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종훈 LG트윈스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박종훈 감독은 6일 삼성라이온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2009년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취임한지 2년 만이다.
 
두산 2군 감독을 담당하며 두산의 '화수분 야구'의 주역이었던 박종훈 감독의 1군무대 데뷔는 파격적이었다.
 
서울 라이벌인 두산의, 그것도 2군 감독출신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LG 구단은 5년 계약을 맺으며 LG의 리빌딩을 주문했다.
 
박 감독은 부임 이후 LG의 체질개선에 힘썼다. 스타플레이어는 많았지만 공수 불균형 등 팀워크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매년 하위권을 맴돌던 LG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주기를 구단과 팬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6위로 시즌을 마감, 구단과 팬들 사이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움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직후 박 감독은 다시 강훈련을 실시했다.
 
80여일간 남해-진주-플로리다로 이어지는 역대 최장기간 마무리훈련을 소화해내며 LG트윈스의 부활을 다짐했다.
 
새롭게 출발한 올 시즌 LG는 초반 돌풍의 핵심이었다. 지난해 SK에서 이적해온 사이드암 박현준과 특급용병 주키치와 리즈가 마운드를 지켰고, 이병규와 박용택, 조인성 등 고참선수들도 120% 능력을 보여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시즌 초반 LG를 5016일 만에 팀을 1위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부상이 LG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시즌 부터 대형 유격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지환이 손등부상으로 시즌 절반 이상을 출전하지 못했다. 톱타자로 도루왕을 노리던 이대형도 정강이와 어깨부상으로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택근, 이진영 등 야심차게 영입해온 FA 선수들도 줄줄이 부상을 당했고, 마운드에서는 박명환, 봉중근 등 선발의 한 축을 책임져야 할 투수들이 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재활에 매달렸다.
 
마운드의 허리를 담당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오상민은 시즌 중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퇴출됐다. 이밖에 신정락, 박경수, 작은 이병규 등이 번갈아 가며 부상자 명단에 올라 LG는 사실상 시즌을 베스트 멤버로 가동시킬 수 없었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LG는 전반기가 끝난 직후부터 브레이크 없는 하락세를 이어가 포스트시즌에 대한 희망을 올해도 접게 됐다.
 
극심한 부진 속 팬들은 물론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 까지 박 감독의 작전, 선수 기용 등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파격적으로 5년을 약속받으며 LG 감독으로 취임한 박 감독은 결국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쓸쓸히 물러나게 됐다.
 
박현준, 주키치, 리즈로 이어지는 10승 투수를 세명이나 보유하고도 4강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팬들의 리더십에 대한 비난을 감수할 수 없었던 것.
 
"성적이 떨어지면서 사퇴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박 감독의 말은 이미 사퇴를 결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박 감독 사퇴 이후 구단과 팬, 선수단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령탑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도 높다.
 
스타플레이어가 많은 서울팀의 감독직을 수락해 기대에 맞는 성적을 보여주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구단 측에서 박종훈 감독에게 '화수분 야구'를 부탁했음에도 잇따라 대형 FA를 영입해 기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도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박종훈 감독의 사퇴발표 이후 벌써부터 많은 후보군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LG 외에도 많은 팀들이 올시즌 종료 후 대대적인 감독 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 감독 사퇴발표 직후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인 로이스터에 대한 팬들의 높은 관심도 이를 반영한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가 새로운 감독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을 많은 언론에서 사용해 왔다. LG 트윈스 감독 역시 다를 바 없다. 그만큼 팬들의 관심이 높고 성적에 대한 욕심도 큰 상황이다.
 
LG트윈스가 박종훈 감독 이후 어떤 인물을 영입할 것인지, 그래서 2012년 시즌에는 그들이 갈망하던 가을잔치에 초대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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