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산을 깍고 흙을 실어다가 낮은 논을 메꾸고 아파트를 짓느라 야단이다. 논은 우리에게 쌀을 제공하고 있다. 쌀은 아직까지는 우리의 주식이다.

 

그리고 논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보고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난날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았고 논둑에서 미나리를 길렀다. 겨울 논은 온갖 새들을 불러 들였다.


요즘은 쌀값 하락으로 인해 천대를 받고 있지만 필자가 농민의 자식이었듯 한국인 대부분은 다들 농민의 자식이었다. 옛날에는 농사 짓는 것을 ‘天下之大本’이라고 했다.

 

그래서 조선 인조 때만해도 창덕궁 창의정 앞에도 자그마한 논뙈기가 있었다.

 

임금 또한 친히 봄에는 모내기를 했고, 여름에는 거름주고 가꾸며 가을에는 추수하여 백성들에게 솔선수범 노동력을 친히 장려했다.

 

이것이 논을 가꾸고 영농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행사였다는 것 또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봄에 씨앗을 뿌리는 친경례(親耕禮)와 가을에 낫을 들고 추수하는 친예례(親刈禮)를 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논과 밭을 중시하는 영농이 국가의 대사였음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수입쌀이 지금에야 헐값이지만 이제 우리의 논밭이 사라지는 것은 언제나 위험하다.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옆 나라에서 사과를 사다가 먹는 것이 경제적이어도 유사시를 대비해 자국에 사과나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긴 세계사의 흐름에서 볼 때 이웃나라와 항상 좋은 나라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 한마지기는 한 말의 씨앗을 뿌릴 만큼의 넓이로 보통 2백평을 한마지기의 단위로 사용된다.

 

논 한마지기에서 얻을 수 있는 수확이 쌀 한 가마니라니 지금에야 십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다. 그러나 가난했던 해방 이후와 6.25시절에 한가마니는 정말 큰 액수였다. 그 쌀로 밥을 해서 먹고 그 농토를 기반으로 되살아난 우리는 오늘도 논밭을 갈아엎고 있다.

 

이재인(경기대 교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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