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당국의 물기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에서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결합해 인플레이션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음식료, 주류, 외식업계에서 두자릿수 가격 인상이 잇따랐고 의약품, 세제, 중고생 참고서, 수입화장품, 카메라, 자전거, MP3플레이어 등 전방위에서 생활 물가가 뛰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어 음식료 업체들이 추가 가격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에서도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물가협회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지난 10일 기준 달걀(특란 10개. 개당 60g) 가격은 3개월 전에 비해 2천480원으로 200원(8.8%) 올랐고 닭고기(1㎏)는 6천480원으로 1천440원(28.6%) 올랐다.

교육관련 물가 상승도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남자와 여자 학생복의 가격은 작년 말보다 각각 8.0%와 8.9% 올랐으며 학생들이 사용하는 실내화는 13.0% 상승했다.
 
중학교 참고서의 가격은 작년 말보다 8.5% 상승했으며 고등학교 교과서는 14.5% 급등했다. 공책 가격은 9.5% 올랐다.

공공요금 중에는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도 추진되고 있다. 시기나 인상 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원가 상승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낮췄던 30여개 수입품목의 관세율을 다음 달부터 원래 수준으로 돌리는데 따라 해당 품목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와 곡물가의 최근 동향은 하반기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원유 등 주요 국제 원자재 19개 상품의 가격 움직임을 나타내는 로이터/제프리스 CRB 지수는 11일 266.17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점을 찍었던 지난 2월24일 201.16에 비해 65.01포인트(32.3%)나 오른 수치다. 

유가와 곡물가는 국내 물가에 연쇄적으로 큰 파급 효과를 미친다. 10일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천600.51원을 기록, 7개월여만에 처음으로 1천600원 선을 넘었다.

원유로 만드는 각종 정유제품과 화학제품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돼 주요 공산품과 생필품 물가가 압력을 받는다. 곡물가가 오르면 식품값과 사료 값이 들썩여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문제는 물가가 상승하고 인플레가 발생할 경우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해야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실물경제 회복이 힘들어진다.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실물경제가 움직이는 속도에 비해 유동성이 움직이는 속도가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물가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경기동향과 물가압력을 모두 고려해 대처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물가 쪽 위험도가 약간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당분간 완화 기조가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4분기쯤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할 때 유동성 증가와 국제 유가 상승세가 가세하면 물가가 상당히 상승할 수 있다"며 "경기가 전망대로 간다면 4분기 들어서는 금리 정책의 기조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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