/W 때는 색이 차분해졌다가 S/S 때는 색이 화려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색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두려움은 없다. 모스카는 중간이 없고 극과 극인데 색이 칙칙하다거나 굉장히 컬러풀해도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아직까지는 보여지는 데 있어서 질서있는 느낌을 중요 시 하지 않는다. 나의 성향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 해마다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정신없는 와중에 질서를 찾고 싶다. 왔다갔다 하더라도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2013 모스카 F/W 의상
 

Q: 좋은 옷이란 어떤 옷이라고 생각하는가?

절대적인 기준은 없는 것 같다. 디자인은 상대적인 거라서 자신의 상황 수준, 위치 등 모든 것들을 포함했을 때 다이아몬드처럼 잘 맞아 떨어지는 게 좋은 옷이 아닐까. 내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에게 비싼 옷이 필요없는 것처럼 자기한테 맞는 옷이 좋은 옷이라고 생각한다.

Q: 국내파 디자이너로서 어려운 점은 없는가?

모 호텔에서 호텔 유니폼 커튼콜이 왔었다. 그런데 조건이 해외에서 졸업한 디자이너였다. 아직도 국내파와 해외파를 구분 짓는 시선이 남아있긴 하지만, 반대로 보면 점점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기도하다. 만연한 게 아니라서 '남아있긴 있구나'라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컴퓨터도 있고, 인터넷도 있고, 해외여행도 자주 갈 수 있으니 굳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스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스펙보다 중요한 건 경험이다. 취직을 하고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스펙도 중요하겠지만,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면 경험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어디서 인턴을 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인턴을 어떻게 했는지 그 과정이 중요하다.

Q: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패션학도들에게 한 마디.

경험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인턴을 짧게 하더라도 내가 이 순간에 이 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다 배워야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열정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노는 것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노는 것에만 열정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것들에 많이 도전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 오유경 디자이너와 그녀의 애완견 주딩
 

Q: 편집숍이 많이 증가했지만 신진디자이너들이 판로를 찾기란 여전히 힘들다.
 
판로는 많지만 속시원한 판로가 없다. 디자이너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안정적인 곳이 별로 없고, 관리와 운영이 미흡하다. 그래서 어려운 것 같다. 신진디자이너들은 판로를 찾기 위해 리서치를 많이 해야한다. 무조건 유명한 곳이 좋은 곳은 아니다. 나와 잘 맞는 곳인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어디는 유명하지 않고 소규모인데도 나와 잘 맞아서 판매가 괜찮을 때가 있고, 어디는 유명하고 메인거리에 있지만 나와 잘 맞지 않아서 판매가 탐탁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단 내 옷을 다 깔아보자'라는 생각보다는 신중히 따져보고 접근하는 게 맞는 것 같다.

 
Q: 소비자들에게 '모스카'가 어떻게 평가되길 바라는가?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브랜드였으면 좋겠다. 나는 모든 여자들에게 다 필요한 옷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이런 옷도 필요한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만들고 싶다. 물론, 대중적이고 상업적인게 브랜드의 기본 베이스이기는 하지만 그런 대중들 안에서도 기본티만을 입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Q: 디자이너로서, 인간 오유경으로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모스카의 브랜드로서의 위치가 안정적이고 평온했으면 좋겠다. 디자이너로서의 나는 좀 더 과감했으면 좋겠다. 오유경으로서는 게으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나의 도전이라면, 그 전까지는 간혹 나왔던 니트 상품이 올해 F/W부터는 적극적으로 출시된다. 또 해외판로 개척은 물론, 쇼도 꾸준히 할 계획이다. 끝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사업을 더 크게 확장한다거나, 쇼룸을 더 좋은 곳에 오픈하기 위해서가 아닌, 같이 일하는 우리 직원들과 좋은 상황에서 일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브랜드 특징

모스카 브랜드 콘셉트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아름답지 못하고, 소외된 대상도 재미있고, 쓸모있게 디자인 하는 것이다. 하이엔드와 초현실주의적인 관점으로, 스트릿 패션을 제안한다. 트렌드와 클래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소재와 패턴의 선택에서 새로움을 전달한다.

▲ 모스카 2013 S/S, F/W 시즌 룩북

 

■ 올 여름 오유경 디자이너 추천의상
 
플라워 프린트로 된 스냅탑과 스냅 원피스를 추천한다. 인견 소재로 땀이 빨리 마르고, 빨리 흡수돼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또 상큼한 프린트가 어우러져 있어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 2013 '모스카' S/S 시즌 룩북

 
■ 오유경 디자이너 프로필

TOP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런웨이 코리아 시즌4>를 통해 얼굴을 알린 오유경은 SADI를 졸업한 순수 국내파 디자이너다. <프런코> 출연 당시 남들이 기피하는 니트 소재를 겁없이 선택하는 대담함과 기발한 발상으로 TOP3까지 진출했다. 서울시 패션 디자인컨퍼런스에서 동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브랜드 '모스카(MOSCA)'를 론칭했다. 이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환경전시', '에잇세컨즈 친한경 프로젝트', '신진디자이너 페어' 등에 참가, 디자이너로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F/W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앞으로 실험적인 요소들을 가미한 실험작들을 무대 위에서 거침없이 풀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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