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걸 기자     © 이뉴스투데이   울산취재본부
[이뉴스투데이 울산취재본부 = 정원걸 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사건.사고는 미연에 방지해야지, 이미 일이 일어난 후에는 아무리 방지하려고 해봐야 늦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소를 잃어버렸다고, 낡은 외양간을 방치해둬도 되는 것일까?
 
지난 6일 울산 남구 태광산업 탄소섬유공장의 오븐 설비에서 폭발하듯 불이나 근처에 있던 근로자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들은 누군가에게는 존경받는 아버지이고, 귀한 아들이었을 것이다.
 
통계치를 살펴보면 울산의 폭발화재 사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울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울산지역 공단에서 발생한 폭발화재 사고는 2009년 31건, 2010년 33건, 지난해 43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로 집계됐다.
 
대형사고도 잦다. 지난해 12월 세진중공업 폭발화재 사고로 4명이 숨졌다. 같은 해 8월에는 현대 EP 울산공장 폭발사고로 8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 같은 사고의 원인이 불가피하게 벌어진 것이 아니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폭발사고의 원인은 부주의, 조작미숙, 노후전선 방치 등 인적 요인이 81%(2011년 기준)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가 원인이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는 태광산업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 언론사 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일도 있었다. 또, 체증용 촬영장비를 빼앗고 촬영된 영상을 삭제했다. 명백한 공권력 침해다. 아니, 공권력을 농락한 처사로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태광산업은 인명사고가 발생해 사고원인 조사를 하는 경찰관을 막으면서 특허기술이 있는 보안시설이라는 납득가지 않는 주장을 폈다.
 
개인적으로 경찰관의 사고조사를 조직적으로 막은 태광산업의 기술이 체증용 촬영장비로 인해 유실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 회사는 근로자의 인명이나 정확한 사고원인조사 보다 특허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이 때문에 8일 경찰은 김모(61) 태광산업 울산공장 본부장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0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전격 구속됐다.
 
이미 관계자는 구속됐고 폭발사고 피해자들은 병원에 있다. 뺏긴 채증용 촬영장비는 되찾았지만 촬영된 영상은 삭제됐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 등 사법기관은 태광산업 사건을 '공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로 간주해 일벌백계(一罰百戒)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태광산업 사건을 계기로 제도적 개선에도 노력해야 한다. 가령, 대형 폭발화재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시, 영장 없이도 수색할 수 있는 법적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사고 요인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담당 관청의 관리 강화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정확한 사고결과는 경찰의 조사가 마무리되어야 알겠지만 이번 사고 또한 소홀한 안전관리가 대형 인명 참사를 부른 것으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수박 겉핥기'식의 안전조치 확인이, 이번 태광산업 참사를 부른 셈이다.
 
잃어버린 소는 다시 살 수 있지만,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관계 당국은 공무에 임함에 있어서, 목숨을 다루는 자세로 신중을 기할 일이다.
 
그런 만큼 태광산업 사건을 빨리 마무리 짓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다음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급하다. 소를 새로 사기전에, 외양간부터 제대로 고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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