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수주물량과 세계 제일의 기술력으로 순항하던 조선업계가 중대기로를 맞고 있다.

대형조선업체는 3~4년치 수주잔량이 있어 괜찮지만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자금난에 빠져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퇴출이나 워크아웃 등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선주들의 발주가 끊기다시피 하고 발주했던 것도 취소하면서 신규 수주도 힘들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지속으로 발주사의 선박주문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등 소위 빅3의 수주실적은 5척에 불과하고 12월 이후엔 STX조선만이 유일했다.

시장조사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선박 발주량은 409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발주량(8780만CGT)의 절반도 안됐다.

중대형 업체는 확보해둔 일감으로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중소형 조선업체는 수주했던 계약마저 취소되는 사례도 나 도 취소되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C&그룹의 조선 부문 계열사인 C&중공업의 경우, 3조원 이상의 벌크선 60여척을 수주한 상황에서 1700억원의 시설자금을 조달받지 못해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금융권은 워크아웃 지속여부조차 꺼리는 상황이다.

금융권이 내코가 석자이다보니 조선업체가 수주한 선박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를 내주는 것을 꺼리고 있고 자금사정이나 실적이 취약한 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 올해 수출 1위 효자품목, 주문취소 '빨간불' =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전업종에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조선업종은 올해 최다 수출품목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예상실적은 시황이 활황기에 받아놓은 물량을 건조해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반기 들면서 시작된 수주가뭄은 올해 상반기에 이어져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된다하더라도 전체 발주량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 여파로 해운선사들의 선박건조 주문이 취소되거나 줄어들고 있다.
 
선박의 핵심부품업체인 선박엔진 업체들의 대규모 발주 취소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 계적 해운보험사인 로이즈보험에 따르면 세계 3대 선박엔진업체의 하나인 핀란드의 바르칠라의 경우 엔진수주잔액의 18%, 10억달러 어치가, 독일 바르칠라는 10%인 5억달러 어치가 주문취소될 위기에 처하는 등 전체적으로 10~18% 정도가 계약취소될 판이다.
 
이들업체에 국내 대표적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하는 STX엔진 등 국내선박엔진업체들의 수주계약이 취소될 우려도 커지는 등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수주는 몇년 뒤에 납품해야할 물량들이기 때문에 올해 당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당장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수주물량 감소는 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지만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고부가가치 선박건조만이 살 길 = 이에따라 그만큼 중국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후발경쟁국 등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석유 시추용 선박인 고부가가치선인 드릴십 등 신개념 선박 개발에 잇달아 성공한데 이어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극지 유전개발에 필요한 쇄빙유조선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중공업은 전기추진 LNG선과 초대형 원유저장생산설비 등 고가의 선박제조 기술을 개발해 수주활동을 나서는 한편 태양광 발전 핵심부품인 태양전지와 풍력발전설비 생산공장을 완공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드릴십과 반잠수식 시추선, 초대형 원유저장생산설비 등 해양기술을 앞세워 경쟁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STX조선은 크루즈선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접목해 선실구조에 맞춤식 선실 디자인 개념을 적용해 선실구조에 일대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와관련 최근 선박운항시 해적 출몰에 대비한 '선실 계단 폐쇄덮개를 설치하는 이노벨라 디자인 기술을 특허출원했다.

STX조선은 디자인과 승무원 취향을 고려한 맞춤식 선실을 개발하는 등 지속적인 선실 디자인 업그레이드와 선실 외 부문의 수준도 높여나가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조선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수준의 IT기술과 선박건조기술을 융합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기술로 경쟁력을 더욱 제고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행히 정부가 전통산업으로 치부해왔던 시각에서 벗어나 10대 신성장동력 사업에 선박해양시스템을 차기 기술개발 과제로 선정하고 집중적인 육성에 나서기로 해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조선업이 단지 철판만 가지고 튼튼하게 물 위에 잘 떠다니기만하면 된다는 식의 전근대적 인식에서 첨단산업이라는 IT적 인식이 뿌리내려야만 국내 조선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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