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 유장현 기자] 자식 잃은 슬픔에 오열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빠가 선물 사오길 기다리는 자녀...
 
4일 오전, 울산병원 장례식장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에 고인들의 이름이 차례로 나타났다.
 
고 김영도(52), 유동춘(32), 현욱일(37). 지난달 30일 세진중공업 참사로 현장에서 숨진 근로자들의 이름이다. 나머지 한 명 유지훈(27)씨는 3일 아침 출상했으며, 김영도 씨는
5일 부산영락공원에서 발인 예정이다.
 
장례식장 안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조용함이 묻어나는 가운데 현욱일 씨 가족을 만났다.
 
빈소를 지키는 아버지의 흐느낌소리 와 어머니의 한숨소리, 한순간에 남편과 오빠를 잃은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현욱일 씨의 여동생은 “세진중공업측은 왜 보이질 않는지 모르겠다. 멱살이 잡히더라도 사과를 해야 하지 않나. 합의금으로 사건을 무마 시키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며 “다른 두 가족은 합의를 했는데...”고 언론에 잘못 비칠까봐 두려워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합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예의부터 지켜야 하지않겠냐”라고 다시 말문을 열었다.
 
또 “가족측은 사고가 일어난 후 가족들에게 연락 온 시점과 사고발생 시간, 소방서 출동시간 등이 의심스럽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평소 감기조차 걸리지 않던 오빠였지만 최근 “눈이 따갑고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해 병원이라도 가보라고 했지만 병원 갈 시간조차 없다면서 약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한다.
 
“병원을 가게 되면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하루를 쉬자니 부담이 되고...” 동생이 보내준 약을 넣은 현 씨는 눈이 시원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좋아했다고 동생은 기억에 잠기면서 눈물을 보였다.
 
현 씨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던 양궁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했다고 한다. 전국 대회에서 3등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가 하루아침에 고인이 되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유가족들.
 
아직 사고 소식을 모르고 있는 아이(초등학교 4학년, 올해 초등학교 입학)는 “엄마! 아빠 집에 올 때 선물사오라고 전해주세요” 라며 외갓집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빈소에 앉아 흐느끼던 현 씨의 아버지는 “시신 확인조차 어렵다. 누가누구인지 구별할 수 가 없었다. 내 자식인걸 해병대 벨트와 내가 해 준 목걸이를 보고 알게 됐다”며 자식을 먼저 보낸 무력한 부모임을 원망했다.
 
유가족들은 “원청(세진중공업) 관계자가 장례식장에는 보이지 않고 있는데 분괴하면서 “차가운데 시신을 이렇게 그냥 방치하고 싶나. 빨리 합의해서 고인을 좋은 곳으로 모셔라”고 주장했다.
 
옆 자리에 차려진 유동춘 씨의 빈소에는 형과 지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 씨의 형은 “세진중공업측은 움직임이 없다. 외주업체 사장들만 간간히 보이고 있다”면서 “사고 발생 시 회사 측이 아닌 주위 동료들에게 연락을 받고 소식을 접했고 현장에도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으며 장례식장에 와서도 사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사고 수습에 대한 불만을 털어낳다.
 
유 씨의 형은 “오늘이라도 와서 사과를 빨리 했으면 좋겠다. 동생을 방치해 두는 것이 아닌 빨리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 아직 어머니는 동생의 사고 후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주위사람들이 영안실에 안치 되어있다는 소리에 매일 영안실 앞에 가 계신다"고 했다.
 
몇 달 전 살아 있었을 때 모습으로 평생을 안고 가셔야 하는데 ...” 라며 먼저 떠난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앞으로 가슴에 자식을 품에 안고 살아가실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씨와 유씨의 가족은 “합의는 추후의 문제이며 사과부터 했으면 좋겠다. 외주업체 분들이 오셔서 하는 것이 아닌 원청측의 분들이 와서 이번 사고에 대해 용서를 빌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번 세진중공업 사고는 지난달 30일 오전 8시16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원산리 세진중공업에서 건조중이던 대형 선박의 블록에서 그라인더 작업 중 폭발에 이은 화재가 발생, 작업중이던 협력업체 근로자 김영도(52)씨, 현욱일(37)씨, 유동훈(32)씨, 유지훈(27)씨 등 4명이 숨졌다.
 
이들은 세진중공업 협력업체인 아주테크와 명성테크의 직원으로 사고 당시 선체 내 폭 2.5m, 길이 9m, 높이 5m 규모의 블록에서 그라인더 작업 중 사망했다.
 
한편 5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규명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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