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 하면 잘나가는 부서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홍보실이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단명은 물론 경비절감을 위해 가장 먼저 예산이 깎이거나 조직 축소 대상이 되는 눈칫밥을 먹는 신세로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특히 코레일은 홍보실장이 2년만에 다시 교체되면서 단명 자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코레일은 최근 지난 2007년 3월 취임한 김학태 홍보실장 후임에 김흥성(50) 전 GTV(강원민방) 보도국장을 영입해 임명했다.

김 실장은 강원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경향신문과 GTV 취재팀장 등 신문과 방송에서 24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이번 교체는 보수성향의 허준영 사장이 취임하면서 홍보 역량 강화를 위해 이뤄졌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지난 4월 10일 영상 간부회의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국민들이 우리가 잘 하는지 모르면 소용이 없다"면서 "홍보가 일의 절반인 만큼, 일 잘하는 코레일이 되려면 홍보도 잘 해야 한다"며 홍보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 실장을 영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레일의 정책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홍보사령탑이 자주 바뀌고 있어 기대대로 효과가 나타날 지는 의문이란 지적이 많다.

이번 홍보실장 교체는 홍보역량 강화 차원이란 설명과는 달리 문책성격이 강한 물갈이 교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김학태 전 실장은 홍보실장 교체 이후 보직을 맡지 못한 채 퇴사했다.
 
김학태(47) 전 실장은 한겨레신문 채널사업팀장과 델리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거쳐 국정홍보처 영상홍보원(KTV) 방송주간을 지낸 뒤 외부영입된 케이스지만 여당의 색깔과 어울리지 않는다.

국정홍보처는 참여정부가 신설해 정부정책을 홍보를 총괄했지만 한나라당과 각이 서는 등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 결국 현 정부들어 폐지된 반면 허준영 사장은 참여정부에서 치안총수 자리까지 올랐지만 시위 농민 사망으로 퇴진한 뒤 말을 갈아타고 부활했다.
 
게다가 얼마전엔 일부 보수인터넷매체에 광고추진을 놓고 과정에서 감사실의 부적절한 협조요청이 있었다는 말이 돌면서 청와대에서 진상파악에 나서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태 전 실장에 앞서 홍보실장을 맡았던 박천성 전 실장도 2005년 12월 홍보실장에 임명됐지만 외부영입 인사인 김학태 전 실장에 자리를 내주고 1년 3개월 만에 중도 하차하고 퇴사한 경우다.

현대건설은 최근 사장이 교체된 이후 새로 홍보실장이 임명되면서 그동안 홍보사령탑 역할을 해온 정근영 상무는 보직을 새롭게 옮겨 국내영업본부 인천지사 중역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 힐 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히트시킨 여세를 몰아 개발이 한창인 인천과 송도, 청라지구 사업에 전진 배치됐다. 

또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운영중인 한 영화관은 영화산업이 침체되면서 홍보실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홍보팀을 지난해 절반규모로 축소한 뒤 올들어서는 아예 팀을 해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도 올해 재무팀과 홍보팀간에 예산을 놓고 상당한 힘겨루기를 해야했다.
 
KT는 올해 예산이 무려 100억 이상 깎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룹내에서 투명경영을 내세워 집중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홍보팀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M&A로 급속하게 사세를 키우며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STX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STX는 인수합병에 따른 자금소요가 커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던데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해운선사의 발주 취소 움직임 등으로 초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홍보팀의 예산이 전액 삭감된 상황으로 사실상 홍보조직의 손발이 모두 묶인 상태다.   
 
한 때 CEO를 보필하며 잘나가던 조직이 이제는 옛말로 들릴만큼 홍보맨들은 비애가 커지고 있어 경기침체의 그늘이 걷히길 누구보다 학수고대하고 있다.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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