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세종시 정국'에서 자중지난의 소용돌이속에 빨려들고 있는 것이다.
양대 계파인 친이, 친박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서로를 향해 질주하면서 여권 내부의 파국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로선 도저히 접점을 찾을 길이 없어 어느 한쪽이 죽거나 치명상을 입어야 끝이 날 것 같은 형국이다.
특히 세종시 문제가 차기 대선구도와 맞물려 1차 승부처로 인식되면서 양쪽 모두 `불퇴전'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번 싸움에서 질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일정부분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고 친이 주류측은 차기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패배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으면서 지금의 독주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러다가 분당사태를 맞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국민한테 한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된 것"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13일 발언이 나온 직후 친박의 결속력이 더욱 공고해지면서 친이와의 대립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친이는 친박과의 공개설전을 자제한 채 충청도민과 국민을 상대로 여론전에 본격 돌입했고, 친박은 세종시 수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맞불작전에 나섰다.
정두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제는 야당과의 싸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고, 정태근 의원은 "세종시 여론조사를 보니까 의미가 있는데 이것을 토대로 계속 여론설득을 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친박계는 수정안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수정안에 대한 향후 여론의 흐름에 대해서도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박 전 대표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선거할 때마다 절박하게 한 약속을 여반장으로 뒤집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겠느냐"고 비판했고, 서상기 의원은 "신뢰를 지키겠다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이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에 대한 양측의 해석과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결국 여론의 흐름이 이번 싸움의 승패를 가르고 세종시의 운명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 현실상 수정안에 대한 여론이 좋아지면 이 대통령과 친이계가 힘을 받으면서 수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반대로 여론이 그다지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나빠지면 박 전 대표가 승기를 잡게되고 수정안도 좌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측이 초반부터 여론전에 올인하는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는 여당과 야당,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친이와 친박이 다각도로 충돌하는 아주 복잡한 이슈"라면서 "현재로선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이번 싸움의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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