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외환위기 겪게 했던 재정경제원으로 과거회귀 ‘비판’ 높아
금융감독체계 개편없어 금융불확실성 가중… 정책·감독 분리해야

 

[이뉴스투데이 박영근 기자] 박근혜 정부는 현행 15부 2처 18청의 정부조직을 17부 3처 17청으로 바꾼다.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미래창조과학부ㆍ해양수산부가 설치됐고 정보통신기술(ICT) 전담조직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차관제의 형태로 도입됐다. 여기에 국민안전 강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처 단위로 격상되고 경찰청의 생활안전 기능도 보강됐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이른바 ‘경제부총리제’의 부활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경제부총리제의 부활은 경제정책 집행과정의 독주 내지 권한집중으로 인한 폐해가 우려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경실련은 개방화되고 투명화된 민주적인 시대에 경제부처 개편과 관련해서 정책집행의 효율성만을 고집해 권한을 한 곳에 집중하기보다는, 반드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함으로써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는데 ‘경제부총리제’ 부활은 이같은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기획재정부는 이전에 기획예산처가 담당했던 예산기능까지 흡수해 정부부처 중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부처다. 그런데 여기에 경제부총리제가 부활돼 이를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되면 거시경제 운용과 경제정책의 기획·조정 기능, 예산편성 및 조세기능 등 실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돼 과거 IMF 외환위기를 겪게 했던 재정경제원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독주 위험은 높아지는 반면, 이를 견제할 기능은 상실된다고 진단한다. IMF 외환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끊임없는 시장의 위험 신호를 무시한 재정경제원 관료들의 오만과 독선을 어느 누구도 견제하지 못한 것이었음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또 금융분야의 최대 현안 중에 하나인 국내, 국외 금융정책의 통합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대선기간에 학계나 시민단체에서 그간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행대로 유지한 것도 향후 금융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발발과 함께 2011년 2월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사태 뿐만 아니라 과거 론스타 문제, 카드 사태, 상호신용금고 부실 문제 등 금융정책 및 감독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명박 정부는 국제금융정책과 국내금융정책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 따로 분리하고, 금융감독원을 금융위원회 산하로 둬 국내금융정책기능이 금융감독기능을 포획하도록 방치해 금융위기 대처 혼선 및 금융감독의 독립성 약화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국가경영에 있어서 금융산업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앞으로 국제금융위기 상황 대처, 가계부채 문제 해결, 금융소비자 보호 등 산적한 금융관련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경제부총리제’의 부활은 권한집중으로 인한 폐해가 우려돼 이러한 기획재정부의 권한집중을 분산시키고 정부부처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게 하기 위한 개편이 있어야 한다. 부총리 위상에 기획재정부가 조세권과 예산권 등 재정의 투입과 산출의 기능을 모두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이라는 우리경제의 두 가지 중요한 가치가 상호 균형점을 찾기 어렵게 될 것이며, 이는 왜곡된 재정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거시경제 운용, 기획조정 등 정책집행기능과 예산의 편성·지출 기능은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 순수 예산 기능만이라도 독립된 조직 형태, 즉 외청 등의 형태로 가져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제, 국내 금융정책권한의 통합과 함께, 금융정책 우선으로 인한 금융감독기능의 포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과 금융정책을 분리하는 등의 근본적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금융 감독에 대한 교차 확인이 가능하도록 견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금융 분야에 있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시하고 효율성만을 강조했을 때 나타나는 폐해는 이미 외환위기, 카드대란, 외환은행 불법매각 등을 통해 잘 드러난 바 있다.

우리는 과거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드러난 폐해에 대해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외환위기 이전 체제로 회귀하는 경제·금융부처 개편방안을 지금처럼 밀실에서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닌 국회입법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학계, 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신중한 처리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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