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이러나" 동부그룹과 두산그룹이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발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13일 전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산업은행 등이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상반기 경기가 나빠질 경우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며, 중견그룹이 어디를 지칭하느냐는 질문에 "동부, 두산 등과 같은 그룹"이라고 말한 게 불씨가 됐다.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동부, 두산그룹으로서는 뒷통수를 맞은 것. 이에 두산과 동부그룹은 해명자료를 내고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는 등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금융위도 전 위원장의 발언이 파문을 빚자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서 "중견그룹들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을 언급한 것일 뿐, 일부 특정 기업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두산과 동부그룹은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입을 통해나온 '선제적 구조조정 대상' 발언으로 상처를 입었다. 
 
가뜩이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위기설에 두 그룹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알짜 계열사까지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시장에서는 "두 그룹의 현금흐름에 중대한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라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동부그룹의 경우 올해를 비상경영의 해로 선포했고 임직원들은 급여의 30%를 회사에 반납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받은 동부하이텍, 글로벌 수요감소 영향이 컸던 동부제철 등 비금융계열사의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동부화재, 동부증권 등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좋은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 보유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이며 유동성을 지원하는 상황이다.

두산그룹 역시 지난해 호된 시련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대비를 해왔다.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BG를 롯데칠성음료에 5,000여억원에 매각하고 두산테크팩 등을 정리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는 "경기침체 속에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마당에 전광우 위원장이 왜 개별 기업을 지목해 혼란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 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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