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종준 기자 = 금융권에서 3월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물갈이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들 만큼은 그 회오리를 피한 모습이다. 다만 경영권의 한축인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다소 위상변화가 예상되지만, 오히려 이들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우선 이들의 위상변화는 최근 금융권에서 새로 적용된 사외이사 모범규준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이사회 의장을 선출할 때 그 임기는 1년이지만 연임이 가능하되 은행장이나 은행지주회장이 이사회의장을 겸직할 경우 이 사실을 공시하고 선임이사를 선임토록 한다는 것이 단초가 됐다.

이는 이전까지 이사회 의장과 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하던 것을 제한하는 한편 금융사의 1인 지배체제에 제동을 거는 지배구조의 변화에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가 있거나 임기(만료) 등의 문제가 있는 일부 사외이사들은 이미 사퇴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해당 금융지주사의 주총 결과에 따라 사외이사 전체 62명 중 10명 정도가 바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의 수장들은 그 회오리에서 비켜간 모양새다. 이는 최근 금융권에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나 ‘실적부진’, ‘사외이사 교체’ 움직임 속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경영권 등에 있어 ‘한축’이라 할 수 있는 ‘이사회 의장직’은 비록 내놓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금융지주사 ‘수장’들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지는 모양새다.

국내 금융지주 '빅4' 중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번에 이사회로부터 재신임 받으며 ‘무한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했고,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회장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어 ‘재신임’ 문제에서는 자유로운 상황이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상근이사로 재 추천되며 금융권 최초로 '4연속 연임'에 성공했다. 이때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12명 가운데 2/3인 8명을 교체하기로 했다.

이로써 라 회장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20년을 롱런하고 있다. 

이제는 ‘신한=라응찬’이라는 공식이 늘 따라붙을 정도다. 라 회장은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이전까지 조흥은행 등 굵직한 M&A를 성공시키며 신한을 ‘빅4’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라 회장의 연임 배경에 이사회가 그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인정하는 한편 일본계 주주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금융권에서 라 회장과 견줄 수 있는 인물이 바로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이다. 

특히 김 회장은 라 회장과 함께 금융권에서 손꼽히는 대표 ‘장수 CEO' 중 한 사람이다. 

김 회장은 지난 1997년 하나은행장을 맡으면서 현재까지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의 ‘창립멤버’로 시작해 오늘날까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더욱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그는 그동안 서울은행과 충청은행, 보람은행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하나은행을 ‘은행 빅4’로 성장시킨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며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사회로부터 ‘무한신뢰’는 물론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이런 모습은 라 회장과도 ‘다른 듯’ 닮아 있다. 

게다가 김 회장은 최근 이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익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로 현 정부에 미소금융의 아이디어를 내며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으로 뛰고 있는 것. 

게다가 최근 그는 오랜 숙원인 교육 사업에도 의욕을 보이며 지난 3월 초 ’업계 최초‘로 자사고인 하나고를 설립하고 문을 열었다.

김 회장의 경우 기존 ‘금융사 수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최근 폭넓은 사회활동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라 회장과 김 회장은 모두 외국주주들로부터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만큼 ‘회장’이라는 타이틀 유지에는 변수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이사회 의장직은 사외이사모범 규준의 영향에 따라 사실상 겸직이 어려운 상태. 만약 겸직할 겨우 선임사외이사를 따로 선임해야 하는 문제가 따라 붙어 사실상 ‘의장직’은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임기’나 ‘위상’에는 그리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5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낙점된 이후 현재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어 ‘임기보장’이 돼 있기 때문.

이 회장의 경우, 지난 2008년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박병원 전 회장이 1년 만에 ‘중도사퇴’하면서 이전까지 서울시향 대표로 있던 이 회장이 고향과 같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귀환했다. 이 회장은 이전까지 우리은행 등에서 37년 간 근무하며 금융계는 물론 우리금융지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은행맨’이다.

이런 이 회장은 최근까지 자사주를 매입하고 M&A 구상 등을 밝히는 등 경영에 어느 때보다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민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로서는 남은 기간 M&A 등을 통해 ‘몸값’ 즉 기업 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이를 이 회장이 마무리하는 '믿을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으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2일, 기존 사외이사진을 그대로 유임시켜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우리은행 등 계열사의 실적 선전과 함께 앞으로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있는 만큼 경영진의 안정성을 꾀하겠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이 회장의 잔여임기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우리금융지주에서 ‘이팔성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아직 미지수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금융지주사의 사정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현재까지 이 회장의 의장직 분리가 유력시 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6일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나게 된다. 

이처럼 이들이 앞으로 해당 금융지주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게 되더라도 그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금융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이유는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그리고 새로 뽑힐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예상되는 금융권 대형 M&A의 선봉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에서 이미 ‘하나+우리’, ‘우리+KB’ 등의 가상 시나리오가 난무가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짝짓기’가 시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들 수장의 ‘역할분담론’까지 제기돼 눈길을 끌었을 정도다.  이는 이 과정에서 금융사 수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이들 최고경영자들은 최근 금융권을 휩쓴 ‘사외이사 교체’ 바람에도 끄떡없어 보인다.

한편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한편 금융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모범규준에 따라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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