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일년간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대형 IB도, 업계간의 딜도 없었다. 때마침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대형화보다는 ‘투자자보호’가 더 시급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자본시장간의 겸업의 허용과 차이니즈월 강화 등을 통해 규제라는 ‘전봇대’를 뽑아내면 그 순간 빅뱅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실상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사실 '약간의 성과'는 있었다. 업종별 칸막이가 사라지며 증권·선물업을 겸엄하는 회사가 나오는가 하면 기존에는 만들 수 없었던 신상품도 출시되고 있으나 변화의 속도는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더딘 편이다.
□ 한국, 세계를 역행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줄여서 자본시장통합법, 자본시장법, 혹은 자통법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련된 기존의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간접투자자산운영법, 신탁업법, 종합금융회사법 등을 통합하고 관련 제도를 크게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시행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기대감은 높았다. 한국에서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이 만들어지고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제 시행 이후 가장 먼저 튀어나온 것은 “투자자보호 장치 강화로 인해 펀드 가입이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였다.
당초 정부의 정책의도는 은행 및 보험을 제외한 자본시장에서 금융업 간의 겸영을 허용하여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 설립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IB)들이 몰락하며 투자자보호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사실 따라하려고 해도 따라할 모델도 없어져버렸다. 금융위기 전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이었던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베어스턴스, JP모건, 모건스탠리는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메릴린치는 BOA에 매각됐으며 베어스턴스는 JP모건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구제금융을 받아 은행지주회사로 전환되며 전통적 의미의 투자은행은 이미 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상의가 금융기업 17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본시장법 시행 1년에 따른 성과와 대응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금융규제 정책방향에 대해 80.1%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투자자 보호제도의 시행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감독이 강화되고 증권사에 대한 집합투자업 인가 등이 지연되면서 실제 규제완화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면서 “금융산업 발전과 한국형 투자은행의 육성이라는 당초 자본시장법 제정의 취지는 살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정부 들어 전봇대로 상징되는 ‘규제’를 없애고 덩치를 키우자는 국내의 여론은 점차 강해지고 있지만 그 모델이 되었던 미국은 업계에 대해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 한국, 대형 IB 꿈은 실현 가능한가
실제 한국의 경우 대형화를 위해서는 전문화를 통한 장점확대와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필요하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신설 회사들이 대거 투입되면 기존의 회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M&A를 통해 특화된 금융투자회사와 M&A를 통한 대형사 몇 개 정도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었지만 아직까지도 그런 모습은 없다. 되려 신설사와 기존의 회사들이 제한된 파이를 놓고 싸우는 형국이다.
실제로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매물로 나온 것은 유진투자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이다. 그나마 유진투자증권은 그룹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택이었고 결국은 취소됐다.
다행히도 올해는 지난해와는 달리 ‘움직임’은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푸르덴셜투자증권은 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 맥쿼리, CVC(씨티벤처캐피털), MBK파트너스 등 4개사가 참여했지만 현재 한화증권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올해 있을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 매각이나 대우증권 매각 등으로 정부가 나선다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업계에서는 ‘대형화’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고 있다.
일단은 두고봐야할 일이지만 올해에는 시장의 판도변화가 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만은 불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dark@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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